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문제로 주민 소란 신고가 들어온 인천의 한 빌라에 출동했던 경찰들이 흉기 난동자를 보고도 현장에 이탈한데다 피해자 가족보다 현장에 늦게 도착해 피해를 키웠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온라인에서 해당 경찰이 가해자에게 테이저건을 뺏겼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인천경찰청는 19일 공지를 통해 "최근에 온라인상에 올라온 '도망 간 여경, 칼부림 가해자에게 테이저건도 빼앗겼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전날 '여경 무용론'이 또 다시 거론될 정도로 경찰의 부실 대응 논란이 뜨겁게 확산하자 곧바로 청장 명의의 사과문을 냈던 인천경찰청은 이번에도 빠르게 반박문을 냈다.
사건은 지난 15일 일어났다. 경찰은 층간소음 문제로 4층 주민 A씨가 3층에 거주하는 B씨의 집을 찾아 소란을 벌였다는 신고를 받았다. 경찰은 A씨와 B씨 가족을 분리 조치했고 남성 경찰관은 1층에서 B씨의 진술을, 여성 경찰관은 3층에서 B씨 가족의 진술을 받았다. 그때 4층에 있던 A씨가 흉기를 들고 B씨의 집을 다시 찾아왔다.
여경은 지원요청을 이유로 1층으로 이동했고, 이 과정에서 소란을 듣고 1층에서 3층으로 뛰어올라오던 B씨와 마주쳤다. B씨는 KBS, JTBC 등을 통해 "같이 올라오는 줄 알았던 경찰관은 따라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동 현관문이 닫히면서 두 경찰관은 B씨 가족에 의해 A씨가 제압된 후에 올라왔다. A씨는 구속됐지만 B씨 가족들은 큰 부상을 입었고 경찰이 현장에서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온라인에선 "시민에겐 여경이 아닌 경찰이 필요하다" "경찰이 피해자를 지키지 않고 도망간 것"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인천경찰청은 전날 청장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시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은 소극적이고 미흡한 사건 대응에 대해 피해자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여경이 가해자에게 무기를 빼앗겼다'는 취지의 글이 확산됐다.
피해자의 지인이라고 주장한 누리꾼은 "경찰이란 사람이 상대한테 무기를 뺏기는 이 상황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군인으로 치면 총 뺏긴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내용은 캡처본 형식으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퍼져 공분을 일으켰다. 다만 이 누리꾼이 실제 B씨 가족의 지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건 당시 여경이 삼단봉과 테이저건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선 이 경찰이 무기를 빼앗겼기 때문에 가해자를 제압하지 못하고 현장을 이탈할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인천 경찰은 '가짜뉴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지만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관련 뉴스 댓글에는 경찰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대다수 해당 경찰이 가해자에 무기를 빼앗긴 상황도 아닌데 현장을 이탈했고, 그로 인해 보호받아야 할 시민이 위험에 노출됐다는 비판이다. '여혐(여성 혐오)'가 아닌 치안 문제라는 것.
한 누리꾼은 "(경찰이) 테이저건을 쏠려다가 뺏겼으면 '그래도 시민을 지키기 위해 노력은 했구나'라고 생각하겠는데 그냥 피한거는 더 용서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도 "(경찰이 무기를) 안 뺏겼으면 쏴야지 왜 현장에서 이탈하나" "테이저건이 있었지만 도망가서 빼았기지는 않았다는거네" "직무유기 증거 아닌가" "칼 든 사람 두렵고 무서운것 당연하다. 그런 것 감안해 경찰 되려고 한 것 아닌가" "직업 의식이 없다" 등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 2명은 대기발령 조처를 받았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