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라이프' 홍민기 "스트리머로 다른 세상을 맛봤죠" [쿠키인터뷰]

'매드라이프' 홍민기 "스트리머로 다른 세상을 맛봤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1-10-04 08:02:01
한화생명e스포츠 소속 스트리머 ‘매드라이프’ 홍민기. 2021.09.29.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최초의 슈퍼스타로 불리는 ‘매드라이프’ 홍민기. 2011년 MIG 프로스트의 서포터로 LoL 씬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LCK의 전초격인 LoL 인비테이셔널 우승을 시작으로 화려하게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한 차례의 LCK 우승과 2차례 준우승 등 굵직한 커리어를 남기며 ‘LCK 최초의 슈퍼스타’라는 수식어를 남겼다.

약 7년 간의 선수생활을 뒤로 하고 2018년 6월부로 공식 은퇴한 그는 곧장 스트리머의 길에 들어섰다. 낯을 많이 가리던 선수 시절과 달리 개인 방송에서는 준수한 입담으로 반전 매력을 뽐내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화생명e스포츠와 MCN 계약을 맺고 다양한 콘텐츠를 진행하며 호평을 받았다.

지난달 29일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홍민기와 만나 진솔한 속마음을 들어봤다.

Q. 추석은 잘 보냈나요?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해요.

프로게이머 생활과 다르게 개인방송에 전념하고 있어요. 자유로운 영혼처럼 지내고 있어요.

Q. 은퇴 직후 스트리머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당시에는 스트리머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었어요. 새롭게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혼자 공부를 하고, 최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연구를 했어요. 처음엔 쉽지 않았죠. 마이크, 음향, 화면 세팅 등을 혼자 해결해야 해 어려움도 느꼈죠. 하나씩 고쳐나가면서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된 것 같네요.

Q. 스트리머 생활을 한지 어느덧 3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선수 ‘매드라이프’보다 스트리머 ‘매드라이프’로 아는 사람도 많을 것 같은데요?

프로게이머로 데뷔를 한 지 10년 정도 됐어요. 스트리머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3년 정도 됐는데, 이제는 선수로 기억하는 사람 반, 스트리머로 아는 사람 반 정도 되는 것 같네요. 스트리머 때 처음 인사드리는 분들은 선수 때는 어땠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Q. 많은 이들이 선수 시절과 현재와 비교를 하면 많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변화한 자신을 체감하나요?

주변에서 “선수 때는 안 이랬는데, 스트리머 때는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말을 해요. 선수 때는 말을 단답식으로 하는 편이었어요. 그때를 돌이켜보면 ‘곤란하겠다’란 생각도 드네요. 죄송스럽기도 하네요. 이후에는 미디어 코칭을 통해서 인터뷰를 하거나 방송을 할 때 원하는 답변을 하게끔 생각을 깊이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팬들 덕분에 방송 초창기의 영상을 가지고 있어요. 가끔씩 돌려보는데 방송을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어색한 모습이 많아요. 이전이랑 다른데 환경에 대한 적응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말을 더 많이 하고, 주제도 풀어나가는 걸 보니 경험치가 쌓였다는 느낌이 드네요. 

한화생명e스포츠 소속 스트리머 ‘매드라이프’ 홍민기. 2021.09.29. 박효상 기자
Q. 스트리머로 쉴 틈 없이 달려오셨는데, 그간 고충 같은 건 없었나요?

선수 때는 성과가 눈에 보이잖아요? 이기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도 하고, 더 큰 무대로 나가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기를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죠. 하지만 방송에서는 (성과가) 눈에 확 보이지 않아요. 선수 때와 갭이 있어요. 물론 꾸준히 방송을 하면 많은 이들이 봐주시고 고정층이 생겨요. 선수 때는 안 보이는 곳에서 노력을 하지만, 스트리머 때는 눈에 보이는 데서 더 노력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또 선수 때는 정해진 일과에 따라 체계적으로 움직이는데 스트리머가 되고 나서는 모든 걸 저 혼자 해결해야 하더라고요. 제가 조금만 신경을 놓으면 게을러지는 편이라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선수 시절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혹시 지금 프로게이머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갈 의향이 있나요?

