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따르면 2일 서울 시내에 신고된 집회 및 행사는 총 90건이다. 총 신고 인원은 1만3명이다. 이중 절반가량은 노동 관련 집회다. 부당해고 철회와 임금·단체협상 체결, 정규직 전환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노동단체는 지난 10월부터 대대적인 집회를 실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0월20일 서울 서대문구 사거리에서 2만여명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 경찰이 집회 저지를 위해 서울 중구와 종로구 일대에 경찰 차벽을 둘렀지만 저지하지 못했다. 지난달 13일에도 서울 동대문구 평화시장 인근에서 2만명 규모의 전국노동자대회가 진행됐다. 지난달 27일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총궐기, 같은 달 28일에는 청년노동자대회가 서울도심에서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등의 노동현안 해결을 촉구했다.
예정된 집회도 있다. 민주노총은 다음 달 15일 서울 도심에서 민중총궐기를 진행한다. 지난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에는 주최 측 추산 13만명, 경찰 추산 6만8000명이 참가했다.
집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다. 도심에서 집회가 진행되면 도로 점거로 교통 체증이 발생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 노동자들은 집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동 현실이 너무나 열악하다는 이유에서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걸었다. 일부 실현됐다. 취임 후 지난해 말까지 공공기관 비정규직 19만여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실질적 처우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공기관 민간 위탁 사무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채용이 유지되고 있다. 채용 공정성을 둘러싼 갈등도 불거졌다.
공약에도 불구, 비정규직은 더욱 늘었다. 지난 8월 기준, 전체 임금노동자 2099만2000명 중 비정규직은 806만6000명(38.4%)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비정규직은 64만명 증가했다. 비정규직이 800만명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지난 10월 비정규직 노동자 28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중 76.2%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도 다수다. 2019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약 19%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다. 연차와 공휴일을 보장받지 못한다. 야간·연장근로수당 지급 의무도 없다. 부당해고와 전보를 당해도 구제받기 어렵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보호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노동단체 관계자들은 노동자 목소리 전달을 위해 집회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우문숙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보고서나 성명, 논평만으로 대정부 요구를 전달하면 아무런 반영이 되지 않는다. 더 강력한 방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코로나19 이후 노동자들의 삶이 더욱 힘들어졌다. 대선에서는 노동 의제가 아예 보이지 않는다. 집회를 멈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사무총장은 “정당이나 정치인은 자신의 목소리를 알릴 통로가 많지만 노동자는 그렇지 않다. 스스로 모여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할 수밖에 없다”며 “집회를 통해 (취약 계층의 목소리를 전달해) 우리 사회의 건강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