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이야기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동백꽃 이야기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박용준 (묵림한의원 원장, 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

기사승인 2022-02-25 18:36:07
박용준 원장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아가씨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오
동백꽃 잎에 새겨진 사연
말못할 그 사연을 가슴에 안고
오늘도 기다리는 동백아가씨
가신님은 그 언제 그 어느날에
외로운 동백꽃 찾아 오려나" 

1964년 이미자가 부른 〈동백아가씨〉는 공전의 대히트를 치고 후에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사랑을 받았다. 사랑에 실패한 여인의 애절한 마음을 표현한 이 곡이 실린 음반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100만장이 넘게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으로 시작하는 조용필이 1972년에 부른 <돌아와요 부산항에>에도 동백이 나오고, 부산과 후쿠오카를 오가는 크루즈 선박의 이름이 동백을 뜻하는 카멜리아(Camellia)인 것을 보면 동백은 우리에게 참으로 친숙한 나무이다. 

그런데 이렇게 슬픈 사랑의 정취를 담아 우리에게 친숙한 동백꽃은 <춘희椿姬>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진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에도 담겨 있다. ‘길을 잃은 여인’ 또는 ‘방황하는 여인’이라는 뜻의 <라 트라비아타>의 원작은 '삼총사', '몬테 크리스토 백작'의 저자로 유명한 알렉 산드르 뒤마의 아들인 뒤마 피스가 자신의 못다 이룬 사랑이야기를 주제로 쓴 소설 즉,<동백꽃을 들고 있는 여인>이다. 이를 일본에서 동백나무를 나타내는 춘(椿)에 여성을 나타내는 희(姬)로 <춘희椿姬>라고 번역한 것이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의 여주인공 비올레타가 동백꽃을 좋아하여 그녀에게 구애하는 남성들이 동백꽃을 바쳤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동백(왼쪽)과 산당화.

동백꽃과 매우 비슷한 모양의 꽃으로 산당화(山棠花)라 불리는 명자나무가 있다. 명자나무는 중국이 원산인 산당화와 일본이 원산인 풀명자를 통칭하여, 이 둘을 명자나무로 부르고 있지만, 원래는 서로 다른 종이다. 명자나무의 꽃은 동백꽃과 비슷하여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열매는 모과를 닮아서 과일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투박한 모양이다. 명자나무의 꽃은 동백꽃에 비해 좀 더 작고, 열매도 모과에 비해 좀 더 작은 편이다. 명자나무 열매는 모과와 거의 비슷하며 음식을 소화하고 술독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다. 

또한 향기가 좋은데 능금산을 비롯한 유기산과 비타민 C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모과처럼 술을 담그면 향기가 좋고 술맛이 일품이라고 했으며 옷장에 넣어두면 벌레와 좀을 없애므로 좀약 대용으로 사용했다. 《동의보감》에 명자나무 열매는 이렇게 나와 있다. “담을 삭이고 갈증을 멈추며 술을 많이 먹을 수 있게 한다. 약의 효능은 모과와 거의 비슷하다. 또한 급체로 쥐가 나는 것을 치료하며 술독을 풀어 준다.” 

요즘은 명자나무의 꽃, 산당화를 말려서 꽃차로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산당화는 꽃이 너무 아름답고 예뻐서, 화사한 이 꽃의 정취에 홀리면 아녀자들이 봄바람이 나고, 공부해야 할 사대부 집안 도련님들의 마음이 흔들린다고 하여 집안에는 심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울타리나 화단을 빛내는 나무로 사랑받고 있다. 

진분홍색으로 화려한 꽃 덕에 산당화는 ‘아가씨꽃’이라고도 불린다. 또한 붉은 꽃잎이 시집갈 때 신부 볼에 찍는 연지와 비슷하다고 하여 ‘연지꽃’이라고도 한다. 명자라는 이름을 가진 중년여성들은 수목원이나 화단에서 이 꽃을 만나면 자신들과 같은 이름이라고 하여 더 반갑게 맞이하며 사진을 찍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긴 겨울도 이제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저 남쪽에서부터 피어나는 동백꽃을 통해, 그리고 동백꽃이 피기 시작한 후에 이어서 피어날 산당화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우리를 힘들게 했던 코로나도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지만 봄과 함께 수그러들 것을 믿기에 더 행복한 시간이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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