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도 알바도 “하” 외마디 한숨…좌초된 위드코로나 [가봤더니]

사장도 알바도 “하” 외마디 한숨…좌초된 위드코로나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1-12-16 18:05:22
방역패스 시행을 알리는 한 식당의 안내문구    한전진 기자
점심 시간이지만 한 식당이 텅 비어 있다   한전진 기자
45일 만에 ‘위드 코로나’가 좌초한 16일. 광화문 인근의 한 낙지 요리 전문점에선 깊은 한숨이 들려오고 있었다. 강화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조치에 점주 A씨는 “위드코로나로 반짝 기대를 했었는데, 연말 대목이 악몽으로 변해버렸다”라며 “감염자가 늘어난다고 하니, 이해는 가면서도 당장 생계가 걸려있으니 막막하다”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이날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로 제한하고 사적 모임 인원을 최대 4인까지 축소하는 고강도 방역 강화조치를 발표했다. 신규 확진자가 8000명에 육박하는 등 방역 상황이 악화하자 결국 ‘위드 코로나’를 중단하고 다시 거리두기로 돌아간 것이다.

연말 대목을 기대하던 자영업자들은 이 같은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지난해도 연말 장사를 다 날려 올해만큼은 희망을 걸어봤는데 마찬가지”라며 “단체 손님 예약은 아예 기대를 접었고, 점심 장사도 다시 매출이 쭉 떨어질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주변이 직장인 상권인 만큼, 회사들이 다시 재택근무에 들어가면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다. 

서울시 종로구에서 일하는 직장인 박모(31)씨는 “거리두기 강화가 예고되면서 미뤄진 저녁 약속이 5개가 넘는다”면서 “회사에서도 외부 접촉을 줄이라고 당부하는 만큼, 사무실 출근도 이전처럼 재택근무로 전환될 것 같은 분위기”라고 했다. 

거리두기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분노를 보이는 자영업자가 많았다. 인근에서 삼겹살집을 열고 있는 B씨 역시 “집단 감염이 발행하는 교회 같은 시설은 놔두고 애꿎은 식당만 잡고 있느니 화가 안 나겠나”라며 “방역패스로 한참 괴롭히고 이제는 영업시간마저 9시로 줄이니 이건 장사를 사실상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QR인증으로 방역패스를 확인하고 있는 손님   한전진 기자
저녁장사를 준비중인 한 종업원. 강화된 거리두기가 걱정이 된다 토로했다.   한전진 기자
호프집과 주점 등은 사실상 가게 문을 열 수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일반적으로 주점들은 오후 4~8시쯤 문을 열어 새벽까지 장사를 이어간다. 영업시간이 밤 9시로 제한되면 앞으로 가게를 열자마자 닫아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가 손실보장을 약속했지만, 지원 규모나 범위 면에서 그 효과가 신통치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인근 수송동의 한 퓨전요리집에서 일하고 있는 종업원 C씨는 “점심에는 카페, 저녁이 되면 호프집으로 전환해 영업을 하고 있는데, 오후 9시 영업제한이 시작되면 오후 매출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며 “점주도 종업원의 근무 시간 조정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이어 “예전에는 종업원 4명이 같이 일했지만 지금은 2명 뿐”이라고 토로했다.

종업원들도 강화된 거리두기에 근심이 늘었다. 연탄구이 식당에서 저녁 장사를 준비하던 종업원 D씨는 “사장님이 ‘의리’를 강조하며 해고한 종업원 하나 없이 지금까지 버텼는데, 앞으로 계속 매출 타격이 누적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면서 “위드 코로나로 근무시간이 늘어 급여가 잠깐 올랐었는데, 영업시간도 줄면 급여도 다시 줄지 않겠나”라고 털어놨다. 

자영업 단체들은 정부의 방역조치 강화에 비판을 가하며 확실한 손실보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또다시 방역의 책임을 소상공인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라며 “지금이야말로 방역강화에 따른 손실보상이 온전히 이뤄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도 입장문을 내고 “확진자 급증에 따른 비상조치라는 점을 이해한다”면서도 “영업시간과 인원 제한은 일상 회복을 준비하는 외식업계에 찬물을 끼얹었다”라고 꼬집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역시 전날 “방역협조는 끝났다”면서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되는 22일 광화문에서 대규모의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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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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