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은빈 기자 =“언론중재법은 가짜뉴스 잡겠다고 진짜 뉴스를 틀어막는 언론재갈법입니다. 권력형 비리 보도를 막는 효율적인 봉쇄전략에 불과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최전방에 서 있었던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의 평가다. 그는 언론중재법 8인 협의체에서 야권 대표로 민주당과 협상을 이끌어냈다. 결국 민주당이 목표로 했던 9월 국회 내 법안 처리는 무산됐다. 여야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연말까지 미루고 ‘언론미디어제도 개선 특별위원회’를 꾸려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국회에서 만난 최 의원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도 언론중재법이 있었다면 진즉에 내렸을 기사”라고 지적했다. 만약 언론중재법이 통과됐다면 해당 논란도 당사자에게 ‘허위 보도’라고 낙인찍혀 비리 보도가 막혔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20년간 기자 생활을 해온 최 의원의 눈에는 언론중재법의 불합리한 점이 한둘이 아니라고 했다.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대표적이다. 그는 “힘 있는 권력자들에게 최대 5배의 ‘징벌 무기’를 쥐여주자는 의도”라며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들이 이 법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없는 지금도 고위공직자들은 패소 당할 것을 알면서도 허위보도라고 주장하며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꼬집었다.
‘기사 열람 차단청구권’ 역시 독소조항이라고 분명히 해뒀다. 최 의원은 “민주당은 기사의 열람 차단청구 범위를 ‘내용이 신체, 신념, 성적 영역 등 사생활의 핵심영역을 침해할 경우’로 한정했다. 기존의 ‘제목 또는 본문의 주요한 내용이 진실하지 않을 경우’와 ‘인격권을 계속적으로 침해할 경우’를 열람 차단 요건에서 삭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기사 열람을 차단하겠다는 조항은 그 자체로 우리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사전검열’이 우려되는 언론자유 침해 악법 조항”이라며 “기사 열람 차단청구권은 개정이 아니라 삭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민주당의 고집 때문에 8인 협의체 협상이 난항을 겪었지만 결국 연내 강행 처리 의지를 꺾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러한 위헌적 독소조항들이 합의 대상이 될 수 없음에도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면서 귀를 닫은 탓에 언론중재법 협의체 논의를 진전시킬 수 없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저는 협의체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막고 눈과 귀를 가리는 두 조항은 절대 안 된다고 맞섰다. 언론계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언론의 후퇴를 막을 수 있는 데 역할을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가 ‘언론중재법’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진영논리에서 벗어난다. 함께 머리를 맞대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이 그의 정치철학이기 때문이다. 그는 “정치는 싸움의 기술이 아닌 조화의 예술”이라며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을 믿는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작은 것이라도 함께할 것을 찾아내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 같은 자세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여야가 ‘언론미디어제도 개선 특위’에서 언론중재법뿐 아니라 언론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생산적인 논의를 할 수 있도록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언론미디어 특위는 연말까지 언론중재법과 더불어 정보통신망법, 방송법, 신문법 등 미디어 전반의 제도 개선을 논의할 예정이다. 언론재갈법을 제지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정치권은 언론 단체들의 자율규제기구 제안을 마땅히 존중해야 한다. 언론 역시 이번 논란을 계기로 ‘재갈물리기 입법’이라며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스스로의 자정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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