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2개월 연속 둔화됐다.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에 시장 유동성이 위축되며 집값 상승세가 꺾이는 모습이다. 집값 전망 역시 하락을 점치는 이들이 늘어났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29일 KB부동산의 ‘월간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11월(15일 기준) 수도권의 주택 매매가격은 1.11% 상승해 전월(1.27%)대비 상승세가 완화됐다. 수도권 매매가격 상승세는 지난 10월부터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와 인천이 각각 1.28%, 1.54% 상승한 가운데 서울은 0.73% 올라 지난달(1.10%)보다 상승세가 크게 위축됐다.
서울의 11월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아파트가 1.06%로 오른 가운데 연립주택이 0.35%, 단독주택이 0.11% 상승하며 0.73%를 기록했다. 자치구별로는 서초구(1.25)와 강남구(1.24%), 노원구(1.18%), 강서구(1.06%) 등이 다른 구보다 조금 더 상승했다.
수도권의 집값 상승세 둔화는 정부 공인통계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을 보면 11월 넷째 주(22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18%로 전주(0.21%) 보다 하락했다. 부동산원의 서울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지난 9월 셋째 주(0.21%) 이후로 11주째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집값 상승세 둔화 원인을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에서 찾고 있다. 기준금리는 지난 8월 26일 0.25%p, 이달 25일 0.25%p 올라 1%대에 진입했다. 1년 8개월 만에 제로금리 시대가 종료됐다. 여기에 시중은행들이 8월부터 정부의 가계부채 총량 규제 방침에 따라 일부 대출의 취급을 중단하거나 한도를 축소했으며, 10월에는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조기 시행하는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집값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앞으로는 공급 문제가 충분히 해소될 것”이라며 “그에 힘입어 부동산 가격도 상당히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 정부는 남은 (임기) 기간 (집값) 하락 안정세까지 목표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현장에서도 집값 하락을 점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KB부동산의 11월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94를 기록했다. 지난달 113보다 크게 하락한 수치다. KB부동산 가격 전망지수는 전국 4000여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지역의 가격이 상승할 것인지 하락할 것인지 전망을 조사한 지표로, 100에 못 미칠수록 하락 전망이 높다는 의미다.
다만 현장에서는 내년 3월 대선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종로구의 한 개업 공인중개사는 “지금은 대출이 안 나와 집을 사지도 양도세에 집을 팔지도 못 하는 상태”라며 “내년 3월까지는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 이후에는 상황이 조금 달라지지 않겠냐”며 “차기 대통령에 따라 시장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