[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고발사주’ 논란이 당 전체를 덮쳤다.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문건을 국민의힘이 실제로 활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대권 주자부터 당 소속 의원까지 의혹에 휩싸이면서 이제 막 시동을 건 국민의힘 대선 경선 버스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2일 뉴스버스의 보도를 통해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검찰이 국민의힘에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송파갑 후보였던 김웅 의원에게 범여권 정치인들에 대한 형사고발장을 전달, 당 차원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된 고발장은 △4월 3일 윤 후보와 부인 김건희 씨, 한동훈 검사장의 명예훼손 관련 △4월 8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관련 등 2가지다.
윤 후보는 고발사주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지난 9일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내가 그렇게 무섭나. 나 하나 공작으로 제거하면 정권재창출이 그냥 되는가”라며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메이저 언론’ 발언을 해 실언 지적을 받기도 했다. 윤 후보는 “앞으로 정치공작을 하려면 잘 준비해서 제대로 좀 하라. 우리 국민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 국민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사람을 통해 문제제기를 하라. KBS, MBC에서 바로 시작하든지”라고 했다.
고발장을 전달받은 사람으로 지목받은 김웅 의원은 오락가락 해명으로 논란을 더 키웠다. 김 의원은 “검찰 측 입장에서 고발장이 들어왔던 것 같다” “최강욱 의원 고발장은 내가 만들었다” “고발장을 쓰지 않았다” “기억이 안 난다” 등 말을 계속해서 바꿨다. 8일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기억이 안 난다”는 재탕 해명을 반복한 뒤 유승민 대선 캠프의 대변인직을 내려놨다.
이후 고발에 당 차원의 개입이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해 8월 당 법률지원단장인 정점식 의원이 고발장 초안을 당무감사실에 전달했고 당무감사실장은 이를 당 법률자문위원인 조상규 변호사에 넘겼다. 조 변호사는 전달받은 초안을 토대로 고발장을 작성했다.
문제는 고발장 초안이 4월 8일 김 의원에게 텔레그램을 통해 전달된 고발장과 상당 부분 비슷하다는 것이다. 손 정책관이 김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알려진 고발장이 모종의 경로를 통해 정 의원 손에 들어갔다는 추정이 나왔다. 이에 국민의힘이 고발사주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커졌다. 정 의원은 고발 관련 문건을 당에 전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고발사주 의혹은 부인했다.
고발사주 의혹이 사실이라면 당시 보고를 받아야 했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관련된 보고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황 전 대표는 7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저나 지휘부는 그런 내용(제보)을 보고 들은 바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며 “의미 있는, 지휘부에서 알 만한 일들은 보고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정확한 진상규명을 통해 논란을 해소하려고 하지 않고 책임을 ‘의혹 제기자’로 돌리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 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대권 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제보자라는 분이 한 언론에 흘린 정보 하나가 대한민국을 온통 뒤덮고 있다”며 “정치적 의혹을 제기해놓고 공익신고라는 제도 뒤에 꼭꼭 숨어선 안 된다”고 했다.
소속 의원부터 대권 주자까지 잇따라 의혹에 연루되면서 당 분위기가 ‘아사리판’으로 흘러가자 정권교체 위기론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대권 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김 의원은 국민의힘과 정권교체가 얼마나 위태로워졌는지 안 보이나”라며 “시간을 끌고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다면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은 우리를 외면하고 심판할 것”이라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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