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개막했지만 유통업계의 분위기는 사뭇 조용하다. 과거만 해도 올림픽 등 스포츠 행사는 업계 ‘대목’으로 꼽혔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장기화와 커진 반중정서로 국민적 관심이 저조해진 탓이다. 업계는 올림픽보다도 다가오는 밸런타인데이와 졸업 등 선물 시즌에 더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코카콜라는 이번 올림픽 기간 중국 내에서만 관련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는 하지 않기로 했다.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인 프록터앤드갬블(P&G)도 미국에서 캠페인을 진행하지 않고 있고, 비자카드도 올림픽과 관련해 트위터에 소식을 올리거나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
글로벌 기업들이 올림픽 마케팅에 몸을 사린 것은 미‧중 갈등에 있다. 미국이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유린을 이유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데 이어 기업에 대해서도 압박에 나선 영향이다. 영국, 호주, 캐나다 등 국가도 미국이 선언한 보이콧에 가세하고 있다.
올림픽 축제 분위기가 사라진 것은 비단 국외의 일만이 아니다.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도 마케팅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선수촌에 신제품을 배포하는 정도의 기본적 마케팅만 진행 중이다. 올림픽 때마다 특수를 기대했던 국내 유통기업들도 차분하다. 국민들의 관심도가 떨어져 흥행이 불투명해지다 보니 무리하게 마케팅을 벌이지 않는 상황이다.
반중정서가 계속 커지고 있는 것도 업계에선 부담이다. 최근에는 올림픽 개막식에 한복을 입은 조선족 여성이 등장한 것을 둘러싸고 문화공정 논란까지 불거졌다. 여기에 중국 측의 쇼트트랙 편파 판정까지 이어지며 국민적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적극적으로 ‘베이징 동계 올림픽’ 마케팅을 했다간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업계는 올림픽 대신 다가오는 선물 시즌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2월에는 밸런타인데이와 졸업 등 굵직한 행사가 몰려 있다. 백화점, 편의점, 대형마트, 이커머스 등 업태를 불문하고 업계는 졸업·밸런타인데이 선물 할인, 기획전 행사에 나서고 있다.
유통업계는 대대적인 올림픽 마케팅 대신 집에서 스포츠를 관람하는 ‘집관족’을 겨냥해 TV와 먹거리 마케팅 정도를 진행하고 있다. 이마트는 오는 16일까지 삼성 QLED TV와 LG 올레드 TV를 연중 최저가로 선보이고, 딸기 10여 종과 가정간편식(HMR)을 20% 할인 판매한다.
편의점 CU는 이달 1일부터 안주류 12종과 맥주, 와인 등 주류 할인 행사에 들어갔다. 대한체육회 공식 후원사인 롯데홈쇼핑은 오늘 20일까지 가전, 식품 중심으로 ‘파이팅 코리아 쇼핑대전’을 연다.
선수단 지원에 나서는 기업들도 있다. CJ제일제당은 대한체육회와 간편 식품 부문 공식 후원 계약을 맺고, 햇반, 김치, 고추장 등 HMR 제품을 선수단에 전달했다. BBQ도 출전을 앞둔 선수단에게 삼계탕·닭곰탕 등 1100개, 총 1000만원 상당의 가정간편식을 보냈다. 이외에도 개인종목 금메달리스트에게 1억 원의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여러 상황이 겹치며 지난 도쿄 올림픽 때 보다 분위기가 더 움츠러든 것 같다. 편파 판정 등 베이징 올림픽이 계속 논란에 휩싸이는 것도 부담”이라며 “국민적 관심도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마케팅 대비 투자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