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시정연설에 대해 여야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25일 오전 국회에서 2022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를 위한 시정연설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한차례도 빠지지 않고 시정연설에 나선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임기 첫해인 2017년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까지 포함해 총 6번의 시정연설을 했다. 2020년 7월 제21대 국회 개원연설을 포함하면 취임 후 7번째 국회 연설을 가지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완전한 회복과 국가의 미래’라는 기조 아래 편성한 604조4000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설명,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올해 본 예산과 추경을 감안해 확장적 기조를 유지했다. 확장재정은 경제와 고용의 회복을 선도하고, 세수 확대로 이어져 재정 건전성에도 도움이 되는 선순환 효과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시정연설인 만큼 국회의 업적을 치켜세우고 감사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데 국회가 많은 힘을 모아주셨다. 매년 예산안을 원만히 처리하고 여섯 번의 추경을 신속히 통과시켜 주셨다”며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민생법안들도 적잖이 통과됐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입법 성과에 대해 국회의원 여러분 모두에게 깊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국민을 향해서도 감사인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문화가 세계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위상도 자랑할 만하다. 대한민국은 경제력과 군사력뿐 아니라 민주주의, 보건의료, 문화, 외교 등 다방면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소프트 파워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이 만들어낸 대단한 국가적 성취이다. 위기 속에서 만들어낸 성취이기에 더 대단하다. 위대한 국민 여러분께 무한한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에 여당은 기립박수로 호응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시정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회 자화상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고 호평했다. 또 “다른 대통령은 일정상 총리를 대신 보내 시정연설을 대독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문 대통령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국회를 최다 방문한 대통령이 됐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서면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지난 4년 6개월 동안의 전쟁의 위기, 경제의 위기, 코로나19 위기를 대처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이정표를 담대하게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2022년 예산안에는 이런 국민의 염원을 반영해서 임기 마지막까지 위기극복에 전념해 완전한 일상회복과 경제회복을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철학이 담겼다”며 “초당적인 협력으로 대한민국의 봄을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야당의 분위기는 달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내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침묵’으로 항의했다. 연설이 끝난 후에는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특검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었다.
연설 내용에 대해서도 혹평을 쏟아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어떻게 여섯 번의 시정연설 동안, 그리고 마지막 예산안 시정연설까지도 고장난 라디오처럼 자화자찬을 틀어댈 수 있는가”라며 “임기 내내 국가적 위기의 연속이라고 했지만, 그 위기의 절반 이상은 정권이 만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국민의 고통과 현실에 대한 공감과 정책 실패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나 반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지난 5년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사탕발림 같은 듣기 좋은 말들로 포장했지만, 돌아온 것은 피폐해진 국민의 삶이었다. 마지막 시정연설도 ‘자화자찬’과 ‘숟가락 얹기’ 일색”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 전부터 국회 로텐더홀에 늘어서 대장동 의혹에 대한 특검수사를 촉구했다. 손에는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성남 대장동 특혜비리 특검 수용하라’ 등 팻말을 들고 문 대통령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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