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임상 관리부실 의혹, 백신 불안감 증폭 곤란해”

“화이자 임상 관리부실 의혹, 백신 불안감 증폭 곤란해”

임상시험 관계자 “이중맹검 위배, 부작용 사후관리 부실”
화이자 “조사 중”… 정부 “외국 허가당국 판단 살피겠다”
“과정 잡음 불가피… 백신 효과는 입증”

기사승인 2021-11-16 07:00:02
서울 마포구 코로나19 백신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을 접종을 하고 있다.   쿠키뉴스DB
화이자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이 졸속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국내 접종자 과반이 화이자 백신을 맞은 가운데 정부는 기업과 해외 의약품 당국의 판단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화이자 백신의 코로나19 감염 예방 및 중증화 효과가 입증된 만큼, 최근 논란이 백신에 대한 불신을 강화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임상시험 관계자 “이중맹검 위배, 부작용 사후관리 부실”

앞서 2일 영국의학저널(BMJ)에 화이자와 바이오앤테크가 공동으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BNT162b2의 임상시험 과정상 문제를 폭로하는 내용의 ‘코로나19: 연구자가 고발한 화이자 백신 임상시험 데이터 무결성 문제’(Covid-19: Researcher blows the whistle on data integrity issues in Pfizer’s vaccine trial) 보도가 게재됐다. 

보도는 3상 임상시험에 참여한 업체 벤타비아리서치그룹(Ventavia Research Group)에서 지역 책임자를 맡았던 브룩 잭슨(Brook Jackson)의 진술에 기반해 △실험실 관리 부실 △이중맹검 원칙 위배 △피험자 관리 소홀 등을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화이자의 한 임상시험 기관에서는 백신을 주사하는 데 사용된 바늘이 비닐봉투에 버려졌다. 바늘을 비롯한 날카로운 의료폐기물은 안전하게 폐기하기 위한 전용 박스에 수거해야 하지만, 이 규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백신을 주사하는 중 이중맹검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중맹검은 피험자 가운데 위약을 맞은 이들과 실제 백신을 맞은 이들이 누구인지 피험자는 물론, 연구자들도 모르도록 하는 실험 원칙이다. 화이자 백신 임상시험 당시 백신 포장에 피험자의 식별 번호가 적힌 채 노출돼, 어떤 피험자가 백신을 맞았는지 공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피험자들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다는 문제점도 언급됐다. 피험자들은 투약 직후 의료진의 모니터링 없이 복도에 방치됐으며, 부작용을 경험한 피험자들에 대한 사후관찰이 충분 기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임상시험 매뉴얼을 벗어난 사례들도 보고되지 않았다는 진술도 보도에 담겼다.

화이자 “조사 중”… 정부 “외국 허가당국 판단 살피겠다”


보도 내용의 진위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제보자인 브룩 잭슨이 제공한 사진과 문서, 그의 진술에 의존한 보도이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게다가 브룩 잭슨은 이 같은 문제점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메일을 통해 알린 이후, 내부고발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벤타비아리서치그룹에서 해고됐다.

화이자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한국화이자 관계자는 “(BMJ 보도 내용의 진위파악 여부에 대해) 추가로 확인해 설명할 수 있는 사항은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한국화이자 측은 글로벌화이자로부터 조사 현황을 전달 받는 입장이다. 앞서 랄프 르네 라이너르트 글로벌화이자 백신사업부 의학부 사장은 “해당 보도의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며 “제기된 의혹에 대해 철저히 검토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라고 지난 8일 언론을 대상으로 개최한 설명회 자리에서 밝혔다.

정부는 화이자 측 입장과 해외 의약품 당국의 대응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화이자의 공식 입장이 어떻게 나오는지, 문제가 제기된 영국 등 외국 허가당국들의 입장 변화를 살피겠다"고 말했다. 다만 손 반장은 ”정보가 제한적인 만큼, 판단에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과정 잡음 불가피… 백신 효과는 입증”

이번 논란이 백신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조언이다. 코로나19 백신은 전통적인 방식과는 다른 과정을 거쳐 이례적으로 빨리 개발됐다. 따라서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와 미흡한 실수는 당연히 발생할 수 있으며, 그럼에도 백신의 효과는 현장에서 이미 입증됐다는 것이다.

김봉영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물론, 이스라엘을 비롯해 해외 여러 국가에서 화이자 백신의 대규모 접종이 이뤄진 후 감염 및 중증화 예방 효과가 나타났다“며 ”임상시험 과정 중 잡음이 발생했다고 해서 백신의 효과를 의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백신의 효과가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인지, 부작용 및 예후는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시간을 두고 진행해야 할 과제“라며 ”시판 후 모니터링 및 장기적인 부작용 조사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의학 저널은 연구자들의 다양한 시각과 연구 결과가 공유되는 곳“이라며 ”의학 저널에 게재된 글이라고 해서 모두 반박 불가한 사실인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국내 화이자 접종자 4010만명… 전체 접종완료자 53%

15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완료자 10명 중 5~6명은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이날까지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인구는 총 2136만7010명으로, 전체 접종완료자 4010만2583명의 53.2%를 차지했다.

이상반응 의심신고는 화이자 백신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백신별 접종 건수 대비 이상반응 의심신고 건수로 산출한 이상반응 신고율은 △화이자 0.37% △아스트라제네카 0.53% △얀센 0.57% △모더나 0.65%로 화이자가 가장 낮은 수치다. 

의심신고 대부분은 가벼운 이상반응 사례였다. 화이자 백신 이상반응 신고 총 17만3245건 가운데 96.3%에 해당하는 16만6882건은 일반적으로 예방접종 후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 근육통, 두통, 발열, 오한, 메스꺼움 등이었다. 사망은 0.2%(459건), 아나필락시스 의심은 0.5%(884건) 중환자실 입원·생명위중·영구장애 및 후유증 등 주요 이상반응은 2.8%(5020건) 등으로 집계됐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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