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조문을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초 "전직 대통령이시니까 가야 하지 않겠나"라며 조문을 가는 쪽에 무게를 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전두환 옹호 논란'이 다시 거론되며 심상치 않은 여론 기류가 흐르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를 겨냥해 여권은 "광주 와서 사과한다 했던 건 결국 쇼"라며 공세를 높였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날 CBS '한판승부'를 통해 "윤석열 후보가 조문을 가니 마니 오락가락했단 것을 보면 결국 지난번 광주에 와서 사과한다 그랬던 건 결국 쇼였던 것이 다시 밝혀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강 전 정무수석은 "역시 윤석열 후보는 그런 부분에서 진실되지 못한 것 같다"며 "그때도 광주 올 때 '진짜 전두환 정치가 좋은 정치냐, 아니냐를 말해라' 이런 요구를 수도 없이 했는데 그 말은 안하고 당시에 그냥 사과하러 왔다고 그래서 성명 하나 읽고 갔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두환 정치에 대해서는 당시에 사과한 것도 형식적이었던 것 같고 이번 조문 오락가락한 것도 보면 그걸 반증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윤 후보는 조문을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다시 조문을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돌아가신 분에 대해서는 삼가 조의를 표하고 유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전직 대통령이시니까 가야 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돌아가셨고 상중이니까 정치적인 이야기를 관련 지어서 하는 건 시의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윤 후보의 이 발언은 조문을 가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됐다. 이후 국민의힘 공보실은 기자단 공지를 통해 "전직 대통령 조문과 관련해 윤석열 후보는 조문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윤 후보가 2시간여만에 이같이 입장을 정리한 것을 두고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 때처럼 조문에 따른 역풍을 의식한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윤 후보는 지난달 19일 "우리가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광주 민주화운동)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한 이후 '개 사과' 논란까지 겹치며 뭇매를 맞았다. 윤 후보는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지난 10일 광주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송영길 당 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조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