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호남 민심… 20% 넘보는 尹, 60%대 그친 李

심상찮은 호남 민심… 20% 넘보는 尹, 60%대 그친 李

예전 같지 않은 호남 민심… 李 55%, 尹 31%
野 “호남서 20% 가능” vs 與 “본선은 다를 것”
홍형식 소장 “호남서 과거 같은 득표율 안 나올 것”

기사승인 2022-02-05 06:00:1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후보 캠프 제공,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진보 진영의 텃밭으로 평가받던 호남이 양강 승부처로 떠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60%대 박스권에 갇혀 있어 이를 깨기 위해 안간힘이다. 반면 윤 후보는 ‘마의 두 자릿수’를 넘어 20%대를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일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2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12명에게 물은 ‘차기 대통령 선호도(다자대결)’ 조사에서 호남은 이 후보에게 63.4%의 지지를 보냈다. 반면 윤 후보는 보수 진영의 불모지임에도 불구하고 18.1%를 얻었다.

윤 후보가 호남에서 30%를 획득한 조사도 나왔다. 4일 리서치뷰가 UPI 뉴스 의뢰로 지난 1~3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대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13%p 빠진 55%에 그쳤다. 윤 후보는 31%로 치솟았다.

호남 민심이 예전 같지 않아진 분위기다. 과거 선거에서 호남은 민주당에 압도적인 표를 몰아줬다. 역대 민주당 대선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19대 문재인 후보 52% △18대 문재인 후보 37%(단일화 후 75%) △17대 정동영 후보 42.9% △16대 노무현 후보 42.8%(단일화 후 70.3%) 등이었다.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을 얻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역대 대선에서 보수정당 호남 최고 득표율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획득한 10.3%였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8.9%를 얻었다. 19대 대선 당시 홍준표 후보는 2.5%에 그쳤다.

호남 여론이 눈에 띄게 바뀌자 여야 후보들은 ‘민심 쟁탈전’에 나섰다. 이 후보 측은 “호남에서 85%를 못 받으면 서울에서도 고전할 것”(노웅래 민주당 의원), 윤 후보 측은 “(호남에서) 20% 이상 득표함으로써 지역구도가 깨졌으면 한다”(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라고 밝히며 각각 85%, 20%를 목표로 두고 있다.

이 후보는 설 연휴를 앞두고 예정돼 있던 경기 지역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도 바꾸며 광주를 찾았다. 그는 지난달 27일 광주에서 “박정희 정권이 자기 통치 구도를 안전하게 만든다고 경상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전라도는 일부를 소외시켜 싸움 붙인 결과란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호남 소외론’을 언급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윤 후보는 호남 지지율을 20%로 끌어올리기 위한 구애 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는 설 연휴 자신이 직접 쓴 손편지를 호남 230만 가구에 발송하며 민심을 공략했다. 이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3일부터 1박2일 간 호남 다도해 순회 일정을 소화하며 힘을 실었다.

호남 현장 반응도 뜨거웠다는 후문이다. 이 대표와 호남 다도해 일정을 함께 한 김철근 국민의힘 당대표 정무실장은 4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호응도가 좋았다. 제1야당 대표가 직접 배를 타고 소외된 섬 지역의 식수‧교통‧어망 등 고충을 청취하니 진정성 있게 받아들인 것 같다”며 “특히 부모 세대를 설득해 당원 가입까지 시켰다는 젊은층의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보수 정당이 호남에서 10% 가까운 표를 얻었을 땐 선거에서 이겼다. 현장을 살펴보니 보수정당에 마음의 문을 연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념‧진영구도가 깨졌기 때문에 20%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국민의힘은 호남에서 20%를 가져올 수 있다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에 윤 후보도 6일 광주를 찾아 호남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른바 호남의 ‘바닥 민심’은 다르다고 분석했다. 강기정 민주당 호남특보단장은 지난 3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목표하는) 20% 득표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지금 윤 후보가 하는 방식으로는 호남 지지율을 전혀 가져갈 수 없다. 윤 후보는 역대에서 가장 낮은 득표율을 보일 것이고, 이 후보는 지지율 85% 이상을 획득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도 4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 호남 지지율은 항상 60%대 정도 나왔다. 호남 민심이 달라진 건 아니다. 통상적으로도 여론조사와 본선 득표율은 달랐다. 본선에 가면 지지층이 결집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호남 민심에 공을 들일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역대 대선에서처럼 호남이 민주당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여주긴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역주의 구도가 깨졌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본선에선 지지층 결집으로 인해 조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현재 유권자들은 탈이념‧탈지역주의 성향이 강하다. 게다가 두 후보 모두 호남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묻지마 투표’를 하긴 어렵다”며 “과거처럼 호남이 이 후보에게 엄청난 표를 몰아주긴 쉽지 않을 것이고, 윤 후보도 전보단 높은 득표를 기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은영 휴먼앤리서치 소장도 “광주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등 정부를 향한 불만이 이 후보에 투영되며 지지가 다소 분산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본선으로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며 “호남은 전략투표를 하는 곳이다. 호남에서 탈지역주의 성향이 강한 20‧30세대에 대한 이준석 대표의 구애가 통하며 윤 후보를 지지하는 흐름도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 선대위가 목표로 한 득표율은 나오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 소장은 “이 후보가 85%까진 나오기 힘들다. 경선 후보였던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라는 지역의 맹주가 있었기 때문에 기권표도 있어 보인다. 그래도 70% 이상은 나올 것 같다”면서 “윤 후보는 20% 가까이는 어렵겠지만 10% 이상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선거보단 많은 득표율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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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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