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올림픽이라면서…"중국, 자연보호구역에 스키장 만들어" 

친환경 올림픽이라면서…"중국, 자연보호구역에 스키장 만들어" 

기사승인 2022-01-29 19:12:03
사진=연합뉴스

내달 4일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역사상 가장 친환경적인 대회로 치르겠다고 약속해온 중국이 대규모 스키 경기장을 자연보호구역 한가운데에 건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2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스키 경기가 열릴 국립 알파인 스키 센터는 베이징 시내에서 북쪽으로 약 90㎞ 떨어진 옌칭 북서부 샤오 하이퉈 산악 지대에 지어졌다.

중국은 이 스키센터가 풍력과 태양에너지 등 100% 신재생 에너지로 가동된다며 친환경 시설임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CNN은 스키센터가 들어선 지역이 1985년에 설립된 쑹산 자연보호구역의 핵심지역을 관통한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은 검독수리나 희귀 난초 같은 희귀 야생생물들이 사는 곳으로 중국 정부는 이전까지 승인받은 과학 연구를 제외하면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게 막았다.

하지만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유치하던 2015년 이 지역의 자연보호구역 경계를 다시 설정해 스키센터가 들어설 지역을 자연보호구역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건설지를 확보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15년 6월에 발표한 베이징의 동계올림픽 평가 보고서에서 스키장 건설 지역이 보호구역과 '인접'하지만 "같은 산악 생태계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지역의 스키 리조트 개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하기 위한 완화 조치와 상당한 생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스키장을 건설하면서 야생동물 회랑과 600개 이상의 인공 둥지를 설치하고, 1만1027개의 식물과 2만4272그루의 나무를 이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스키센터 자리가 이전 쑹산 자연보호구역이었다고 밝히지 않았다.

중국의 환경운동가인 시 디안수오는 정부에 자연보호구역 경계를 바꾼 것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지만, 중국 정부는 "국가 기밀을 포함하고 있다"며 거부했다.

중국이 환경 운동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연보호구역 경계를 다시 그리면서까지 이곳에 스키장을 지은 것은 샤오 하이퉈 산이 베이징 내에서 유일하게 800m 이상의 수직 낙차가 있는 산이기 때문이다. 올림픽 활강 경기장은 800m 이상의 수직 낙차가 있어야 한다.

환경 전문가들은 베이징 바로 옆인 허베이성에만 가도 올림픽 경기 기준에 맞는 스키장이 이미 건설돼 있는데 중국이 이를 활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현재 중국은 2024년까지 이곳을 세계적인 스키 명소로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스키 슬로프를 100헥타르(1헥타르=1만㎡)로 확장해 매년 5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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