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청년기자단] 학과 제한에 안 뽑아도 그만... 장애인 특별전형, 사실은 ‘차별전형’

[쿠키청년기자단] 학과 제한에 안 뽑아도 그만... 장애인 특별전형, 사실은 ‘차별전형’

장애인 특별전형에서 장애인 차별을 짚어보다
‘학과·정원 대학 맘대로’ 장애인 특별전형... “선심성 접근 곤란해”

기사승인 2021-09-15 07:30:02
[쿠키뉴스] 방의진 쿠키청년기자 =#진주교육대학교는 2018년도 장애인 특별전형 심사과정에서 시각장애 1급 학생의 성적을 조작해 부당하게 떨어트렸다. 이 대학 입학사정관 A씨는 장애인을 향한 차별적인 발언을 남발하며 서류평가 성적을 조작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대학의 모든 전형에서 차별받거나 배제되어서는 안된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장애를 이유로 입학 지원을 거부하거나 교육 기회에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모든 전형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장애인 특별전형이 입시현장에 만연한 장애인 차별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 특별전형은 1995년도부터 시행된 제도로 교육부가 장애인 학생의 고등교육 기회를 확대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제정되었다. 하지만 지난 30여년 동안 제도 적용을 대학에 전적으로 맡겨, 진주교대의 장애인 차별 사건을 막지 못했다. 장애인의 학과 선택폭을 제한하고, 입학 정원조차 보장하지 않아 오히려 장애인 ‘차별전형’으로 역기능을 했다는 지적이다.

장애인권대학생네트워크가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에게 장애 학생 권리 보장을 위한 제안서를 전달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가 정승원 위원장이다.   장애인권대학생네트워크 제공

장애인 특별전형 운영 30년, 실태를 조명하다
“가고 싶었던 학부에 장애인을 위한 자리는 없었어요”
장애인은 법학·교육학 못 배울 거라고 생각하나요?
특수학과 장애인 특별전형은 ‘언감생심’ 

중앙대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장애인권대학생네트워크 정승원 위원장은 시각장애인이다.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그는 2년 동안 대학입시를 경험하면서 불공정한 현실에 맞닥뜨렸다. 법과 정책을 배울 수 있는 공공인재학부에 진학하기를 희망했지만, 당시 중앙대에서는 공공인재학부에 지원할 수 있는 장애인 특별전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정 위원장은 다른 학과로 입학하게 되었다.

정 위원장은 “시각장애인 최초 판사도 있고, 법을 공부하고 있는 장애인이 많은데, 장애인 특별전형을 쓰지 못하는 것은 장애인이 법을 공부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교대와 사범대 127곳 중 2018년도부터 3년간 장애인 특별전형을 운영하지 않은 대학은 81곳으로, 특정 학과에서 장애인 특별전형을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김형수 총장.   김 총장 제공

장애인 특별전형, ‘뽑으면 좋고, 안 뽑아도 그만’
장애인 특별전형, 생색내지만 실상은 ‘정원 외’

또한, 장애인 특별전형은 ‘정원 외’로 두고 있어 공표한 모집인원을 모두 충족시키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모집인원이 10명이지만 실제로는 1명을 뽑아도 되는 것이고, 충원을 하지 않아도 된다. 모집인원보다 현저히 적게 뽑더라도 장애인 특별전형을 운영하는 학교인 것이다.

2021년 대학입시에서 장애인 특별전형을 시행한 학교는 일반대학 220개 중 115개 대학에 이른다.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장애인 수를 종합해보면 한 학교 당 평균 8명 정도였는데, 이는 평균 수치일 뿐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뽑는 입학자 수는 편중되어 있었다. 실제로 나사렛대학교나 대구대학교의 입학자 수는 평균 수치를 훨씬 뛰어넘는, 52명과 44명이었다. 

장애인의 대학 진학을 돕는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의 김형수 총장은 장애인 특별전형은 대학의 개별 역량이 아닌 모든 대학의 책임이지만 취지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은 현실을 지적했다. 김 총장은 “장애인의 통합교육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일부 사립 대학에서 집중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거대한 특수학교처럼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31일 고등교육법 개정에 관한 교육부 보도자료 갈무리.

의무화된 사회통합전형, 여전히 허점 존재해


사회통합전형이 의무화되면서 ‘안 뽑아도 그만’인 상황은 개선될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해당하는 사회통합전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회통합전형 중 ‘기회균형선발 의무화’는 차등적인 교육 보상이 필요한 사회적 배려대상자 등을 15%가량 의무적으로 뽑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 기회균형선발 전형 대상자는 저소득층과 농어촌 학생, 장애인 등을 말한다.

사회통합전형을 의무화하는 법이 개정된 것은 의미가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개정된 법이 장애인과 여타 사회적 약자들의 ‘지분싸움’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법에서 규정하는 ‘차등적인 교육 보상이 필요한 사회적 배려대상자’가 각 대학의 기준에 따라 모호할뿐더러 그 안에서 15%의 자리를 누가 얼마나 더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불명확한 실정이다.

김 총장도 사회통합전형을 두고 걱정을 내비쳤다. 정확한 범위가 명시되어 있지 않으니, 합격을 두고 대상자들 간의 불필요한 경쟁과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차등적인 교육 보상이 필요한 사회적 배려대상자라는 점에선 같지만, 그 안에는 많고 다양한 유형이 있는 만큼 분배 기준의 필요성이 있다. 또, 대학의 입맛에 맞는 집단만 뽑게 될 수 있어 사회통합전형은 악용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총장은 사회통합전형으로 경증장애와 중증장애 간의 양극화를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장애 유형에 따른 구분과 대안이 존재해야 하지만, 경증과 중증을 구분하지 않는다면 그 안에서 사각지대 발생 위험이 있다. 대학이 경증장애인만 뽑는다면 중증장애인이 겪게 될 차별은 더욱 심화되고, 장애 유형에 따른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재양성의 관점에서 장애인 특별전형 개선되어야
장애인 특별전형, 선심 아닌 투자로 이해해야
“장애인 특별전형은 선심성 복지가 아닙니다”
장애인·비장애인, 모두 똑같은 인재양성 대상

대학은 학문발전과 인재양성의 장으로 사회발전에 기여한다는 목적을 가진다. 이 목적이 비장애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김 총장은 “복지제도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장애인을 학문후속세대나 전문인력으로 기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대학다움의 투자로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애인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특혜 혹은 복지의 대상이 아닌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대학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는 인재양성의 대상이라는 말이다.

정 위원장은 이 같은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히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재학 중인 중앙대에 모든 장애인 특별전형이 모든 학과에 지원할 수 있도록 요구해 받아들여졌고, 정원 외 특별전형이지만 모집인원을 채우는 충원을 시작할 계획이다.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에서는 대학입시 특성상 피해를 입으면 구제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차별받지 않는 방법을 꼼꼼히 검토한다. 별다른 피해 없이 장애인의 고등교육을 보장하고 진학을 돕는 것이 이들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장애인 특별전형의 실상과 장애인 차별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장애인 학생들이 낙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장애인 학생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했다. 

kukinews@kukinews.com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