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자정까진 해야 숨통”…찔끔 완화에 사장님 ‘분통’ [가봤더니]

“적어도 자정까진 해야 숨통”…찔끔 완화에 사장님 ‘분통’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2-02-25 06:00:11
오후 8시가 넘은 시각, 을지로입구 인근 한 주점의 모습.    한전진 기자
한 삼겹살집 점주는 영업시간 1시간 연장에도 매출에 큰 변화가 없다고 했다.    한전진 기자 

“9시, 10시 매출 차이 없어요. 봐봐 한 테이블 있잖아”

지난 23일 오후 8시 반 서울 중구 무교동 음식문화의거리. 이곳에서 호프집을 열고 있는 A 씨는 지난 주말부터 적용된 새 거리두기 지침을 두고 이렇게 평했다. 가게에는 15개가량의 테이블이 놓여 있었지만,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이들은 손님 4명 한 팀뿐이었다.

A 씨는 “영업시간이 한 시간 연장됐다고 해서 갑자기 손님들이 늘거나 하지 않았다”라며 “주점은 오후 8시 이후 매출이 70% 이상인데, 적어도 자정까진 영업할 수 있게 해줘야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예약 문의 전화조차 받아본 지가 오래”라며 고개를 저었다.

정부는 앞서 지난 주말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사적모임은 6명으로 유지하되, 식당·카페 영업시간은 오후 10시까지 1시간 연장하기로 했다. 그동안 식당·카페와 유흥시설 등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따른 다중이용시설 분류에 따라 오후 9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했다.

영업시간 연장으로 자영업자들의 체감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했지만 큰 차이가 없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오히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10만명 이상 쏟아지면서 전보다 손님이 더 줄었다는 곳도 있었다. 

인근에서 퓨전 주점을 운영 중인 B 씨는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어서기 시작할 무렵에는 영업시간 제한과 무관하게 거의 손님이 없었다”며 “가게에 들어와서 집으로 돌아오라는 아내분의 전화를 받고 그냥 집으로 가는 회사원도 있었을 만큼 타격이 컸다”라고 말했다. 

6개월 치의 임대료가 밀려있다는 그는 “코로나19 이후 종업원의 절반을 내보냈는데, 이대로라면 앞으로의 상황도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없다”면서 “오미크론 치사율이 낮아 재택 치료도 하는 상황인데, 방역체계 전반을 다시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오후 9시가 넘은 시각 종각 젊음의거리. 늦게까지 시간을 보내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한전진 기자
젊음의거리의 한 포창마차     한전진 기자

주점뿐 아니라 일반 식당 역시 오후 10시 영업제한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을지로입구역에서 삼겹살 집을 열고 있는 C 씨는 “식사를 하러 온 사람들이 추가 주문도 없이 오후 9시에 애매하게 소주 한 병 시켜놓고 10시까지 자리만 지키다 가는 경우가 늘었다”면서 “손님 몇 명이 갈 때까지 종업원 전체가 기다려야 하는데 식당 입장에선 난감하다”라고 털어놨다. 

손님들이 저녁을 빠르게 먹고 주점으로 이동해야 식당의 회전율 역시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회전율은 보통 식당에서 손님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정도를 뜻한다. 점주들은 영업시간이 자정까지는 되어야 식당과 주점 양쪽 모두 상생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정부는 이달 초 사적모임 인원을 8명까지 완화하고 식당·카페 영업시간 제한도 더 푸는 방안까지 검토해왔다. 하지만 최근 신규 확진자가 연일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자 방역 완화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방역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평가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조정, 경제·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위중증과 사망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방역상황을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소상공인 단체들은 정부가 영업제한 시간을 한 시간 연장하는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한 데 대해 “미흡하다”고 비판하며 즉각적인 영업시간 제한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일일 확진자가 10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영업시간을 한 시간 늘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며 “자영업자들로선 최소한 자정까지 영업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게 더 납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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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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