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두고 곳곳에서 실수요자들의 한숨이 나오고 있다. 특히 청약에 당첨돼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고 있던 수분양자들이 정부의 대출 총량 규제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그럼에도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앞으로 대출 규제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정부의 대출 규제와 관련해 실수요자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청원 글들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청원자들은 정부의 급작스러운 대출 규제로 대출이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다.
자신을 40대 후반에 자녀 2명을 둔 가장이라고 소개한 청원자는 “(사전청약 이후) 거의 11년 만에 아파트가 신축돼 2021년 10월 27일부터 첫 입주가 시작된다. 이 시기에 금융위에서 대출한도를 축소시켜 00지구에 우리단지 보다 한 달 일찍 입주를 시작하는 단지도 대출한도가 막히고, 이러한 틈에 은행들은 집단대출을 고금리에 선착순으로 대출을 실행해주는 참, 웃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9월 29일부터는 일부 은행들이 아파트 집단대출을 감정가가 아닌 분양가와 감정가 중 더 낮은 금액으로 한도를 축소하겠다고 한다”며 “분양받아 이제야 대출받고 잔금 치러야 하는 서민들은 청천병력 같은 소식이다. 돈 없는 서민은 입주도 하지 말고 길거리에 나앉아 죽으라는 소리로 밖에 안 들린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청원자도 대출규제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실수요자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2월 수도권의 한 도시에서 청약이 당첨됐다는 청원자는 “대출규제 부동산 집값 잡는 거 다 좋지만 투기꾼들 잡고 집값을 잡는다고 어렵게 준비해서 집 입주 준비 및 계약 진행 중인 무주택 서민을 위함은 어떤 건지, 그리고 어떻게 보완해서 피해 입지 않게 해줄 수 있을지 묻고 싶다”며 “제발 서민, 실입주자들에게는 집단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은행 대출 규제 등을 원래의 조건으로 적용해 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농협은행의 대출 중단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오늘(29일)부터 전세자금대출과 집단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한다. 전세계약을 갱신하는 세입자에 대해 전체 보증금의 80%까지 받을 수 있었던 대출 한도를 보증금 상승분으로 제한한다.
특히 국민은행은 집단대출 중 입주 잔금대출의 담보 기준을 ‘분양가나 KB시세, 감정가액’ 중 최저금액으로 조정한다. 이에 따라 현재 가장 낮은 분양가를 기준으로 담보 가치가 평가될 경우 앞으로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하나은행도 오는 10월부터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등 신규 판매를 한시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대출모집법인 6곳 중 3곳의 대출 취급도 중단하기로 했다.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나선 것은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를 준수하기 위해서다. 대출이 목표치까지 늘어나면서 대출 문턱을 높여 증가속도를 줄이고 나선 상황. 더욱이 정부는 가계 부채 총량 관리를 내년 이후까지 단계적으로 강도를 높여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들의 걱정이 더 커지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전날 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에서 가계부채와 자산 가격 상승 등 금융 불균형의 엄격한 관리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의 직후 “현재 상황에서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다들(정책금융기관장)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당국은 10월중 추가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관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실수요 대출에 대한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한국의 가계대출은 신용대출 비중이 높지 않아 회수 불능 위험성이 낮지만 현재 집값 상승 등과 맞물려 관리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실수요 성격이 강한 집단대출하고 전세대출 등에 대해서는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