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동산 가격도 상당히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임기 말까지 해결 실마리를 찾겠다고 했다. 집값이 안정세에 접어들고 공급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부동산 안정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부동산 민심은 싸늘하다.
22일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날 있었던 문 대통령의 '2021 국민과의 대화-일상으로'에 대한 혹평이 잇따르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송구스럽다는 사과 말씀을 드렸다"며 " "(정부가) 좀 더 주택 공급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우리 정부 동안 역대 어느 정부보다 입주 물량이 많았다. 인허가 물량도 많았다. 앞으로 계획되는 물량도 많다"며 "지금 부동산 가격도 상당히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정부는 남은 기간 하락 안정세까지 목표를 두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다음 정부에까지 어려움이 넘어가지 않도록 해결의 실마리는 확실히 임기 마지막까지 찾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는 들끓었다. 이번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각종 규제로 집을 살수도, 팔수도 없는 상황에 몰렸는데 정부만 현실을 모르는 것 같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7억원 가던 아파트가 17억원이 되고 전세 살던 사람들이 전세가 올라 월세로 밀려가는 게 안정세인가"라고 물었다.
또 다른 누리꾼도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2~3배씩 올랐고 전셋값은 4년 전 집값보다 올랐다"며 "(무주택자는) 생존이 위협받고 지옥에서 살고 있는데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문 정부 들어 집값은 크게 뛰었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자료를 보면 지난달 수도권 상위 20%인 5분위 아파트값은 평균 15억307만원으로 나타났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10월(12억2754만원)보다 2억7553만원 올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7억2133만원) 대비로는 2배 이상 상승했다. 지난달 기준 서울의 상위 20% 아파트값은 23억673만원이다. 인천은 7억3874만원, 경기는 9억5950만원을 기록했다.
서울지역 중위 가득 소득과 집값 격차는 사상 최고치로 벌어졌다. 2019년 6월 기준 12.9였던 '연 소득 대비 주택구매가격 비율(PIR)'은 올해 6월 18.5로 상승했다. PIR은 주택 가격을 가구 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평균 소득을 가진 사람이 평균적인 집을 사기 위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8년 6개월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값이 뛰자 전셋값도 올랐다. 정부가 전세가격을 잡겠다며 지난해 11·19대책을 내놓았지만 1년여만에 10.25% 상승했다. 직전 1년(2019년 11월∼2020년 10월) 상승률인 5.02%의 2배를 넘는다.
전세 가격은 늘고 매물은 줄어들면서 월세 거래량은 치솟았다.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낀 거래 건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월세 서울에서 반전세 등 월세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량은 5만6169건으로 집계됐다. 1~11월 기준 직전 최고치인 지난해 월세량(5만4965건)을 이미 넘어섰다.
월세 가격도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은 지난달 123만4000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112만원) 보다 10.2%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 평균 월세는 지난달 80만2000원 작년보다 12.5% 올랐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괴리감을 느꼈다는 이들이 나온 이유다.
한 누리꾼은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 "또 집값 오르겠다. '우리 정부는 집값만큼은 자신 있다'고 했는데 이렇게 된 것을 진정 모르는가"라고 지적했다. 2년 전 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발언에 대한 비판이다.
이외에도 "같은 나라에 살고 있는 것 맞나" "정부가 대출 막아서 억지로 조정국면온 것 아닌가" "집값도, 세금도 역대급 정부" "부동산 문제는 '여러 차례 사과드렸다'가 끝인가"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100분 내내 온통 '자랑'만 가득했다"며 "사과는커녕 반성조차 없었다"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부동산 문제는 자신있다고 장담하고 싶다'더니 이제 와서야 '어려운 문제'란다"라며 "여전히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자랑은 빼먹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년동안 집 없는 서민이 '전세 난민'이 되고 '벼락 거지'로 전락한 대한민국이다"며 "그 5년 동안 가계부채 규모가 GDP 규모보다 더 큰 전 세계 유일한 나라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이다"고 날을 세웠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