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한 번에, 나무 25만 그루 사라진다

선거 한 번에, 나무 25만 그루 사라진다

기사승인 2022-02-16 16:58:40
사진=쿠키뉴스 DB.
선거운동 기간 쓰이고 난 뒤 버려지는 홍보물이 온실가스를 대거 내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폐기물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부터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선거운동에 쓰이는 홍보물은 선거공보·벽보, 현수막으로 다양하다. 선거 벽보는 후보자 (비례대표 광역․기초의원선거를 제외)가 관할 구ㆍ시ㆍ군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면, 건물 외벽‧아파트 담장 등에 게시된다. 선거공보는 모든 선거 후보자가 제출, 각 세대로 보내진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20대 대선 책자형 공보물, 투표 안내문은 총 4652만통에 이른다. 선거 현수막은 읍ㆍ면ㆍ동 수의 2배수 이내에서 게시할 수 있다. 

올해 예정된 두 차례의 선거에 쓰인 홍보물로 약 2만8084t의 CO2e(이산화탄소환산톤·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한 값)이 배출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20대 대선이 내달 열리고 나면 오는 6월에는 제8회 전국지방동시선거(지방선거)가 실시된다. 플라스틱 일회용 컵 5억4000만개를 썼을 때 나오는 온실가스 양과 같은 수준이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이 예측한 20대 대선 선거 홍보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7312t이다. 30년 된 소나무 80만3522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해야 하는 양이다.
숫자로 보는 제7회 지방선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8회 지방선거에서는 직전과 비슷한 양의 홍보물이 사용될 것으로 추정된다. 7회 지방선거에서는 종이(투표용지, 선거 공보·벽보) 1만4728t, 현수막 13만8192장이 사용됐다. 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2만0772t에 이른다. 종이 1t을 생산할 때 30년 된 나무 17그루가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1번의 선거로 30년 된 나무 25만 그루가 사라지는 셈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018년 낸 ‘숫자로 보는 제7회 지방선거’를 통해 “나무 25만 그루로 조성할 수 있는 숲은 제주 여미지식물원(3만3940평)의 7배, 독도(5만6000평)의 4.5배 규모”라고 밝혔다. 또 중앙선관위는 현수막의 경우 “10m 길이의 현수막을 한 줄로 이으면 1382km”라며 “이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일본 도쿄 나리타국제공항까지 갈 수 있는 거리(1220㎞) 보다도 길다”고 설명했다.

특히 폐현수막이 골칫거리다. 2주간의 선거운동이 끝나면 기초지자체에서 현수막을 철거한다. 현수막은 플라스틱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테르가 주성분이라 매립해도 썩지 않는다. 소각하면 다이옥신 같은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고물상도 받기를 꺼린다. 환경부에서는 지난 2020년부터 지자체에 선거 현수막 재활용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재활용률은 낮다. 21대 총선 폐현수막 재활용률은 25%에 그쳤다.
사진=쿠키뉴스 DB.

시민단체들은 유권자가 전자형 혹은 종이 공보물 중에 원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게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전자형 공보물을 신청한 유권자는 온라인으로 정책과 정보를 확인하고 디지털 약자에게는 종이 공보물을 제공해 유권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안이다. 또한 현수막 사용을 금지하거나 규격, 매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에서도 공직선거법 개정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유권자가 전자형 공보물을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선거에서 사용되는 공보물의 재생종이 사용 의무화 등 내용을 담은 법안 여러건이 지난해 발의됐다. 해를 넘겨 계류 중이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눈에 띄는 장소에 현수막을 걸어 유권자에게 정책과 후보자 정보를 알리는 방식은 십수년간 이뤄졌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디지털 시대에 과연 기존 방식의 홍보가 최선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시민의 환경의식 수준이 달라졌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자발적으로 비닐 한 장 덜 쓰기 위해 노력하는 시민도 많다”며 “국회의원들도 변화된 사회적 흐름에 발맞춰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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