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개발 요람 ‘판교허브센터’… 풀뿌리 힘 끌어올린다 

게임개발 요람 ‘판교허브센터’… 풀뿌리 힘 끌어올린다 

기사승인 2022-02-21 15:29:47
판교에 위치한 글로벌게임허브센터 내 벤처 4.0 전경.   한국콘텐츠진흥원

글로벌게임허브센터(이하 게임허브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2009년 설립한 중소게임기업 인큐베이팅 지원시설이다. 2018년 판교 제2테크노벨리 LH기업성장센터에 새 둥지를 튼 게임허브센터에는 현재 50개의 중소개발사, 30개의 창업준비팀(벤처4.0)이 입주해 꿈을 키우고 있다. 콘진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총 270개의 중소게임사가 게임허브센터에 입주했는데 이들이 신규 고용한 직원은 약 1700여명, 연간매출 누적액은 1896억3000만원에 달한다.

게임허브센터는 풀뿌리 개발자들이 게임 개발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입주사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개발 공간 지원이다. 창업준비팀에는 임대료 및 관리비를 전액 지원하고, 입주기업에게는 임대료를 80% 지원한다. 2020년 7월부터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중소게임사를 지원하고자 입주기업까지 임대료를 100% 확대 지원 중이다. 

현재 게임허브센터에 몸을 담고 있는 샤인게임즈의 강기성 대표는 “회사를 운영함에 있어 인건비 다음으로 가장 큰 지출을 차지하는 임대료 부분을 크게 아낄 수 있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며 “마음 놓고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창업준비팀 미니토피아의 김도형 대표는 “우리가 입주한 벤처4.0은 임대료가 무료인데, 10만원이라고 하더라도 매출이라고 할 이렇다 할 수익이 없는 우리 같은 팀한텐 정말 큰 도움”이라고 설명했다.

‘동료’도 개발사들이 입을 모아 꼽는 게임허브센터의 장점이다. 엑소게임즈의 염의준 대표는 “가장 큰 것은 정말로 값진 인적 네트워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한국 게임업계는 외국과 비교했을 때 인적 네트워크가 약한 편이다. 외국에서는 같은 국가 게임사끼리 협업도 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현재 센터에는 많은 게임사가 입주해있는데, 여기 있는 분들과 소통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이스코어게임즈의 김재현 대표도 “비슷한 상황에 있는 개발자들이 많아 정보를 공유하기도 편하고 심리적으로도 편하다”며 “게임이 새로 나오면 같이 플레이도 해보고 피드백도 준다. 따로 어디 방을 얻어준 것보다 공통된 목적을 가진 구성원들이 모인 공간을 마련해줘서 힘을 준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밖에 모바일 심화 QA(테스트 검수), 네트워킹 및 비즈매칭, 채용 컨설팅, 법률자문과 마케팅 지원, 투자유치에도 애를 쏟고 있는 게임허브센터는 올해는 더욱 적극적으로 중소게임사 지원에 나선다.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중소게임사의 글로벌 진출에도 힘을 보탤 참이다. 

콘진원 게임본부 이양환 본부장은 “센터에 입주하고 있는 중소게임사의 역량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정보제공, 컨설팅, 법률자문, 채용, 상용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지원 등의 가속화 외에도 글로벌 마케팅과 기업 홍보 활동 교육, 데모데이 같은 심화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특히 모바일‧VR(가상현실)‧게임테스트베드의 기기대여 범위를 기존의 입주기업에서 정부 게임지원사업을 수행하는 전체 중소기업으로 확대해 편의를 증진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닉온 소프트의 장누리 대표.   쿠키뉴스 DB

