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국내 주요 제약기업들이 ‘혁신’을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를 새해 목표로 꼽았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되는 상황에도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현재까지 공시된 지난해 3분기까지의 매출을 기준으로 누적 매출이 1조를 초과한 제약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유한양행 △GC녹십자 등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수주 활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1조1236억93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084억6700만원, 순이익은 3142억7200만원 등이다. 앞서 2020년 한해 매출액이 1조1647억77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해는 예년보다 빠르게 매출을 끌어 올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5월 모더나와 코로나19 백신 완제품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가운에 mRNA 분야에 선두로 나섰다. 지난달 14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품목허가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제품이 국내에 정식으로 유통됐다. 식약처보다 앞서 필리핀(11월 26일)과 콜롬비아(12월 2일)의 의약품 당국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2분기 가동을 목표로 인천 송도에 위치한 4공장 내 mRNA 백신 원료 의약품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백신 이외의 코로나19 관련 의약품 분야에서도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바이오기업 엔졸리틱스와 코로나19 단일항체치료제 및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단일항체치료제에 대한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포주 개발, 임상 물질 생산, 임상시험계획신청(IND) 등의 절차를 지원한다.
한편, 일각에서 가능성이 언급된 바이오젠 인수는 추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젠은 미국 소재 바이오기업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공동으로 투자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최근 삼성 그룹이 바이오젠을 인수하기 위한 사전 검토를 마쳤다는 추정 보도가 나오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를 통해 “해당 내용은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린다”며 일축했다.
셀트리온, ‘렉키로나’ 공급 순항·바이오시밀러 성과 지속
셀트리온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1조2896억9502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348억4152만원, 순이익은 4671억9977만원 등이다. 앞서 2020년 한해 매출액은 1조8491억1553만원으로 집계됐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도전한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이자 유일하게 완성된 제품을 내놨다.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는 질병관리청을 통해 전국의 의료기관으로 분배되고 있다. 지난달 셀트리온제약은 질병관리청과 올해 1분기동안 전국의 코로나19 지정 치료기관에 5만명분의 렉키로나를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오시밀러 제품에서도 성과를 지속했다. 지난해 10월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에 대한 식약처 품목허가를 취득했다. 지난해 2월에는 유럽의약청(EMA), 12월에는 캐나다보건부가 각각 유플라이마를 허가했다. 결장직장암 치료제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 ‘CT-P16’의 경우, 현재 EMA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올해 상반기에는 치매 패취제를 본격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셀트리온은 알츠하이머 치매 패취제 ‘도네리온패취’에 대한 식약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도네리온패취는 치매 치료제로 알려진 도네페질 성분을 패취 제형으로 개발한 첫 사례로, 이전까지 도네페질은 경구 투여 제형만 존재했다. 셀트리온과 아이큐어가 공동 개발했으며, 셀트리온이 12년간 국내 독점 판권을 가졌다.
현재 셀트리온 그룹은 지배구조를 재정비하고 있다.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병합해 지주회사를 단일화하는 방식으로 체계를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6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자사의 최대주주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에서 셀트리온홀딩스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합병 후 단일화된 지주회사 체제와 안정된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지주회사 행위제한요건 충족 능력을 강화하고, 셀트리온그룹의 신규사업에 대한 활발한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준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유한양행 ‘사장 직속 ESG 경영실’ 도입
유한양행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1조2638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38억4400만원, 순이익은 834억0400만원 등이다. 앞서 2020년 한해 매출액은 1조6198억6500만원이었다.
유한양행은 ‘열정, 도전, 창조’를 새해 경영지표로 정했다.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신약을 개발하고, 신규사업을 확대하며 기업 가치를 제고할 방침이다. 최근 유한양행이 개발해 미국 프로세사 파마슈티컬즈에 기술수출한 기능성 위장관질환(GI) 치료제 후보물질 ‘PCS12852’이 FDA로부터 임상 2a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또 지난 2019년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했던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및 간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YH25724’의 임상1상 첫 환자 투약이 지난해 11월 개시되면서 유한양행은 마일스톤 1000만 달러(한화 약 120억)을 수령하게 됐다.
아울러 유한양행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사장 직속의 ESG 경영실을 신설했다. 환경오염물 배출을 최소화하고, 안전한 근로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윤리경영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유한양행 오창공장은 제약계에서는 최초로 무재해 16배수(1배수 95만2000시간)를 달성했다. 1999년부터 무재해 운동을 시작해 현재까지 22년 동안 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또한 유한양행은 현재 제지 기업과 협약을 체결하고 친환경 종이 패키지를 개발 중이다.
조욱제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작년 한해 팬더믹 상황에서도 혁신신약 개발, 신규사업 강화, 전략적 투자와 더불어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힘찬 도전을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50위권 제약사로 진입하기 위해 끊임없이 긍정적, 창의적, 열정적 사고를 바탕으로 현재의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한다” 며 “2022년 역시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을것으로 예상되지만, 중력이산(衆力移山) 즉, 힘을 합치면 산을 움직일 수 있다는 말처럼 모든 임직원들이 힘을 합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한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고 밝혔다.
