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안 대표는 “비정규직이 800만 명을 돌파했다”며 “전체 임금근로자 2100만 명 중 비정규직이 10명 가운데 4명(38.4%)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년 만에 150만 명이 늘어났다. 반면 정규직 숫자는 6년 만에 처음으로, 200만 명대로 내려앉았다. 정규직 대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도 훨씬 더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헬기 타고 인천국제공항공사로 날아가 대통령 1호 지시로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던 ‘일자리 정부’의 최종 성적은 ‘F’학점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시대는 ‘전 국민 희망고문’으로 끝난 것”이라고 비난했다.
안 대표는 또 “문 대통령은 며칠 전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난달 고용이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의 99.8%까지 회복됐다’라고 자랑했다. 기획재정부는 ‘코로나19 영향과 고용·산업 구조의 빠른 변화 등에 따라 비정규직 근로자가 늘었다’라고 분석하면서도 ‘비정규직 규모는 커졌으나 관련 지표는 개선됐다’라고 자평했다. 국민 세금으로 노인·청년의 단기 알바 일자리만 만들어놓고는 ‘취업자 숫자가 많아졌다’라고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고용통계에서 전체 취업자 수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전과 비교해서 주당 36시간 미만 근로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그 증거다. 일자리의 숫자뿐만 아니라 질이 너무나 나빠진 위기 상황이라는 것이 객관적인 분석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현 정부에서는 대통령이든 경제부총리든 국민께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이 그토록 어려운 일인 모양”이라며 “정부의 ‘자평’은 ‘자뻑’이다. 정부는 비정규직 증가가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했다. 부분적으로는 사실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렇다면 연말부터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되면, 다시 비정규직이 줄어들고 정규직 일자리가 확 늘어나겠나?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비정규직이 늘어났다는 진단은 또 다른 핑계이자 ‘남 탓’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안 대표는 “무엇보다 ‘비정규직 제로’는 민간기업에게는 고용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 그것은 청년들을 위한 신규 일자리를 없애버린 결과로 귀결됐다. 20대 비정규직 비율은 5년 전보다 7.8%포인트 늘어난 40%가 됐다”며 “현 정권의 일자리 정책 실패는 처음부터 실패가 예정돼 있었던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잘못된 노동정책 때문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비대면 서비스와 디지털 플랫폼 기업, 스마트 팩토리, 원격근무와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수많은 비정규직 일자리들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세상은 변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올바른 노동정책 및 노동개혁 방향은 무조건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아니라, 비정규직 일자리를 안정화시키고 처우를 개선하는 방향이었어야 한다”며 “저는 지난 2017년 대선 때부터 세계의 흐름을 읽고 이러한 방향의 개혁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의 흐름에 무지한 현 정부의 정책결정자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게 됐다.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었는데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대한 개혁”이라며 “대기업 대 중소기업, 정규직 대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인수위 차원에서 사회적‧국가적 대타협으로 노동개혁 및 임금 결정 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에 따라 청년과 여성·비정규직에게도 직업 안정성과 공정한 임금을 보장하는 것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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