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은빈 기자 =국회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가 국가 정책에 관한 검증되지 않은 내용의 조사‧분석 보고서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국회 대상 국정감사에서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는 국회의원 또는 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조사‧분석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회답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해당 기관이 분석한 보고서 내용이 허술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소한의 검증절차도 거치지 않은 조악한 분석보고서가 ‘국회 분석보고서’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탈원전 정책으로 전력생산비 손실 30년간 1,000조’, ‘국회 “韓 집단면역 2.6년 걸려”… 美 3달, 日 4.6년 예상’ 등의 기사 제목을 언급하며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해당 기사의 근거가 된 국회 입법조사처‧예산정책처의 보고서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의원은 “가령 ‘탈원전 계산서’라고 보도된 입법조사처의 분석보고는 애초에 원전-탈원전만 비교하기 위한 조건이 아니어서 탈원전정책 비용을 추산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재생에너지, 원자력, 석탄·LNG발전 등 발전원별 발전단가를 2050년까지 상수로 고정해 둔 채로 계산된 엉터리 분석”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 의원은 허술한 보고서가 양산되는 원인으로 국회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의 인력 부족과 검증시스템의 부실을 꼽았다. 그는 “입법조사처는 많게는 연간 8000건 이상의 조사분석 의뢰에 회답해야 하지만 분석업무를 수행하는 입법조사관은 82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구조에선 질 낮은 보고서가 쏟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계 페이퍼와는 달리 동료 검토(Peer Review)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형식상으로는 외부전문가 자문제도를 갖추고 있으나 실제 자문 의뢰 횟수는 최근 5년간 356건으로 전체 조사의뢰 건수의 1.1%에 불과하여 객관성 검토절차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행 국회 규정상 조사·의뢰 회답은 요청한 의원 또는 위원회에게만 전달하도록 돼 있고 철저히 비공개로 감춰져 있다. 이로 인해 의뢰한 의원이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보고서 내용을 왜곡하더라도 그 내용을 검증하고 밝히기 어려운 구조”라고 강조했다.
예산정책처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은 “‘예산정책처, 신재생 발전비용 급증…’제하의 기사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원가가 원전 5배’라고 분석했다고 보도됐다가 ‘2020년 발전원별 발전단가를 추계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행정부 견제를 위한 입법부의 기능 보조라는 국회 입법조사기관의 존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엉터리 보고서가 양산돼서는 곤란하다”며 “조사분석제도 개선을 통해 국회 조사기관 명의의 가짜뉴스를 근절해야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