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은 모두를 망가뜨리는 중대범죄. 피해예방, 피해자 보호, 가중처벌 등 여성 안전을 위한 특별대책을 강구하겠습니다"
스토킹·데이트폭력으로 여성을 무참히 숨지게 한 사건이 잇달아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데이트폭력은 중대범죄'라며 여성 안전 특별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는 과거 자신이 조카의 데이트폭력 중범죄 변호를 맡았던 일을 사과했는데 이를 두고 온라인에선 "데이트폭력 아닌 살인 사건"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 안전을 위한 특별대책을 강구하겠다면서 "제 일가 중 일인이 과거 데이트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돼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미 정치인이 된 후여서 많이 망설였지만 회피가 쉽지 않았다"며 "그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사죄했다.
이 후보는 "데이트폭력은 모두를 불행에 빠뜨리고 처참히 망가뜨리는 중범죄"라며 "제게도 이 사건은 평생 지우지 못할 고통스런 기억이다. 어떤 말로도 피해자와 유족들의 상처가 아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예방을 위한 교육 등 사전방지조치와 가해행위에 대한 가중처벌은 물론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별한 조치가 검토돼야 한다"며 "여성과 사회적 약자, 나아가 모든 국민이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가 언급한 '데이트폭력 중범죄'는 지난 2006년 5월 서울 강동구에서 벌어진 '모녀 살인사건'을 말한다. 이 후보 조카 김모씨는 헤어진 여자친구가 살던 집을 찾아가 흉기로 전 여자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각각 19번, 18번 찔러 살해했다. 전 여자친구의 부친은 사건 당시 5층에서 뛰어내려 중상을 입었다. 당시 이 후보는 이 사건의 1·2심 변호를 맡았고 김씨는 2007년 2월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그러자 일부 누리꾼들은 "사실을 정확히 명시하라"며 진정성이 없는 사과라고 지적했다. 살인사건을 '데이트폭력 중범죄'라고 뭉뚱그려 심각성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 누리꾼은 이 후보의 게시글에 댓글로 "살해된 여성의 어머니가 함께 살해됐고 아버지는 장애가 남았다. 사과하려면 사실 정확히 명시하고 사과해야지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친여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쓴소리가 나왔다.
한 누리꾼은 "알려진 것 중 이재명에게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라고 생각한다"며 "변호한 죄목이 너무 커서 이 점은 실드가 힘들긴 하다. 앞으로 이 부분을 얼마나 잘 헤쳐 나갈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이재명 디스카운트의 한 축인 건 사실" "여친, 여친 엄마 살해하고 여친 아빠 중상입힐걸 데이트폭력으로 뭉개고 이제서야 랜선사과" "국선변호사도 있지 않나" "저건 좀 센 것 같다" 등 반응이 있었다.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선 "변호사가 변호를 한 것" "이재명한테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네" "차라리 이렇게 끊어내야 가족리스크가 없다" 등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이민석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은 인권 변호사가 아니다"라는 글로 이 후보를 저격했다.
이 변호사는 "이재명은 파렴치한 사회악들을 변호했다"며 이 후보가 조카의 교제살인 변호를 맡았던 당시 '심신미약'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후보가 변호했던 또 다른 교제살인 사건을 거론했다. 2007년 8월 연인관계에 있던 여성 A씨가 헤어지자고 하자, 흉기와 농약을 준비한 B씨가 그의 집을 찾아가 A씨의 딸이 보는 앞에서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사건이다.
이 변호사는 "이재명은 딸 앞에서 어머니를 죽인 자가 심신상실이라고 변호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자이지만 겨우 징역 15년만 선고받았다. 내년 8월이면 이자의 형기는 만료된다. 유족인 딸의 공포도 클 것"이라고 했다.
또 이 변호사는 "2개 살인사건의 중간인 2007년 3월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4명이 범죄단체구성 등으로 기소됐는데, 이재명은 그중 2명을 변호했다"며 "이것이 인권변호사를 자처하는 이재명의 본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