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격돌장 된 유세 현장...2030 부동층 ‘정치 피로감’ 우려

네거티브 격돌장 된 유세 현장...2030 부동층 ‘정치 피로감’ 우려

2030에게 물어본 네거티브 대선

기사승인 2022-02-24 06:30:1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오른쪽)   연합뉴스

대선을 이주 남짓 앞두고 공약 경쟁으로 뜨거워야할 유세장이 네거티브 ‘대격돌’ 현장이 됐다. 대선 후보들의 네거티브 수위가 높아지는 것에 더해 유세 지원에 나선 여야 인사들도 ‘네거티브 지원사격’에 힘쓰는 모양새다. 이러한 유세 현장을 지켜 본 2030세대 유권자들은 “설득은커녕 정치 피로도만 날로 심해진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여야 후보들은 거리 유세에서 상대 후보와 진영에 대한 비판 수위을 높이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17일 서울 송파 유세에서 “비상식적 좌파 이념만 쫓아내면 이 나라는 잘 굴러가게 돼 있다”, “이 사람들은 상식이 없다” 등의 발언으로 상대 진영을 비난했다. 또한 “민주당 정권이 아무리 잘못하고 부패해도 잘한다고 박수치는 사람들 옆에 보이죠. 그 사람들 다 돈 본 사람들 아닙니까”라며 그 지지자들까지 비난하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역시 18일 나주 유세에서 “이재명은 주술사가 아니라 국민에게 길을 묻겠다. 주술사가 가라는 길이 아니라 국민이 가라고 하는 길을 가겠다”라며 윤 후보와 배우자 김건희 씨의 ‘주술 논란’을 파고들었다. 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녹취록을 언급하며 “내가 가진 카드면 윤석열은 죽어”라는 말을 지지자들에게 연호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여야 후보 모두가 말했던 ‘네거티브 중단’ 선언이 무색하게도, 명확한 근거 없이 상대 후보와 진영을 향해 쏟아내는 네거티브 공방이 유세장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역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 호소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왼쪽 사진)와 같은 날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이 키운 윤석열' 출정식에서 지지 호소하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국민들에게 공약과 비전을 직접 전하는 유세장에서 네거티브에만 치중해 정작 중요한 공약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키뉴스 취재에 응한 한모씨(20대·여)는 “지나가다 본 유세 현장은 상대 후보를 비난하는 장 같았다. 그래서 자신은 뭐가 다르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더라”라고 말했다. 유권자 김대헌씨(36·남)는 “지지하는 후보가 있긴 하지만, 비교할 만한 뚜렷한 공약 없이 상대를 비난하는 모습을 보면 확신이 떨어지기도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 윤 후보는 17일 서울 송파 유세에서 “송파에서는 따로 여러분들을 위한 공약을 말하지 않겠다”라고 이야기하며 상대 후보와 진영에 대한 비판만 남긴 채 유세장을 떠났다.

네거티브 유세가 대통령 후보자에게 필요한 검증 사항을 따끔하게 짚어줄 때도 있지만, 근거 없는 원색적 비난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유권자 정모씨(27·남)은 “대선 후보 자질에 필요한 것들을 지적할 때는 속 시원한 느낌이 든다”면서도 “일부 커뮤니티에서나 나올법한 막말을 대선 후보가 하는 건 신뢰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스윙보터'로 불리며 막바지까지 표심을 정하지 못한 2030세대 부동층은 더욱 혼란스러워했다. 선거 유세에서 네거티브 전략은 자신의 지지자를 결집하고, 상대 후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 지지하지 못하는 데 목적을 둔다. 그러나 20대 대선에서 여야 대통령 후보가 강력한 네거티브 공방을 이어가면서 표심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은 어느 누구도 지지할 수 없는, 승자 없는 싸움이 됐다는 것이다.

한모씨는 “토론에서나 유세 현장에서나 서로 비난만 하고 있으니, 누굴 뽑아야 할지 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또 “계속 보고 있자니 피로도만 계속 높아지고 관심이 사라지게 된다”라며 네거티브 공방으로 인한 피로도가 대선 관심도 저하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네거티브 유세가 2030세대 부동층에게 미치는 정치 피로감을 우려했다.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한성민 교수는 “2030세대 내의 부동층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면 2030세대 내에는 순전한 부동층(Pure Swing Voters)이 많다기보다는 야당 성향(보수 성향) 혹은 여당 성향(진보 성향)의 부동층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점에서 보면 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할 경우, 2030세대 내의 부동층은 본인이 지지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대선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네거티브 유세가 피로감을 높이고 대선에 대한 관심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지민 인턴기자 jimin0224@kukinews.com
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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