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가장(國家葬)으로 치러지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전두환이나 똑같다" "신군부 2인자"라고 평가하는 시민들이 있는 반면 "국가 발전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이번 장례를 국가장으로 해 국민들과 함께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 예우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 국가장 대상자에 포함된다. 하지만 군사 쿠데타에 참여하고, 5·18 광주 민주화운동 무력 진압,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사면되긴 했지만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만큼 국가장 진행을 두고 시민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어린시절 광주 5·18 상황을 지켜봤다는 50대 남성 직장인 이모씨는 "돌아가신 분의 과오를 용서해야겠지만 국가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조용히 가족장 정도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0대 자영업자 김모씨(여)도 "'물태우'라는 별명밖에 기억이 안난다"라며 "좋은 기억보다 과오가 더 떠오른다"고 잘라 말했다. 군부와 민간 정권의 중간에 있었던 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미온적인 처신으로 '물태우'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일부 누리꾼들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 당했음에도 국가장을 하는 선례를 남겼으니 전두환도 국가장으로 치를 듯"이라며 비판했다. 이외에도 "예우 박탈된 범죄자에 국가장이라니" "민주화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에게 미안하지 않나" 등 부정적인 반응도 나왔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을 치켜세우는 이들도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누리꾼은 "과오는 있지만 주택 200만호 사업, 범죄와의 전쟁, 북방외교 등 재임 중 업적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또 "국민이 직접 뽑은 직선제 대통령이란 게 그나마 국가장 명분" "추징금은 냈다" "노 전 대통령은 아들이라도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사과했다" 등의 의견도 나왔다.
50대 남성 직장인 임모씨는 "노 전 대통령은 국민들이 선거로 뽑은 것이기 때문에 일단 국가장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가장은 김 총리가 장례위원장을 맡아 주관하며, 장례 기간은 서거일인 26일부터 오는 30일까지 5일장으로 치러진다.
국가장법 2조는 중대 범죄를 저질렀는지 여부에 대한 언급 없이 전·현직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에 대해 국가장을 치르도록 하고 있다. 국가장 주관 비용은 국고에서 부담한다.
국가장은 2015년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두번째다. 2011년 이전에는 '국장·국민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직 대통령의 장례가 국장 또는 국민장으로 치러졌다.
앞서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장으로 진행됐다. 최규하·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민장으로, 이승만·윤보선 전 대통령은 가족장을 진행했다.
다만 정부는 관련 법령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을 국립묘지에 안장하지는 않기로 했다.
한편 이날 "5·18 희생자에 대한 가슴 아픈 부분, 그 이후의 재임 시절 일어났떤 여러 일에 대해 본인의 책임과 과오가 있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노 전 대통령의 유언이 유족인 아들 노재현 변호사를 통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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