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오프’ LCK 10개 팀, 총성 없는 전쟁 시작… 최우선 과제는?

‘시즌 오프’ LCK 10개 팀, 총성 없는 전쟁 시작… 최우선 과제는?

기사승인 2021-11-11 07:00:02
LoL e스포츠 최고의 축제이자 한 해의 피날레인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이 지난 6일(한국시간) 막을 내렸다. 선수들은 줄곧 서로를 겨눴던 칼을 내려놓고 긴 휴식기에 들어갔다.

반면 각 구단 프런트들의 시선은 벌써 다음 시즌을 향해있다. 신발 끈을 고쳐 묶고, 이적 시장에 뛰어들 준비에 한창이다. 프런트는 자유계약선수(FA) 재계약 및 영입, 사령탑 인선 등이 이뤄지는 오프 시즌의 주연 배우다. 오프 시즌 결과에 따라 다음 시즌 희비도 갈릴 확률이 큰 만큼, 선수와 접촉이 허가되는 16일 오전부터는 물밑에서 총성 없는 치열한 전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는 이번 롤드컵 4강에 3개 팀이 진출하는 등 리그 내 팀 간 경쟁력이 상향평준화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오프 시즌을 통해 팀 구성에 지각변동이 일어난다면, 다음 시즌 양상은 올해와 정반대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10개 팀의 사정을 들여다보고, 예상되는 오프 시즌 행보를 대략적으로 그려봤다.

담원 기아 선수단. 왼쪽에서부터 김동하와 김건부, 허수.   라이엇 게임즈 제공

◇ 롤드컵 2연패 놓친 담원 기아, ‘쇼메이커-캐니언’ 잡아라

FA(주축 선수 기준) : ‘칸’ 김동하, ‘쇼메이커’ 허수, ‘캐니언’ 김건부, ‘베릴’ 조건희

가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팀은 주전 5인방 중 4명과 계약이 종료되는 담원 게이밍 기아다. 

이 가운데 김동하와는 결별이 확정적이다.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김동하는 은퇴를 선언한 상황이다. 문제는 미드라이너 허수, 정글러 김건부와의 재계약 여부다.

허수와 김건부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미드-정글 듀오다. 오프 시즌 최고의 ‘핫’ 한 매물 중 하나다. 업계는 두 선수가 시장에 나오면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거라고 보고 있다.

일단 담원 측은 허수, 김건부와의 재계약에 사활을 걸겠다는 각오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재계약 금액을 제시할 계획이다. 타 구단과의 경쟁에서 쉽사리 물러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롤드컵 2연패 도전 좌절은 담원 기아로선 악재다.

지난해 롤드컵에서 우승한 담원 기아는 이번 대회에서 2연패를 노렸지만 중국의 에드워드 게이밍(EDG)에게 패했다. 2연속 우승에 성공했다면 전무후무한 ‘쓰리핏(3-peat·3연속 우승)’ 도전이라는 공통의 목표로 뭉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거액을 제외하곤 선수들의 잔류에 영향을 미칠 이렇다 할 수단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조건희와의 계약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조건희는 팀의 책사와도 같은 선수다. 게임에 대한 높은 이해도, 경험 등을 고려하면 조건희와 비견될 서포터 선수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드물다. 그러나 조건희 역시 일 년 새 몸값이 훌쩍 뛴 만큼 담원 기아가 선택과 집중을 해야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아래 쪽 김태민과 곽보성. 위는 김광희.   라이엇 게임즈 제공 
  
◇ ‘리빌딩 암시’ 젠지, ‘반지원정대’의 행방은?

FA(주축 선수 기준) : ‘라스칼’ 김광희

젠지e스포츠의 주축 선수 5인 가운데 FA가 되는 선수는 탑 라이너 김광희 뿐이다. 현재로서 김광희와 재계약 가능성은 낮다. 김광희 역시 인터뷰를 통해 이별을 암시했다.

