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에 사는 주부 임모(38)씨는 최근 마트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개당 1000원대였던 애호박 가격은 두 배 이상 올랐고, 계란값도 한 판에 1만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임씨는 "야채값이 너무 올라서 찌개 하나 끓이기가 무섭다. 과일도 금값이라 손이 안 간다. 애들을 잘 먹여 키워야 하는데 물가가 올라서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겠다"고 말했다.
주부 김모(33)씨는 딸기 가격에 깜짝 놀랐다. 한 팩(500g)에 1만원이 넘는 가격에 장바구니에 담았던 딸기를 다시 내려놨다. 김씨는 "코로나19 상황에 겨울방학까지 시작해 식비 부담이 크다. 명절이 지나면 물가가 좀 내려갈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2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작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로 2011년(4.0%)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해 지출 목적별 12개 대분류 중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는 전년 대비 5.9% 올랐다. 10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밥상물가로 불리는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는 전년 대비 각각 6.2%, 1.8% 올랐다. 품목별로는 우유·치즈·계란 11.4%, 과일 10.7%, 육류 8.4%, 식용유지 7.2%, 빵 및 곡류 6.3%, 채소 및 해조 4.2% 등이었다.
교통물가도 전년 대비 6.3% 올랐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휘발유 14.8%, 경유 16.4%, 자동차용 LPG 18.0% 등 연료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개인운송장비 운영(11.1%) 물가가 많이 올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득은 그대로이거나 줄어들고 있는데 소비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는 식료품, 연료비 등 서민물가가 치솟으면서 주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도 공공요금 등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물가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 에너지 가격 상승 등 대외적인 요인도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대통령 선거 이후인 오는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10.6%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도시가스 요금도 올해 말까지 16.2% 인상돼 부담이 커진다.
팍팍해진 살림살이에 시민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엄마들이 주로 활동하는 맘카페에서는 치솟는 물가에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누리꾼은 "매년 명절 앞두고 물가가 올랐지만 지난해부터는 비싸도 너무 비싼 것 같다"며 "물가가 미쳤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마트 가기 겁난다" "한 번 장 볼 때마다 한숨이 푹푹 나온다" "식자재, 학원비, 기름값 등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이젠 뭘 더 아껴야 할지 모르겠다" "재난지원금 나오면서 슬금슬금 오르더니 이젠 무서울 정도"라는 반응이 나온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