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코인)는 채굴량이 줄면 가격이 내려갑니다. 코인을 적게 채굴하면 희소성이 커지면서 가격도 오를 거로 생각할 텐데요. 코인의 희소성은 채굴량에 따라 결정되지 않습니다. 채굴량이 적어지면 오히려 희소성이 내려가죠. 코인의 특성을 보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코인은 ‘채굴’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복잡한 수학 연산을 풀고 그 보상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받는 거죠. 채굴을 많이 할수록, 즉 연산량이 늘수록 채굴 속도는 빨라지고 풀어야 할 방정식은 점점 복잡해집니다. 여기서 코인의 희소성이 생기죠. 채굴 난도가 높을수록 코인의 희소성도 커집니다.
채굴 난이도를 나타내는 용어를 해시레이트라 하는데요. 연산 처리능력을 측정하는 단위로 해시 속도를 의미합니다. 해시레이트가 높다는 것은 연산량이 몰려 채굴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입니다. 채굴 난이도와 희소성이 올라가죠.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반대로 해시레이트가 감소하면 가격이 내려갑니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내려가는 것도 해시레이트가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6만9000달러에 육박했던 비트코인이 약 40% 떨어졌습니다. 4만달러 선까지 내려 3개월 내 최저 수준이죠.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내려간 이유 중 하나로 카자흐스탄 시위를 꼽았습니다.
카자흐스탄 시위가 해시레이트와 무슨 상관이냐고요. 전 세계 비트코인의 18%를 채굴하는 카자흐스탄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이에 따라 인터넷이 차단되면서 더 이상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없게 됐습니다. 외신은 카자흐스탄의 인터넷 접속 차단으로 세계 비트코인 채굴기의 약 15%가 기능을 못 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전 세계 비트코인 해시레이트는 10% 이상 급락했죠.
지난해 5월 중국이 채굴을 금지하자 비트코인의 가격이 하락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중국에 있는 채굴업체들은 전 세계 채굴량의 7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현재 중국에 있던 채굴 장비들은 모두 다른 나라로 이전된 상태입니다. 이 중 일부가 카자흐스탄으로 들어간 거죠.
카자흐스탄으로 인한 가격 하락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중국발 악재로 지난해 7월 비트코인 가격이 2만9000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약 5개월 만에 6만9000달러로 올랐죠. 카자흐스탄 사태도 진정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업계는 카자흐스탄 사태로 인한 추가 가격 하락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