다만 업계는 나머지 선수들과의 상호 계약 해지 등을 통해 젠지가 ‘새 판 짜기’에 돌입할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보고 있다. 2020년 리그의 내로라하는 선수들로 ‘반지원정대’를 구축한 젠지는 우승 앞에서 번번이 좌절하며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뒀다. 이에 내년 팀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고 선수단에게 예고한 아놀드 허 젠지 한국 지사장은 이번 롤드컵 4강전이 끝난 뒤엔 “리빌딩을 준비하기 위한 오프시즌을 기대하고 있다”고 SNS에 적었다. 몇몇 코어 선수들을 중심으로 다시금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 사령탑 선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젠지는 9일 오랜 기간 코치·감독으로 팀을 이끌었던 주영달 감독과 상호합의 하에 계약을 종료했다. 코칭스태프의 지도력 문제가 오랫동안 도마 위에 올랐던 젠지로선, 스타급 감독 영입에도 만만찮은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오프 시즌 돌풍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은 팀이다.

'페이커' 이상혁.   라이엇 게임즈 제공

◇ T1의 심장, 1년 더?

FA(주축 선수 기준) : ‘페이커’ 이상혁, ‘커즈’ 문우찬

T1의 최대 숙제는 ‘페이커’ 이상혁의 잔류다. 

이상혁은 T1의 심장으로 통한다. 2013년부터 T1에서 ‘원클럽맨’으로 뛰며 리그 9회 우승, 롤드컵 3회 우승 등을 달성했다. 프로게이머로선 노장으로 분류되는 이상혁은 현재도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롤드컵에서도 신예들과 함께 4강 진출을 합작했다.

T1은 지난해 2월 이상혁과 3년 계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이상혁이 T1과 2+1 계약을 맺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이상혁의 기본 계약은 올해로 종료된다. 그간의 행보를 볼 때 이상혁이 잔류 의사를 밝힐 확률이 크지만, 만약 재계약이 결렬 될 경우 국내‧외 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정글러 문우찬과의 재계약 여부는 불투명하다. 2020시즌 주전 정글러로 뛰었던 문우찬은 서머 시즌 ‘오너’ 문현준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다. 롤드컵에서도 전 경기 결장했다. 2022년까지 계약 되어 있는 ‘엘림’ 최엘림까지 총 3명의 정글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교통정리가 예상된다.

'쵸비' 정지훈.   라이엇 게임즈 제공

◇ 한화생명e스포츠, 쵸비-데프트만 잡는다면…

FA(주축 선수 기준) : ‘쵸비’ 정지훈, ‘데프트’ 김혁규

한화생명의 과녁은 뚜렷해 보인다. 팀의 코어 정지훈과 김혁규의 잔류다.

올해 한화생명의 유니폼을 입은 둘은 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탑 라이너와 정글러가 다소 부침한 상황에서도 캐리력을 발휘해 팀을 롤드컵 8강까지 이끌었다. 올 한해 무시 못 할 성과를 거둔 만큼, 차기 시즌 더 높은 목표를 위해선 둘의 잔류가 필수적이다. 둘 모두 잡을 수만 있다면 오프 시즌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지훈은 이번 오프 시즌 초대형 매물이다. 타 구단의 구애가 빗발칠 가능성이 높다. 정지훈의 의사 또한 중요하다. 자금력이 탄탄한 구단이지만, 쉽사리 재계약을 확신할 수 없는 이유다.

◇ ‘매운 맛’ 농심, 오프 시즌에는 어떨까

FA(주축 선수 기준) : ‘덕담’ 서대길, ‘켈린’ 김형규, ‘고리’ 김태우

농심 레드포스는 올 서머 시즌 도중 1위에 오르는 등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막판 뒷심 부족으로 롤드컵 출전권을 얻지 못했지만, 다음 시즌을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농심의 오프 시즌 행보는 예측이 쉽지 않다. 그간 농심 프런트가 밝힌 구단 운영 철학으로 미뤄 보면 팀 전력 보강에 최대한 힘쓰되, 불필요한 대형 영입을 시도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차적인 목표는 ‘집토끼 단속’이 유력하다. 이 가운데 원거리 딜러 서대길과 서포터 김형규는 올 시즌 리그 최상위권 기량을 펼쳤다. 수준급 바텀 듀오가 부족한 리그 사정상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재계약 실패 시 출혈이 크게 예상되는 만큼 농심은 둘의 잔류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플라이' 송용준.   아프리카 프릭스 제공

◇ 아프리카 프릭스, 또 한 번 공격적인 투자 나설까

FA(주축 선수 기준) : ‘드레드’ 이진혁, ‘플라이’ 송용준, ‘뱅’ 배준식, ‘리헨즈’ 손시우

담원 기아와 마찬가지로 팀의 주축 대부분과 계약이 종료되는 아프리카 또한 오프 시즌 행보를 점치기 쉽지 않다. 다만 그간 공격적인 투자를 꾸준히 해 온 팀이기에 적잖은 기대가 모인다.

