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4일 1000명의 청년이 거리로 나왔다. 대학 캠퍼스와 거리에서 모은 1만 4천 개의 메시지를 바탕으로 만든 청년들의 소중한 요구안을 100개의 학생회와 청년단체, 1,000명의 참가자 손에 들려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하였다. 그리고 지난 2달 동안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은 대선후보들에게 대학생·청년들의 요구를 담은 토론회를 제안했으나 거대양당은 아직도 유야무야 미루며 ‘청년 정책이 준비되지 않았다’, ‘언론 인터뷰만으로도 후보가 너무 힘들다’며 청년들을 만나길 거부하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치인들의 무관심 속에 청년들의 삶은 날이 갈수록 속절없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2021년 한 해, 우리는 경제 위기, 일자리 위기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기후 위기로 생존을 넘어 실존적 위기와 싸워야만 했다. <대학생기후행동>은 엄혹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기만적인 탄소중립위원회와 문재인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규탄하며 노들섬에서, 서울 공항에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옆 사람의 손을 굳게 잡고 목이 쉴 때까지 소리쳤다.
그랬기에 지금의 대선판을 바라보는 우리의 속은 무척이나 쓰라리다. 우리의 목소리가 너무 작았던 탓일까 아니면 간절함이 부족했던 탓일까. 우리의 목소리에 응답하기는커녕 기후 위기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찾아보기 어렵다. 위기의 대한민국을 살릴 생산적인 정책 토론과 같은 알맹이는 실종된 지 오래고 온갖 비리와 비방, 주술이니 비선이니 하는 낯부끄러운 껍데기들로 온갖 미디어를 도배하고 있다.
2022년은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로 아주 중요한 시기다. 2022년은 국가와 지역권력이 모두 교체되는 시기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정치적ㆍ사회적 대전환을 만들 수 있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지 어느 뒷골목 패거리의 두목을 뽑는 선거인지 분간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을 보며 “기성정치는 실패했다"라고 선언했던 11월 14일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양당 후보의 친인척 관계’나 ‘핵발전에 대한 찬반’과 같은 철 지난 것들로 다투며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 애초부터 진흙탕 싸움밖에 못 할 양당 후보들의 그릇을 원망하며 지체할 시간조차 아깝다. 기후 위기 대응을 대선 제1 강령으로 채택했던 정당의 후보마저 칩거에서 돌아오자마자 녹색성장과 그린 워싱을 지지하는 행보를 보며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를 위한 후보는 없다’라는 사실을 다시 상기하자.
녹색과 여성, 노동의 목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치인들의 번지르르한 거짓말을 믿을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진실한 힘을 믿어야 한다. 소수가 단결하면 힘을 얻지만, 다수가 단결하면 변혁을 가져온다는 믿음으로 우리는 우리의 생각대로 새 길을 내어야 한다. 기후 정의를 언급하지 않는 후보에게는 단 한 표도 주지 말자. 기후 위기 대응을 뒤로 미루는 후보들의 헛된 꿈을 보란 듯이 깨뜨리고 당사자가 만드는 기후정치 대전환을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