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SNS 정치가 역풍을 맞고 있다. ‘이 대표의 핸드폰을 뺏어달라’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발단은 제2차 전당대회 직후 이어진 ‘청년층 탈당 러시’ 진실공방이었다. 지난 5일 제2차 전당대회를 통해 윤석열 후보가 홍준표 의원을 누르고 당 대선후보로 선출되자 이에 반발한 2030세대 당원들이 잇따라 탈당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당 일각에선 ‘과장된 수치’라는 주장이 나왔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 8일 언론을 통해 “중앙당 집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제2차 전당대회 종료부터 현재(8일 오전)까지 확인된 탈당자 수는 40명이 전부”라며 “청년층 탈당 러시는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 캠프의 윤희석 공보특보도 같은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평소 당원 증감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당 관계자가 밝혔다”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2030 조롱’이라고 자제를 촉구했다. 이 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 게시물 3건을 연달아 올리며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첫 번째 게시물에서 이 대표는 “무엇을 위함인지 알 수 없는 조롱과 역선택 주장으로 폄훼하면 돌아올 것은 역풍밖에 없다”며 “실망한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지향점을 제시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게시물에서는 “2030 탈당자가 40명 남짓이라는 허위정보를 유통하는 의도를 모르겠다”며 “심기 경호하는 것도 아니고 왜 방송 나가서 내용도 정확히 모르면서 이상한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2030을 조롱해서 얻고자 하는 정치적 이득은 무엇인가”라고 불쾌감을 강하게 표시했다.
마지막 게시물에서는 ‘전당대회 이후 탈당 원서 접수현황’ 문서사진을 함께 첨부한 뒤 “당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고위 당직자는 이런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정확한 자료를 가지고 이야기해야 한다”며 “젊은 세대에게 40명 남짓 탈당했다는 식으로 조롱조로 계속 이야기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했다.
이러한 이 대표의 공개적인 행보에 일부 보수 지지자들은 게시글 하단에 댓글을 달고 반발했다. 관련 페이스북 게시물 하단에는 “당 대표인지 정치평론가인지 모르겠다”, “언론에 조심스러운 발언을 기대한다”, “굳이 구체적인 탈당 인원에 대표가 나서서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이 대표와 한 네티즌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방송내용을 몰라서 그런데 굳이 논란을 부추길 필요까진 없어 보인다. 그냥 당사자에게 말로 직접 전하면 될 문제 아닌가”라고 했고, 이 대표는 “모르는데 왜 댓글을 다는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 대표는 또 “모르면 모르는 사람이 조용히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핸드폰을 뺏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9일 ‘이준석 당 대표의 스마트폰을 뺏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글에서 청원인은 “30대 서울사는 청년이다. 한때 나도 이준석 지지자였다”며 “이준석과 윤석열을 지지하기 위해 국민의힘 당원 가입도 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를 철저히 배신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SNS 정치를 강하게 문제 삼았다. 청원인은 “당 대표가 되고 윤석열, 원희룡 등 유력 대선후보들에게 매일같이 키보드 배틀질을 했다. 2030 일부 자신의 지지자들을 선동해 다수의 상식적인 2030 국민의힘 지지자들과 국민을 실망시켰다. 갈등 과정을 자신의 SNS에 매일 떠벌리며 당대표로서의 역할을 망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가 스마트폰으로 대한민국 정치사에 끼친 해악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대한민국 평화를 위해 이 대표의 스마트폰을 압수하고 그의 모든 SNS 계정을 강제탈퇴시켜 한국에 사는 2030 상식적인 젊은이들에게 더 이상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막아달라”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은 게재 당일 오전 10시 기준 5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사전 동의 100명 이상’ 기준을 충족, 현재 ‘공개 검토’ 단계를 밟고 있다.
한편 이 가운데 과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발언이 회자되기도 했다. 진 전 교수는 지난 8월 JTBC 방송에 출연해 “캠프들이 싸우면 중간에서 대표가 말려야 하는데 대표가 나서서 캠프들과 싸우고 있다”며 “스타의식이 너무 강해서 자기 개인 정치를 한다. 정치를 일종의 컴퓨터 게임으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