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두고 집값 하락 전망을 연일 내놓고 있다. 주택 매수심리 위축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집값 하락 지역이 늘어나 시장이 상승장에서 하락장으로 전환의 기로에 있다는 전망이다. 시장 안팎에서는 정부의 전망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직 하락장을 확신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그동안 주택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해 일정 조정 과정을 거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하향 안정세에 들어갔다고 보는 정부는 이를 확고한 시장 흐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정부의 전망 근거를 살펴보면 먼저 늘어나는 집값 하락 지역이다. 가격 하락이 관측되는 지자체 수는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으로 11월1주 6개에서 12월4주 30개로 늘어났다. 특히 서울은 은평(-0.02%), 강북(-0.02%), 도봉(-0.01%) 3개구의 가격이 하락했고, 전체 자치구의 76%가 상승률 0.05% 이하인 하락 경계점 이내로 진입했다. 서울의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5년 이하 신축주택도 하락세로 전환했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혀 보면 지난해 첫 하락 사례가 관찰됐던 12월2주 이후 불과 2주 만에 총 10개 시군구로 하락지역이 확대됐다. 지방 역시 하락지역이 늘어나는 가운데 지난해 집값이 가장 많이 상승한 세종은 12월4주 0.63% 급락하며 지난해 가격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정부는 올해 늘어나는 주택공급도 하향 안정세의 근거로 제시했다. 정부는 올해 입주 물량을 48만8000가구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보다 2만8000가구 많고, 최근 10년 평균에 비해서도 1만9000가구 늘어난 물량이다. 이 가운데 수요가 많은 아파트가 35만7000가구에 달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3년 54만가구를 포함해 2030년까지 시장 일각에서 공급과잉까지 우려할 정도의 매년 56만가구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게 공급일 것이고 단기적으로는 금리나 대출의 가용성 문제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인구구조 일 텐데 모든 변수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하는 요인”이라며 “그래서 추세적인 하락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전망은 아직까지 시장에 확고한 믿음을 주지는 못 하고 있다. 더욱이 전문가들과 여러 연구기관들은 올해 좀 더 시장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전망이 시장에 믿음을 주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역별 공급의 불일치 문제가 있어서다. 단적으로 정부는 올해 전국 입주 물량 증가를 바탕으로 전망을 내놓았지만 서울의 경우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지난해 보다 소폭 줄어들 전망이다. 노 장관도 “서울 지역 아파트는 2021년 대비 조금 줄어든다”며 물량 감소를 인정했다.
여기에 올해 8월 종료되는 계약갱신권 물량이 전세 시장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 계약갱신권이 종료된 전세입자들은 2년간 폭등한 전셋값을 감당할 수 없을 경우 주택 매수로 돌아설 수 있다. 이는 곳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주택산업연구원은 올해 매매가격이 2.5%, 전세 가격은 3.5%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도 올해 집값이 수도권 5.1%, 지방 3.5%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기는 마찬가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속한 주택공급과 함께 현재의 대출 규제가 유지될 때 정부의 하락세 전망이 실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집값의 하락 안정세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급을 늘리거나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 올해 입주물량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서울은 지난해 보다 줄어들고 수도권에서도 대략 1만호 증가에 그칠 것”이라며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2‧4대책에 포함된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수요 억제 차원에서 대출 규제가 하향 안정세에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