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에서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와 관련해 광주시의 책임론이 제기됐다. 건설사의 문제에 더해 광주시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건축직 공무원의 전문성 부족과 정원 숫자 미달 등으로 인해 이미 예고된 참사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광역시 건축직 공무원은 지난해 말 기준 10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광주시 공무원 2540명 중 4.49%에 해당하는 수치다. 정원인 114명에도 약간 못 미친다.
그러나 이들이 관리해야 하는 건설 현장 면적은 결코 작지 않다. 오는 2022년 초까지 광주시 건설 현장의 면적은 총 184만8564㎡다. 이를 환산하면 55만9190평이다. 광주시청 건축직 공무원 1인당 1만6959㎡(5130평)를 담당해야 하는 셈이다. 이는 축구장 평균 크기의 두 배가 넘는다.
게다가 건축은 짧은 기간에 완료되지 않는다. 대단위 개발은 시간이 다소 걸리는 탓이다. 결국 최근 완공된 건물 면적과 용적률을 포함하면 1인당 관리해야 할 면적이 훨씬 커지는 셈이다.
게다가 사무위임 규칙에는 광주시의 관리 책임이 명시돼 있다. 광주광역시 사무위임 규칙 제3조에 따르면 광주광역시장은 재위임한 사무 처리에 대하여 이를 지휘 감독할 권한이 있다. 또 그 처분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인정될 경우 이를 취소하거나 중지시킬 수 있다.
광주광역시가 제대로 감독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이번 아이파크 붕괴 참사가 단순 자재와 현장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의 안전관리 범위가 참사에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건설업계 관계자 A씨는 “건물이 지어지기 시작하면 건축직 공무원이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며 “시 단위의 경우 인구 밀집도와 건물 수가 많아 표면 수치가 작아도 전부 관할하는 데 무리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력이 부족한 경우 암묵적으로 행정직이나 건축과 관련이 없는 공무원이 나와 현장 점검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제대로 안전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임용한 지 얼마 안 되는 건축직 공무원도 현장을 잘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모든 분야의 공무원들이 이런 문제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축직 공무원의 부족도 사건 발생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 겸 경인여대 교수는 지난 9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인력 부족 현상은 공무 전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문성 있는 인력 보충과 재교육 등을 통해 사건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굉장히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일어나면서 발생한 참사”라며 “건축직 공무원 부족도 그중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도 광주시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11일 “광주시가 지난번 학동 사고 발생 이후로 광주에 있는 건설 현장을 다 조사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사고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때 조사를 제대로 했어야 했다. 광주시가 그런 면에서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성과 인력부족, 위임사무 등 행정 체계의 맹점을 지적하면서 광주광역시도 이와 같다고 설명하는 국회의원도 있었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문가를 육성하려면 최소 10~20년 정도를 육성해야 하는데 그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았다”며 “건축이나 철거를 할 때 어떤 방법을 쓰겠다고 서류가 들어와도 판단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전 지자체가 공통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며 “보유한 처리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위임을 하기 때문에 광주광역시도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건축직 공무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식적인 답변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광주시 측은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건축직 공무원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예전부터 있었다”며 “요즘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등이 있어 공식적인 답변이 어렵다. 인사 담당관실에 문의해달라”고 말했다.
최기창, 임현범 기자 mobyd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