관건은 아프리카가 팀 내 상체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느냐다. 이진혁과 송용준은 수준급 기량을 갖췄지만, 몇 년째 한계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만약 아프리카가 ‘새 얼굴’을 찾는다면 ‘기인’ 김기인이라는 확실한 코어 선수를 갖춘 점은 영입 과정에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팀 내 계약이 만료되는 선수 가운데 재계약 여부가 가장 불투명한 선수는 배준식이다. 과거 리그를 대표하는 원거리 딜러였던 배준식은 미국 생활을 끝내고 LCK에서 명예회복에 도전했지만 서머 시즌 ‘레오’ 한겨레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다. 현재로선 이별이 유력해 보인다.

아프리카가 하단에서 변화를 꾀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올 시즌 한겨레와 배준식, 손시우의 기량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은 만큼 시장에서 해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오프 시즌 다크호스 KT, ‘도란’부터 잡아라

FA(주축 선수 기준) : ‘도란’ 최현준, ‘블랭크’, 강선구, ‘도브’ 김재연, ‘쭈스’ 장준수

KT 롤스터는 오프 시즌의 다크호스다. 2017년엔 LCK 최초의 슈퍼팀을 결성하며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지난해 오프 시즌 결과는 바람과 달리 썩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대기업 산하 게임단인 만큼 언제든 대규모 투자의 여지가 남아 있어 올해 역시 KT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전력 보강에 앞서 우선돼야 할 것은 탑 라이너 ‘도란’ 최현준의 잔류다.

서머 시즌 정규 리그 7위라는 팀 성적과 별개로, 최현준은 기량은 최상위 선수에 버금갔다. 라인전을 비롯한 각종 지표에서 선두권에 자리하는 등 ‘1티어’ 탑라이너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오프 시즌을 통해 몇몇 팀의 탑 라이너의 공백이 예상되는 만큼, 최현준은 시장에서 매우 매력적인 카드가 될 전망이다. KT로선 선수가 만족할 만한 제안과 더불어 팀 구성 변화 등 다양한 방면을 통해 최현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 대규모 계약 종료 리브-프레딧… 잠잠한 DRX

리브 FA(주축 선수 기준) : ‘써밋’ 박우태, ‘페이트’ 유수혁, ‘프린스’ 이채환, ‘에포트’ 이상호
프레딧 FA : ‘호야’ 윤용호, ‘엄티’ 엄성현, ‘라바’ 김태훈, ‘헤나’ 박증환, ‘딜라이트’ 유환중

리브 샌드박스와 프레딧 브리온은 선수단과 대거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다. 리브는 서머 시즌부터 활약한 ‘크로코’ 김동범을 제외한 주축 선수 5명과 계약이 종료된다. 프레딧은 주전 5인 외에, 시즌 중간 모습을 드러내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치프틴’ 이재엽, ‘야하롱’ 이찬주도 계약 만료다. 

리브는 올 시즌 두려움을 모르는 팀 컬러를 앞세워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팬 층도 생성했다. 우선적으론 기존 선수 잔류에 힘을 쓸 것으로 보이지만, 9일 매체 인터뷰에서 수뇌부가 ‘화수분(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 게임단을 지향한다고 밝힌 만큼 100% 재계약은 장담하긴 힘들다.  

프레딧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LCK 막내로서 담원 게이밍 기아를 꺾는 등 반전 매력을 보여줬지만 한계도 노출했다. 재계약 여부와 추가 영입을 놓고 수뇌부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최하위 DRX는 주축 5인과 내년에도 동행한다. 공격적인 영입에 나설지는 미지수지만, 지난해 ‘킹겐’ 황성훈을 영입한 만큼 일부 포지션의 전력 보강 가능성은 열려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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