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청년간담회에 '스피커폰'으로 참석해 논란이 일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윤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를 전격 해산하고 2030 중심 실무형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하겠다고 공언한 날이다. 행사에 참여한 청년들은 분노했고 윤 후보는 결국 "청년들에게 큰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 후보는 5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기존 선대위 국민소통본부의 청년간담회 행사로 인해 청년들에게 큰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며 "저의 참석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국민소통본부에서 참석 예정이라 공지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 선대위를 해체하며 2030의 마음을 세심히 읽지 못한 저를 반성하고 잘하겠다 다짐했다. 그런 와중에 이런 사태가 벌어져 면목이 없다"며 "청년들의 비판 달게 받겠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을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윤 후보는 스피커폰 참석 논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박성중 의원의 해명이 또 다른 논란을 낳은 데 대해서도 사과했다.
윤 후보는 "박성중 의원의 부적절한 사과문에 대해서도 제가 대신 사과드린다"며 "박성중 의원에게는 대통령 후보로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의 의견을 듣는데 우리 편 청년과 다른 편 청년을 편 가르면 되겠나. 지금껏 저의 행보에 있어 그런 부분이 있었다면 그것도 철저하게 반성하겠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 국민소통본부는 이날 오후 화상회의 방식으로 전국 청년간담회를 진행했다. 당초 이 회의에 윤 후보가 참석할 것으로 공지됐으나 실제로는 권성동 의원이 윤 후보에게 전화를 걸었고, 후보는 스피커폰을 통해 짧은 인사만 남겼다.
윤 후보는 통화에서 "급한 일이 있어서 가지 못했다. 청년들과 함께 하겠다. 우리 다같이 이깁시다"라고 말했고, 권 의원은 "예, 감사합니다. 박수"라고 말했다. 이에 일부 참가자들은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 "청년 얘기를 듣겠다는 것 아니었나"며 불만을 터뜨렸다.
2030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들에도 "이런 취급 받고 지지하는 게 말이 되나" "2030을 XX 취급한다" "얼마나 2030이 우스웠으면 스피커폰으로 (간담회를) 했나" "난입해서 아수라장 만들려고 한 애들이 있다고 해도 간담회는 다수 의견이 있는 당 청년과 얘기하는 자기라 아닌가" "처음부터 청년들이 난동부리고 욕하고 간담회를 방해하지 않았다" "윤 후보가 노쇼에 스피커폰으로 짧게 할말만 하고 나갔는데 (청년들이) 화 나는게 정상 아닌가" 등 일부 누리꾼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소통본부장인 박성중 의원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의원은 간담회에서 "현재 SNS 전쟁은 '손가락 혁명군'에 의해 좌우된다"며 "젊은 여러분이 하루에 세 번씩 들어가서 한 10개 정도 기사에 클릭하고 공감을 표시해준다면 전체적인 여론은 바뀔 수 있다"고 당부해 논란이 더 커졌다.
또 박 의원이 일부 언론에 해명하는 과정에서 "이준석의 사보타주(태업)로 청년들이 호응하지 않아서 젊은 사람들과 소통을 계획했다" "청년 중 이준석 계열과 민주당 계열이 막 들어왔다"며 일부 참석자를 차단한 사실이 알려져 청년들의 공분을 샀다.
선대위 공보단은 공지를 통해 "윤 후보의 회의 참석은 예정돼 있지 않았다"며 "윤 후보는 권성동 전 총장의 현장 전화 연결을 받고 즉석에서 청년들에게 인사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소통본부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후보 참석 예정) 공지를 해 참석자들을 실망시켜 드린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박 의원도 이날 본부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