GC녹십자, ‘세포치료제·디지털 헬스케어’ 미래 먹거리 모색
GC녹십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1조1355억38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875억8800만원, 순이익은 830억8700만원 등이다. 앞서 2020년 한해 매출액은 1조5041억1500만원이었다.
GC녹십자는 혁신과 내실화를 통한 역량 강화를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 GC녹십자는 유럽과 아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다졌다. 지난달 GC녹십자의 중증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ICV’는 유럽 의약청(EM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중국에서 A형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에 대한 품목허가를 취득하기도 했다.
내부적으로는 계열사를 정비·강화했다. 녹십자랩셀과 GC녹십자셀 등의 세포치료제 사업을 통합해 ‘지씨셀’을 출범했으며, SK C&C와 협약을 체결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주력 사업인 혈액제제를 필두로 해외시장 진출을 지속하면서, 맞춤형 헬스케어 시장을 개척한다는 목표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전세계가 속도를 줄이고 방향을 재설정하고 있는 지금이 바로 사고를 확장하고, 사람을 준비시키고, 시스템을 정비하고, 과정을 투명하게 할 최고의 적기”라며, “더 급진적인 변화를 시도할 때”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목적과 방향이 올바르다면 본질 이외의 것은 모두 바꾸며 변화를 시도할 것 △미래의 요청에 즉각 답할 수 있도록 더 확실한 실력을 갖출 것 △실력을 연마하듯 모든 분야에서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는 목표를 강조했다.
한편, 앞서 2020년 매출과 평년 매출을 고려하면 △한미약품 △대웅제약 역시 지난해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웅제약, 펙수클루정 국내 출시 도전
대웅제약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8499억58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639억7100만원, 순이익은 6000만원 등이다. 앞서 2020년 한해 매출액은 1조554억2400만원, 2019년 한해 매출액은 1조1134억2600만원 등이었다.
대웅제약은 새해 경영방침으로 ▲고객 가치 향상 ▲변화를 주도하는 인재 육성 ▲오픈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성과 혁신 ▲글로벌 혁신신약 가치 창출을 제시했다. 대웅제약은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의 후발주자로서 도전을 앞뒀다. 지난달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P-CAB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정’의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HK이노엔의 ‘케이캡’과 경쟁하게 됐다. 케이캡은 지난 2019년 국내 출시 당시 ‘30번째 국산 신약’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연간 900억원대 처방 실적을 내고 있다.
전승호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전문의약품(ETC), 일반의약품(OTC), 나보타 각 사업의 성과를 통해 매출 1조 클럽을 수성하는 동시에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의미 깊은 성과를 거두었다”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환경 속에서 대웅제약의 글로벌 2025 비전 달성과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위해 회사의 혁신 동력 결집이 필요한 때”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전 대표는 “신기술 개발과 다양한 플랫폼 접목을 통해 질병 예방·치료·사후관리에 이르는 전 영역에서 고객의 가치를 향상시키자”며 “상반기 내 출시 예정인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정’, 당뇨병 신약 ‘이나보글리플로진’ 및 폐섬유증 신약, 자가면역질환 신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 신약 성과 가시화를 통해 글로벌 빅 파마로서의 도약에 박차를 가할 것”을 강조했다.
한미약품 “R&D 매진해 성과 지속할 것”
한미약품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8527억6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826억9200만원, 순이익은 595억9100만원 등이다. 앞서 2020년 한해 매출액은 1조758억5400만원, 2019년 한해 매출액은 1조1136억5000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한미약품은 ‘제약강국을 위한 지속가능 혁신경영’을 올해 경영 슬로건으로 선포했다. 신약 기술 R&D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해 나간다는 목표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백혈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FLT3 억제제 ‘HM43239’를 미국 기업 앱토즈 바이오사이언스에 기술수출했다. 계약금은 1250만달러(약 150억원)로 정해졌으며, 마일스톤으로 최대 4억750만달러(약 4850억원)를 수령할 전망이다. 아울러 한미약품이 앞서 2015년 미국 기업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했던 폐암 신약 ‘포지오티닙’은 지난달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우종수·권세창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탄탄한 내실성장을 토대로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에 더욱 매진하자”며 “확고한 준법과 윤리경영을 통해 업계의 모범이 되고, 실속있는 성장을 통해 지속가능을 이루며, 혁신경영을 완성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어 “전 지구적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깊은 터널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올해도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불확실한 시대를 헤쳐나가야 할지 모르겠다”면서도 “창조와 혁신은 평온할 때 그 힘이 발휘되지 않는다”며 “남들이 지나온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개척하자”고 강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