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 대선후보 간 토론회 신경전이 이어진 끝에 추가 토론을 진행하기로 결론 내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설날 전 만나 국정 전반에 대한 모든 토론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토론회는 4자 토론이 아닌 두 후보만 진행하는 양자 토론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제3지대의 반발이 예상된다.
與 “논의 불참” vs 野 “통보 못받아”
지난 11일은 추가 토론회를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이 극에 치달았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의 실무회의 불참을 주장하며 윤 후보가 토론회를 회피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실무회의 날짜를 통보받은 적이 없다”고 즉각 반박에 나섰다.
박찬대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지난 11일 오전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윤 후보 측이 TV토론을 위한 실무회의에 불참했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토론장에 나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권혁기 민주당 선대위 부단장도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의 (TV토론) 계획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TV토론이 조속히 성사되길 기대한다”고 압박했다.
국민의힘 측은 민주당의 꼼수라고 즉각 반발했다. 김은혜 선대본부 공보단장은 “국민의힘은 방송사로부터 민주당이 참여한 실무회의 날짜를 통보받은 적이 없다. 토론이 두려워 상대 함정을 파고 기다리는 꼼수는 정중히 사양한다”고 받아쳤다.
이재명 “제가 보니 이날, 이날, 이날 비었는데”
이 과정에서 이 후보는 공개 제안을 통해 윤 후보에게 토론을 압박하기도 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13일 오후 공식 유튜브 채널 ‘이재명’에 ‘윤 후보님, 우리… 통한 것 같습니다?!’라는 제목의 쇼츠(shorts) 영상을 공개했다.
이 후보는 “윤석열 후보님, 우리 오랜만에 통한 것 같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한 뒤 유사성이 보이는 정책들을 소개했다. △병사 월급 200만원 △전기차 보조금 대상 확대 △성폭력 가해자 처벌 강화 등이다. 또 자신이 먼저 발표한 공약임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이후 ‘토론도 할 겸’이라는 자막과 함께 “한번 만나시죠? 제가 보니 이날, 이날, 이날 비었는데 시간 좀 내주시면 좋겠다”고 이 후보가 말했다. 이 후보가 짚은 ‘이날’은 지난 12일부터 대선 하루 전인 3월 8일까지다. 언제든지 윤 후보와 토론을 할 수 있다는 취지다.
“설 연휴 전 양자 TV토론을 시작하기로 한다”
긴 신경전 끝에 양측은 합의를 이뤄냈다. 양 당의 실무 협상팀은 12일 협의를 시작해 13일 오후 총 4가지 사항에 합의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과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협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설 연휴 전 양자 TV토론 △지상파 방송사 주관 △국정 전반에 대한 모든 현안 △이외에도 추가 토론 진행을 위한 협상 지속 등 4가지 협의 사항을 밝혔다.
합의안은 이재명·윤석열 후보만 참여하는 양자 토론으로 결론지어졌다. 박 의원은 “양자가 모여서 회의를 했기 때문에 4자 토론을 얘기하는 건 월권”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박 의원은 “민주당 입장은 4자 토론 제안이 들어와도 수용한다는 것”이라며 다자토론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성 의원은 “윤 후보의 일정 등 모든 게 새롭게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고민을 해봐야 할 사항”이라며 다자토론 가능성과 선을 그었다.
“용인할 수 없다”
양 당의 결정에 제3지대 후보들의 반발 여지는 남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토론 실무협상에 들어가자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당이 힘 합쳐 안철수 후보의 상승 기류를 막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두 당의 담합토론은 명백하게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3자 토론으로 당당하게 붙자. 무엇이 더 좋은 정권교체인지, 누가 깨끗하고 준비된 후보인지 붙어보자”고 강조했다.
정의당 이동영 선대위 선임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양당의 TV토론 실무협의체 구성은 선수가 경기규칙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라며 “유권자의 선택권을 훼손하는 것이며, 명백한 국민 기만”이라고 반발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