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에게만 느슨했던 정부…우리 국민은요? [기자수첩]

외국인 선수에게만 느슨했던 정부…우리 국민은요? [기자수첩]

기사승인 2022-02-12 05:00:09
정부는 책임을 미루기 바빴다. 방역 정책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자 ‘네 탓’ 공방만 벌인 중앙사고수습본부, 문화체육관광부, 질병관리청의 이야기다.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지난해 12월20일~26일 서울 올림픽공원 실내테니스장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코리아오픈(코리아오픈)’에 출전한 외국인 선수 45명의 ‘자가격리 면제’를 허용했다. 

당시 방역 지침에 따르면 해외 입국자는 국적이나 예방접종 여부와 상관 없이 10일 동안 격리해야 한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들은 예외였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등으로 ‘위드 코로나’ 방침이 중단된 뒤였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선수들에게 혜택을 준 것이다.

실제로 해당 대회가 진행되던 시기는 당시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영업시간 제한 철폐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서던 때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22일 서울 광화문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생존권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거리에는 정부의 방역 정책으로 경제적인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의 곡소리가 가득했다.

그러나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명을 듣기 위해 관계 기관인 중앙사고수습본부, 문화체육관광부, 질병관리청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모두 책임을 미루기 급급했다.

우선 스포츠대회 관할 부처인 문체부는 중수본에게 책임을 돌렸다. 문체부 설명에 따르면 문체부와 중수본은 지난해 5월 코리아오픈 대회에 출전하는 외국인 선수의 자가격리 면제 혜택을 주기로 협의했다. 

문체부는 중수본이 이미 승인했기 때문에 대회 주최 측에 개최를 미루거나 취소하라고 주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5월에서 12월, 약 7개월 사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은 밤 9시에서 밤 12시 영업제한으로 바뀌는 등 수정을 거듭했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의 자가격리 면제 지침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졌음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외국 선수의 자가격리 면제서에 직인을 찍는 곳이라고 알려진 중수본 조차도 최종 권한이 없다면서 물러섰다. 질병청 역시 자기 소관이 아니라고 분명히 해뒀다.

결국 방역 정책의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2년 넘도록 희생을 강요 당한 자영업자들에겐 허탈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방역 기준은 원칙이 중요하다. 원칙이 흔들린다면 정부의 ‘견뎌달라’는 요청에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들에게 적용하는 방역 정책이 강화됐다면 외국인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여야 하지 않을까. 정부는 형평성 있는 방역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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