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 의혹 조재연 “김만배 명함도 없다…檢 연락 달라”

‘그분’ 의혹 조재연 “김만배 명함도 없다…檢 연락 달라”

기사승인 2022-02-23 15:30:52

-대장동 ‘그분’ 지목 의혹에 기자회견 연 현직 대법관
-대선 토론회 이재명 실명 거론에 “사상 초유의 일”…불편함 드러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본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 강조
-“檢 연락·문의 없었지만 요청 오면 수사 응할 것”

조재연 대법관이 23일 오후 2시 대법원 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언론 기사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조재연 대법관(66·사법연수원 12기)이 대장동 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한 ‘그분’이 본인이라는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자 작심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직 대법관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공개 기자회견을 연 사례는 처음이다.

조 대법관은 23일 오후 2시 대법원 청사 401호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단 한번도 만난 일이 없다. 일면식도 없다. 단 한번도 통화 한적도 없다”며 “김씨뿐만 아니라 대장동 사건 관련된 그 어느 누구와도 일면식 일통화도 없었다”면서 의혹을 정면 부인했다. 

검찰에서 요청이 오면 수사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도 강조했다. 조 대법관은 “대장동 의혹 관해 검찰이 수사 착수한 지 반년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한번의 연락, 단 한번의 문의, 단 한번의 조사 요청도 받은 적이 없다”면서 “검찰에서 필요하다면 즉시 저를 불러주기 바란다.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검찰도 제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이날 30분 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조 대법관은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열게 된 배경과 자신을 향한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중간 중간 스크랩한 신문 기사와 출력한 언론 보도를 기자회견장에서 들어보이기도 했다. 

조 대법관은 먼저 그간 해명에 나서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조 대법관은 “시간이 지나면 의혹 보도가 지나가고 조용해지리라 생각했다”면서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에도 충분히 해명을 했다. 그래서 저는 지나가리라 생각했는데 다시 또 관련 의혹 보도가 나왔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신의 이름을 거론한 것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조 대법관은 이 후보가 ‘대장동 화천대유 관련해서 지금 그분이 조재연 대법관이라는게 확인이 돼서 보도가 나고 있다’고 말한 부분을 그대로 따라 읽은 뒤  “21일 대선 후보자들이 전국민에게 생중계되는 토론 방송에서 한 후보자가 현직 대법관 성명을 거론했다. 제 기억으로 일찍이 유래가 없었던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이어 조 대법관은 김씨를 비롯해 대장동 관련 인물들과 본 적도, 통화한 적도 없으며 가족은 물론 친인척도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없다고 못 박았다.

딸 세명의 거주지에 대해 조 대법관은 “본인은 30년 넘게 현재 살고 있는 주거지에서 계속 거주해왔다. 첫째딸은 2016년 분가해 서울에서, 둘재딸은 지난해 분가해 경기도 죽전에서, 막내딸은 함께 살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딸들이 현재 해당 지역에 실제로 거주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할 만한 주민등록등본 제출 등 자료 제출 요구가 대법원 혹은 검찰에서 온다면 즉시 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조 대법관이 23일 오후 2시 대법원 청사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 행정처장으로 근무하면서도 김씨나 김씨가 근무했던 언론사 기자들과의 접점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조 대법관은 “기자들과 만나면 명함을 받아 간직한다”면서 “김씨 명함은 없다”고도 부연했다.

또 김씨와 같은 대학 동문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어느 학교 동문이라는 것이 합리적 의심의 사유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연, 학연, 혈연에 대한 추측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문은 맞지만 사석에서 만난 일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조 대법관이 받고 있는 의혹은 두 가지다. 화천대유 자회사격인 ‘천화동인1호’ 배당금 실소유주인지 여부와, 김씨로부터 딸이 거주하는 50억 상당의 빌라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이다.

대장동 민간업자 중 한명인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는 ‘그분’이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로 언급된다. 김씨는 정 회계사와 대화하면서 “수원○○ ○○호에 여기는 대법관님 따님이 살아. 대법원이 도와줄 수 있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분은 재판에서 처장을 했었고, 처장이 재판부에 넣는 게 없거든”이라며 “그분이 다 해서 내가 원래 50억을 만들어서 빌라를 사드리겠습니다. 그게 그거야”라고 했다.

이를 근거로 민주당에서는 김씨가 가르킨 ‘그분’이 야권에서 주장해온 이  후보가 아닌 조 대법관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공세를 펼쳐왔다.

시민단체 고발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도 조 대법관이 기자회견에 나선 배경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조 대법관을 지난 21일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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