지금의 기억이 없어진다면 돌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만일 스무살로 아무 생각 없이 돌아가게 된다면 가능은 하겠는데, 지금의 생각을 온전히 가지고 간다면 버티기 힘들 것 같네요. 선수 생활을 두 번 하는 거잖아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저는 역사에 ‘만약’이라는 단어는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지금의 프로게이머들은 상향 평준화된 환경에서 연습을 하고 있어요. 제가 선수 생활을 할 때 보다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 것 같아 대단하다고도 느껴요. 그때의 환경과 지금의 환경을 비교하기도 어려울 것 같네요.

Q. 2019년에는 LCK 분석데스크 위원으로도 활동했습니다. LCK 쪽에서 다시 활동하고 싶은 욕심은 없으신가요?

당시 LCK 측에서 분석데스크 제의를 해주셔서 감사하게 수락을 했어요. 그때 방송쪽으로는 ‘어떻게 해야 방송의 규모를 키울 수 있을까’란 생각도 가지고 있었어요. 제가 방송하는 플랫폼인 트위치에서는 LCK 중계 시간 때 시청자가 굉장히 많았어요. 개인 방송을 LCK와 동시간에 하는 것 보다 전프로의 입장에서 분석데스크에 나가서 입지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죽지 않았다는 것도 보여드리고 싶었죠. 분석데스크도 하나의 방송이니 제 개인방송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어요.

약 1년 동안 분석 데스크로 활동을 했는데, 개인방송의 시간이 줄어드는 게 느껴졌어요. 제 개인 방송에 대한 욕심도 있었기 때문에 아쉽지만 그만두게 됐어요. 당분간 LCK 쪽으로 돌아가는 게 쉽지 않겠지만 배운 게 정말 많은 시간이었죠.

Q. 어느덧 한화생명e스포츠 소속 스트리머가 된 지 약 1년이 됐습니다. 한화생명e스포츠 전속 스트리머가 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방송을 하면서 소속이 있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혼자 망망대해를 가는 것보다 다른 분들과 합심해 여러 방송 콘텐츠를 하면서 수명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한화생명 쪽에서 연락이 왔어요. 몇 차례의 미팅을 통해 함께하겠다고 했죠.

Q. 한화생명e스포츠와 많은 콘텐츠를 함께 했습니다. 비투비의 서은광씨를 만나기도 했고, 산타 분장을 해 선수단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거나 가장 특별했던 콘텐츠가 있나요?

말씀해주니 정말 많은 게 기억나네요. 보통 개인 방송을 할 때는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서 방송을 진행하는데, 외부 촬영을 하면 몸을 많이 사용하니 힘든 기억이 많네요(웃음).

개인적으로 서은광님과 함께 춤을 췄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다른 세계에 있는 내가 와서 촬영을 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격렬했어요. 유명하신 분과 함께 했던 거라 촬영이 끝나고도 꿈인줄 알았어요.

Q. 이외에도 ‘샤이’ 박상면 선수와 함께 ‘대신해 듀오’ 같은 콘텐츠들을 진행했는데, ‘대신해 듀오’는 팬들이 영상에 달아준 댓글을 랜덤 추첨해 제작하는 콘텐츠잖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도 있었나요?

대표적으로 한화 이글스 야구팀과 함께한 콘텐츠가 있는데, 사실 야구팀과 접점이 없어서 걱정도 했어요. 야구를 직관하는 게 처음이었어요. 대전까지 이동해 홈구장을 갔는데, 가서 보니 정말 재미있었어요. 응원석에서 직접 응원을 따라하기도 했어요. 팬들의 엄청난 열기에 ‘직관을 하는 이유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그 경기에서 한화가 승리를 했어요. 벅찬 감정을 느꼈어요. 팬들의 댓글 덕분에 몸소 체험해본 것 같네요. 선수들과 만나기도 했고 좋은 추억이 된 것 같아요.