게임업은 성공 때까지 버티게 해줘야

게임허브센터에 입주한 풀뿌리 개발자들은 센터 측으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며 고마움을 나타내면서도, 한국 게임 산업의 근간이 되는 중소게임사를 보다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다수의 개발자들은 소규모 게임사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다는 공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닉온 주식회사의 장누리 대표는 “게임은 성공할 때까지 버티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장소가 필요하다”며 “센터와 같이 인디게임사들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아이소프트 김승대 대표는 “게임이 출시되기 전에는 아무래도 인력비와 사무실 유지비가 가장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콘진원을 비롯해 여러 국가부서에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긴 하지만, 지원을 받는 업체수가 한정되다 보니 업체수를 늘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소규모 개발사를 대상으로 법률 자문이나 투자 지원이 확대되었으면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샤인게임즈 강기성 대표는 “콘진원을 통한 해외 바이어와의 미팅 주선이나 법률지원 사업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인원이 많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은 이런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이 같은 사업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제출해야 할 서류의 양이 너무 많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여러 단체에 신청서를 동시에 내야하는 등 번거로움이 많다”며 “신청 공간이나 지원 양식 등을 일원화하고, 제출해야하는 서류를 최소화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과 위주만을 평가해 지원 기업을 선정하는 정부의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라나는 씨앗의 김효택 대표는 “정부 기관은 대상을 선정해 지원 사업 본연의 의미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순히 이 회사가 얼마의 수익률을 거뒀는지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생력을 갖추고 향후에 정말 가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회사인지도 판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엑소게임즈 염의준 대표의 생각도 비슷했다. 염 대표는 “매출 이면에 숨겨진 개발사의 성장을 알아주고, 도전의 가치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지원 형태가 변해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라나는 씨앗이 개발한 '맺음: 페치카'.   자라나는 씨앗

“숨겨진 재미 가득한 게임 만들 것” - ‘자라나는 씨앗’ 김효택 대표

‘2020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MazM(맺음): 페치카’로 ‘굿게임상’을 수상한 자라나는 씨앗은 게임허브센터에서 성공적으로 성장한 게임사 중 하나다. 지난 2018년 12월 게임허브센터에 입주한 뒤 현재는 독립해서 사무실을 마련했다. 

2013년 창업한 자라나는 씨앗은 당초 교육용 게임을 만드는 회사였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를 느끼고 2015년부터 스토리텔링 게임 제작에 매진했다. “내가 이 장르를 좋아한다”며 운을 뗀 김효택 대표는 “이야기 서사라는 것이 드라마, 소설, 영화 등 모든 장르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느냐”며 “게임의 스토리는 대부분 게임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부가적인 요소로 사용되는데, 아예 스토리가 탄탄한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MazM: 지킬 앤 하이드(2016년)’, ‘MazM: 오페라의 유령(2018년)’ 등 유명 고전을 바탕으로 게임을 제작해 인지도를 높인 자라나는 씨앗은 2020년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MazM: 페치카’로 게이머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김 대표는 페치카에 대해 “2018년 말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서 만든 게임”이라며 “다큐멘터리처럼 사실 전달에만 치중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처럼 실제 역사를 다루면서도 각색을 통해 재미와 몰입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게임 출시 이후 최재형 선생 기념 사업회 홍보대사로도 선정됐다고 덧붙였다.

자라나는 씨앗은 오는 25일 신작 ‘다이 크리처’를 정식 출시한다. 이 게임은 메리 셸리의 고전소설 ‘프랑켄슈타인’을 각색한 스토리게임이다. 김 대표는 “이 게임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것”이라며 “주인공이 받은 상처가 탄막으로 표현돼 게임적 요소가 배가됐다고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후배들에게 게임허브센터 입주를 힘주어 추천했다. 그는 “센터로부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이전 사무실에서 총 직원이 7명이었는데 센터에 오고나선 15명으로 늘었다. 센터 입주 후 자라나는 씨앗 2기가 시작됐다고 무방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막 창업한 팀은 게임벤처 4.0 프로그램을 꼭 지원했으면 한다. 특히 첫 게임을 만들 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각종 지원사업의 혜택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대표는 “자라나는 씨앗은 항상 ‘게임은 재밌어야 한다’라고 생각한다”며 “게이머분들이 자라나는 씨앗을 숨겨진 재미가 가득한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문대찬, 강한결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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