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강추위가 계속되면서 전기담요 등을 사용하다 화상을 입거나 낙상사고를 당해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조영덕 고려대구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최근 연세 드신 분들 중 전기장판이나 전기담요 등을 켜놓고 자다가 피부 닿은 곳에 화상을 입고 내원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며 “젊은 사람들은 자가다 뜨거우면 온도를 낮추거나 전원을 끄지만 나이 든 사람은 밤에 감각이 떨어져서 실제 화상을 입을 때까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보통 장판에 닿았던 부위에 통증을 느끼거나 옷을 벗거나 입을 때 쓰라린 느낌이 들어오시는데 2도 화상 정도로 진단된다”고 부연했다.
김덕호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도 “한파가 이어지는 겨울철에는 장시간 전기장판이나 핫팩을 사용하다가, 온돌에서 장시간 자세 변화 없이 누워 있다가 저온화상을 입고 응급실로 오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대부분 자각 증상이 늦게 나타나 병원을 방문하는 시점도 늦어지면서 치료 기간도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소비자보호원 조사에 따르면 전기장판에 의해 저온화상을 입은 환자 중 93.4%는 2도 이상의 화상을 입는 것으로 알려진다. 저온화상은 40~70℃ 정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피부 손상이 누적되면서 화상을 입는 것인데, 고온에 일시적인 노출로 생기는 일반 화상과는 달리 저온에서 피부가 장시간 노출되면서 발생한다. 고온화상은 즉시 통증이 발생하지만 저온화상은 대부분 통증이 없거나 색소침착, 열성 홍반, 반점, 가려움증, 물집 등 비교적 증상이 경미하다.
하지만 초기 증상만 경미할 뿐 오히려 장시간에 걸쳐 조직 손상이 깊은 곳까지 이뤄지면 피부조직 괴사나 가피 형성, 궤양 등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일반 화상처럼 1~3도 화상을 입을 수 있고, 더 심각한 경우도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전기장판이나 온수매트 사용 시 두꺼운 이불을 깔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고온으로 장시간 사용도 피해야 한다. 특히 온열 기능이 있는 제품은 침구 내에서 제품 평균 온도보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으므로 적절한 온도와 시간을 설정하고 써야 한다.
조 교수는 “가능하면 온도를 너무 뜨겁지 않게 설정하고 몸이 장판에 직접 닿지 않도록 담요 등을 깔아서 사용해야 한다. 장판 위에 잠옷만 입은 채로 눕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저온화상이 의심된다면 차가운 물로 통증이 사라질 때까지 열기를 식혀야 한다. 만약 물집이 생겼다면 임의로 제거해선 안 된다. 세균 침입을 막아주는 물집을 제거하면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소주나 알코올을 바르는 것은 상처를 악화시켜 치료 기간만 늘리는 잘못된 민간요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겨울철에는 눈이나 얼음으로 인해 미끄러워진 길을 걷다가 넘어지는 낙상사고도 늘어난다. 노인의 경우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치료를 하더라도 후유증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낙상환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며, 응급실에 방문하는 손상 환자 4명 중 1명은 낙상환자다. 응급실에 온 낙상환자 중 18.3%는 입원하고 70세 이상은 35.7%가 입원한다. 낙상환자는 계절과 상관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특히 겨울철 발생률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발표한 2020년 낙상 세부 상병별 환자수 10순위를 분석한 결과, ‘미끄러짐, 걸림 및 헛디딤에 의한 동일 면상에서의 낙상’이 1만6527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동일면상에서의 기타 낙상’ 1만4878명, ‘계단에서의 낙상’ 5415명 순이었다.
조 교수는 “겨울에는 길이 미끄럽고 옷도 두껍게 입다보니 다른 계절보다 낙상사고가 많이 일어난다”면서 “특히 넘어지면서 땅을 짚다가 체중이 실리며 손목에 골절을 입고 내원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낙상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머니에 손을 넣지 말고 움직임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 지팡이가 스틱 등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길이 미끄럽거나 얼어있는 경우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 밖에도 과음을 삼가고 일어나거나 움직이기 시작할 때 천천히 행동하는 것이 낙상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
위험장소에는 안전장치나 밝은 조명 등을 설치해야 한다.
근력과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