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생강대추차 또는 대추생강차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생강대추차 또는 대추생강차

박용준 (묵림한의원 원장, 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

기사승인 2021-10-29 21:01:26
박용준 원장
“자기 전에는 무를 먹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생강을 먹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무는 소화를 촉진시키고, 생강이 능히 위의 기운을 열기 때문이다(俗言上床蘿蔔下床薑,蘿蔔能消食,薑能開胃). 또 “여름에 생강을 먹어두고, 겨울에 무를 먹어두면 의사들이 할 수고가 사라진다(冬吃蘿蔔,夏吃薑,不勞醫生開藥方) ”라는 말도 있다.

이 말은 병이 나기 전에 미리 꾸준히 예방하라는 의미로 겨울에 몸이 차가워져 고생하기 전에 여름부터 생강을 꾸준히 먹어두고, 뜨거운 열기가 넘쳐서 발생하는 여름의 병은 미리 겨울부터 시원한 성질의 무를 먹어두면 좋음을 의미한다.

따뜻하고 매운맛의 생강은 뭉친 기운을 풀어서 막힌 곳을 뚫어주고 소화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요즘같이 한낮의 온도차가 심해서 감기에 걸리기 쉽고, 손발이 차가워지는 계절에는 따뜻한 성질의 생강을 많이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생강이 약재로 사용된 기록은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 처음 나온다.

생강은 나쁜 기운, 특히 냉기로 인한 나쁜 기운이 체표에 머문 증세를 막고 치료하는데, 그 작용이 ‘변방을 굳건하게 지키는 모습’과 유사하다고 해서 경계의 끝, 변방을 뜻하는 강(疆)자로 쓰이기 시작하여, 지금은 굳세다는 뜻의 강(姜)이나 (薑)자를 혼용한다.

청나라 때 새로이 합병되어 ‘새로운 국경’이란 뜻을 지닌, 중국 북서 쪽 끝의 신강성(新疆省)에 바로 이 강(疆)자를 쓴다. 

동남아가 원산지인 생강은 고려시대부터 우리나라에서 재배되었다고 전해진다. 귀한 향신료와 약재로 임금의 하사품으로도 쓰였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생강이 ‘습기를 조절하는 약초’로 묘사되었고,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몸의 냉증을 없애고 소화를 도와주며 구토를 없앤다고 기록되어 전해진다. 다산 정약용은 “생강차를 마시면 몸이 더워져 감기를 잘 다스린다”고 하여 생강을 아꼈다.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에 생강차의 유익한 점을 소개하기도 하였다. 

생강은 몸이 찬 사람의 혈액순환을 도와 따뜻한 기운을 잘 순환시켜서 소화기능을 돕고, 구역질을 멈추게 하며, 면역기능을 강화한다. 또한 생강은 추위를 덜 타게 하고 아픈 것을 멈추게 하여 한의학에서는 아주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약재이다. 강삼조이(薑三棗二)라 하여 대추와 더불어 많은 처방의 중요한 구성을 담당한다. 

왼쪽부터 생강, 대추, 대추생강차.

강삼조이(薑三棗二)의 다른 하나는 ‘나무에서 나는 꿀’ 목밀(木蜜)이라 불리는 대추이다. 대추는 진액을 생성하여 위장의 기능을 도와서 지친 몸을 달래 준다. 대추의 단맛은 불안증과 불면증 등의 신경안정에도 효과가 있어 불면을 치료한다. 또한 대추를 다른 약재들과 함께 사용하면, 다른 약재들의 제 각각의 날카로운 성질들을 중화하고 조화를 이뤄 전체적인 약효를 높이는 작용을 한다. 마른 대추 100g에는 60㎎의 비타민C가 함유되어 있는데, 이는 같은 양의 사과나 귤보다도 많은 함량이다. 그래서 대추는 비타민C의 왕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렇게 성질이 다른 생강과 대추를 이용하여 차를 끓이면 생강대추차 혹은 대추생강차가 된다. 이렇게 순서를 바꾼 두 가지 이름으로 부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추나 생강 중 어느 것의 함량을 더 많이 넣느냐에 따라 그 이름이 결정되는 것이다. 생강을 대추보다 더 많이 넣어서 차를 끓이면 생강대추차가 되는 것이고, 대추가 더 많이 들어가면 대추생강차가 된다. 이는 서로 다른 두 가지의 기운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려있다. 몸살기가 심하고 으슬으슬 떨리는 증상을 보이면 약성이 열(熱)한 생강을 더 많이 넣으면 되고, 몸에 한기가 느껴지는 증상보다는 피로감이 더 심하고 나른하고 기운이 없을 때는 대추의 보(補)하는 기운으로 몸을 편안하게 다스려 주는 것이 좋다.

대추와 생강의 이런 다르지만 협력하여 몸을 돕는 성질들을 흔히 친구 관계로 비유하곤 한다. 즉, 함께 무엇인가를 도모해 나갈 때,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서 소극적으로 옴츠러들려고만 할 때는 생강같이 앞으로 쭉쭉 뻣어 나가면서 막힌 기운을 뚫어주는 친구의 역할이 필요하고, 일단 일을 진행하여 나아간 후 발생하는 어려움은 대추의 온화한 기운을 닮은 친구가 나서서 다독이며 자근자근 문제들을 처리하여 일을 이루어 나가야 함이 올바른 친구관계의 도리인 것이다. 

코로나 등 여러 문제들로 모든 것이 다 꽉 막힌듯한 답답함으로 인해, 경제적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생강대추차의 나아가는 기운을, 혹은 대추생강차의 다독이며 어려움을 차근차근 풀어가는 기운을 배워보면 좋지 않을까?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춥거나 감기 몸살로 오한을 느낄 때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약차로는 생강대추차 혹은 대추생강차가 제격인 듯 싶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