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 경마공원(렛츠런파크)에 신입사원이 입사했다. 그는 사람이 아니다. 로봇이다. LG전자 가이드봇 ‘클로이(CLOi)’가 경마공원에 투입됐다. 클로이는 LG가 만든 2세대 스마트로봇이다.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안내·광고·보안 역할을 수행한다. 본체 앞·뒤에 달린 LCD 디스플레이를 터치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가령 ‘농협은행이 어디야’라고 물으면 약도를 보여주며 에스코트 해준다. 안내가 끝나면 정해놓은 동선에 따라 움직인다.
5일 오전 경마장 본관 1층 고객센터 앞을 돌아다니는 클로이를 만났다. 클로이는 마스크 쓰기 등 코로나19 감염예방 활동을 홍보하고 있었다. 키가 제법 커서 멀리서도 잘 보인다. 동그란 눈을 끔뻑이며 나긋나긋 말하는 게 귀엽다. 시나리오에 의존하고 있어 일상 언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점은 아쉬웠다. 소통이 원활해야만 쓰임새도 많아질 걸로 예상된다. 재미요소도 있다. 전면 3D 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다음 개인번호로 전송받을 수 있다.
클로이는 ‘CLever’ ‘Operating’ ‘intelligence’ 앞 글자를 땄다. 이름처럼 영리하다. 장애물이 있으면 알아서 피해 간다. 길이 완전히 막히면 ‘주행 중이니 잠시 비켜 달라’고 정중히 요청한다.
클로이는 배터리 구동방식이다. 충전하는데 5시간, 연속 운영시간은 10시간이다. 배터리가 부족하면 로봇청소기 마냥 충전기로 돌아간다. 충전하러 가다가 서비스 요청이 있으면 먼저 수행하도록 설정이 돼있다. 배가 고파도 할 일은 하는 친구다.
리셋버튼은 기기 뒷면 오른쪽 상단에 노출돼있다. 버튼을 누르면 작동을 멈춘다. 고의로 혹은 실수로 버튼을 누르면 어쩌나 싶지만 이건 의무다. LG전자 관계자는 “서비스 로봇 기본 스펙”이라며 “엘리베이터에 사람이나 물건이 끼면 멈추도록 비상버튼이 있듯이 비상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기능은 보이는 곳에 위치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클로이는 한국어와 영어 두 개 언어를 지원한다. 외국인 방문이 많은 점을 감안해 중국어와 일본어도 추가될 예정이다. 본체 전면에 달린 감시 카메라로 보안 순찰 모니터링도 수행한다.
한 시민은 “움직이는 게 약간 불안해 보이지만 (일을) 잘하는 거 같다”며 “요즘 다 저런 걸로 하고 있어서 거부감은 없다”고 말했다. 클로이와 사진을 찍은 또 다른 시민은 “재밌고, 신기하고 써볼 만하다”며 “분쟁이 없으려면 사람보다 이런 기계가 많이 도입돼야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국내 로봇 솔루션을 선도하고 있다. 가이드봇 외에 배송, 서빙에 특화한 서브봇, 강력한 살균기능을 탑재한 UV-C봇 등 신 모델을 개발했다. 로봇 팔 등 산업용 라인업도 구축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클로이는) 에스코트 수요에 부응하고 광고 효과를 극대화해 반응이 좋다”며 “기본 솔루션 외에 고객이 원하면 개발업체와 협업해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사회는 클로이를 3개월간 이용해보고 반응에 따라 두 대로 늘릴 예정이다. 지역에서 열린 경주를 중계해주는 날이어서인지 금요일 오전부터 마권을 사려는 이들이 많았다. 경마공원은 1년 만에 재개장했다. 클로이가 바빠진 일손을 덜어 주리라 기대한다. 경마공원이니까 말을 본뜬 로봇이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