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와 CNN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배치한 병력을 일부 복귀시켰다. 러시아 국방부는 “다수의 전투 훈련이 계획대로 진행 후 마무리됐다”고 철군 이유를 설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같은 날 올라프 슐츠 독일 총리와 회담을 진행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우리는 유럽에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안정보장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병력 철수는 미국이 지목한 침공 예정일 전날 이뤄졌다. 미국은 앞서 16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 일부 서방국가에서는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귀로 듣는 것은 믿을 수 없다. 러시아군이 철수하는 장면을 눈으로 봐야 긴장 상태가 누그러진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병력 철수 및 재배치는 반복돼왔다. 지난해 12월25일에도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배치했던 1만여명의 병력을 철수시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러시아의 철군 주장을 검증하지 못했다며 군사 분쟁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15만 병력이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국경 인근에서 우크라이나를 포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에는 대기업 주재원과 선교사, 유학생, 자영업자 등 우리 교민 600여명이 거주 중이었다. 정부는 지난 12일 우크라이나 전 지역을 의무적 출국이 요구되는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했다. 대다수가 출국했으나 50여명이 생업을 이유로 잔류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긴장이 누그러졌지만 평화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인접국에 미군을 배치했다. 무기와 전투 장비 등도 지원했다. 다른 서방 국가들도 지원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은 우방국인 한국의 지원을 희망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한국이 가시적인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경우, 우크라이나인들이 환영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러시아와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제유가는 우크라이나에 전운이 감돈 후부터 지속 상승했다. 공급 차질 우려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전개에 따라 두바이유 기준 유가는 배럴당 70~125달러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됐다. 최악의 경우, 배럴당 100~125달러까지 유가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유가뿐만 아니라 LNG 등 가스 가격도 급등도 우려된다.
전문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다. 윤성학 고려대학교 러시아CIS연구소 교수는 “전쟁의 명분, 군사 전술적 이유, 우크라이나 국민의 항전 의지, 러시아 내부 반발, 경제 제재 등을 고려할 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없다”면서 “전쟁이 벌어지면 러시아에 재앙적인 경제 제재가 가해진다. 푸틴의 권력도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쟁 위기는 일단락됐지만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며 “러시아의 군사력 파워를 대외적으로 과시해 세계는 G2의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더불어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널리 퍼졌다”고 이야기했다.
윤 교수는 이번 사태가 남북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향후 북한이 어려운 상황에 놓일 때 ‘러시아와 손을 잡으면 된다’는 기대를 하게 될 것 같다”면서 “러시아는 자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문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한반도 문제에서도 향후 여러 가지 변화 가능성을 봉쇄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해 10월부터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군 병력 10만명 이상을 배치, 우크라이나를 압박해왔다. 미국과 유럽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우크라이나가 가입을 추진하자 반발해 대응한 것으로 분석됐다. 나토는 지난 1999년 이후 지속적으로 동유럽 국가들을 껴안았다. 러시아는 나토의 동진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