한화생명e스포츠 소속 스트리머 ‘매드라이프’ 홍민기. 2021.09.29. 박효상 기자
Q. 한화생명e스포츠 소속 스트리머로 1년은 어땠나요?

기대 이상으로 한화생명과 많은 콘텐츠를 진행했어요. 앞으로도 이런 콘텐츠들을 만들어가면 재밌을 것 같아요. 집에서 하는 개인 방송도 방송이지만, 콘텐츠를 통해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 같아 기뻐요. 방송을 떠나 제 자신에게도 값진 경험이에요. 다른 세상을 맛봤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트레이닝 전문 센터인 캠프원 청소를 체험하는 콘텐츠도 있었는데, 이모님이 혼자서 하시는 걸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또 '선수 때 우리도 이랬지'란 생각도 들었던 것 같네요. 사람이 새로운 경험을 쉽게 할 수 없는데 한화생명을 통해 많은 부분을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이 인연이 지속되길 바라고 있어요.

Q.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콘텐츠를 소화하지 못하는 건 아쉬울 것 같습니다. 혹여 코로나가 끝난다면 해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나요? 아울러 팬들과의 만남 같은 콘텐츠도 기획중이신지 궁금합니다.

내부에서 방송을 많이 진행하다보니 크게 영향을 받진 않았어요. 대신 만나서 하는 콘텐츠들은 좀 많이 좌절됐어요. 과거 CJ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들과 할 수 있던 콘텐츠가 어그러지기도 했고, 다른 분들과 방송을 야외에서 할 수 없어서 아쉽기도 하네요.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됐으면 좋겠네요.

아직 구상중인 콘텐츠는 없어요. 온라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게임으로 재미를 주고 싶은 마음이 아직은 더 큰 것 같아요. 외부 활동은 한화생명에게 전적으로 기대야 할 것 같네요(웃음).

한화생명e스포츠 소속 스트리머 ‘매드라이프’ 홍민기. 2021.09.29. 박효상 기자
Q. 지난해부터는 LoL 이외에도 다양한 게임을 시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LoL은 제가 프로게이머를 했다보니 시청자들이 궁금한 점이나 앞으로의 전망 등을 먼저 물어보세요. 그러다보니 커뮤니케이션이 용이하고, 프로게이머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도 해요. LoL 이외의 게임들은 어린 시절부터 두루두루한 편이에요. 공부를 싫어하지만 게임 공부는 열심히 했을 정도에요. 많은 분들에게 다른 모습이 있다는 걸 어필하고 싶어요. 그래도 아직은 LoL 프로게이머의 이미지가 강한 것 같네요.

Q. 본인이 생각하는 ‘매드라이프’ 개인 방송의 장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게임 실력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란 자존심이 있어요. 많이 연습도 하고 있어요. 방송하시는 분들 중에 게임 실력이 뛰어나신 분들이 정말 많아요. 그렇다보니 내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해요.

그리고 제 방송을 보면 정말 귀여운 고양이 ‘호두’가 있습니다. 고양이 보고 싶으시면 제 방송 많이 찾아와 봐주셨으면 합니다(웃음). 

Q. 스트리머로서 앞으로의 포부나 목표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방송을 했을 때는 열심히만 하자는 생각이었어요. 지금은 느슨해진 마음이 조금 있어요. 탄탄하게 방송을 하고, 성장이 빠르지 않더라도 제 자신을 가꾸고 싶어요. 그리고 방송은 TV 프로그램처럼 정규 시간에 방송을 하려는 계획입니다. 많이 믿어주시고 바뀌는 매드라이프를 응원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Q. 끝으로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저 자신도 휘청거리는 스트리머 생활을 하고 있어요. 제 자신을 바로 잡는게 이렇게 힘들 줄을 몰랐어요. 계속해서 단련해 나가고 있으니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시청자들이 원하는 니즈를 충족시키려 노력하고 보여드릴테니 앞으로도 응원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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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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