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앞서는 악성 림프종, ‘최적 치료’·‘첨단 인프라’로 완치율 높인다

두려움 앞서는 악성 림프종, ‘최적 치료’·‘첨단 인프라’로 완치율 높인다

기사승인 2022-02-28 05:28:10
# 60세 여성 이현희(가명) 씨는 지난해 자궁 안에 종양이 생기는 자궁근종이 의심돼 산부인과 수술을 받았다. 최종 진단명은 악성 림프종. 검사 결과 림프절을 벗어나 다른 장기까지 전이가 된 4기였다. 이 씨는 6개월간에 걸쳐 여섯 차례의 항암치료를 가졌다. 이어 자가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림프종의 흔적을 지웠고 ‘완전 관해’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이식 후엔 재발도 관찰되지 않았다.

은평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병수 교수가 PET-CT(양전자방출 컴퓨터단층촬영) 결과를 보여주며 환자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제공

이 씨처럼 악성 림프종에 걸리는 사람이 한 해 6천여 명에 이른다. 전체 암 가운데 11번째로 그 수가 많지만, 인지도가 낮아 과도한 걱정이 앞서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지난 8일, 대표적 혈액암인 악성 림프종을 중심으로 집중적 연구와 진료를 시행하는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혈액병원을 찾았다. 은평성모병원은 얼마 전 조혈모세포 이식 전용 병동에 최신식 무균 병상을 확충하고, 연간 최대 200회의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한 인프라를 확보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날 만난 혈액내과 김병수 교수는 “악성 림프종은 최적의 치료 요법이 확립돼 있다”며 악성 림프종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 발생 부위부터 다양한 악성 림프종

악성 림프종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구성하는 림프세포, 즉 B세포와 T세포가 암세포로 변해 발생한다. 김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를 만들기 위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라며 “B세포가 바로 중화항체를 만드는 세포이고,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숙주가 된 세포를 공격하면서 B세포가 효율적인 항체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림프 세포가 모여 있는 곳을 ‘림프 조직’이라고 하는데, 림프 조직은 우리 몸 곳곳에 흩어져 있다 보니 악성 림프종의 발생 부위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목이나 쇄골,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에 포도알 크기 이상의 덩어리가 만져진다면 통증 정도와 관계없이 림프종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가슴, 배 안에 림프종이 있는 경우에는 가슴 통증이나 복통으로 병원을 찾아 다른 질환인 줄 알고 검사를 하다가 악성 림프종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있다.

◇ ‘암 유발’ 림프구 성격 따라 림프종 갈려

악성 림프종은 암을 일으킨 림프구의 성격에 따라 크게 ‘호지킨 림프종’과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나뉜다. 지난 2019년 국내에서 5,696명의 환자가 악성 림프종으로 진단됐는데, 비호지킨 림프종이 5,388명으로 대부분이었다. 비호지킨 림프종은 ‘B세포 계열 림프종’(80%)과 ‘T세포 계열 림프종’(20%)으로 나뉘며, 이는 다시 각각 20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종류의 림프종으로 갈린다. B세포 계열 림프종 가운데 가장 흔한 건 ‘현미경으로 볼 때 정상 세포보다 더 큰 암세포가 넓게 깔려 있다’는 뜻의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이다. 비호지킨 림프종의 50% 정도를 차지한다는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은 ‘공격형 림프종’으로 분류된다.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한 상태에 놓일 수 있다. 영상 검사에서 암으로 의심되는 덩어리가 발견되면 암 조직을 떼어내 다양한 병리 검사를 진행해 림프종을 진단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림프종인지 다른 암인지 여부는 일주일 안에 결과를 알 수 있지만, 림프종의 세부 종류까지 파악하려면 유전자나 염색체 분석 등이 더 필요하다.

암세포 특징에 따른 악성 림프종의 종류(아형).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제공 

◇ ‘최적 항암화학요법’ 확립…대부분 보험급여 가능

림프 세포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림프종도 쉽게 이동할 수 있어 림프종 진단 당시에 이미 여러 곳에 전이된 경우가 있다.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는 한 부위를 집중적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넓은 범위에 적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림프종 진행이 초기이거나 속도가 느린 특정 림프종인 경우에 한해 시행한다. 림프종 덩어리의 크기가 너무 커서 파열, 출혈이 있거나 중추신경계를 압박해 신속하게 제거해야 할 경우에는 수술이나 방사선으로 문제가 된 부위를 먼저 치료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항암화학요법은 주사 또는 먹는 약을 투여해 전신에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림프종 치료에 적합하다. 대개 림프종들이 항암화학요법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김 교수는 “어느 정도 발생 빈도가 있는 림프종들에 대해서는 많은 임상연구를 통해 각각 최적의 항암화학요법이 확립돼 있고, 대부분 국민건강보험으로 보험급여가 이뤄진다”며 “상대적으로 드물게 발생하는 종류에 대해서는 개별적 항암화학요법이 잡혀 있지 않지만, 대신 유사한 또 다른 종류의 항암화학요법을 적용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의 경우 표적치료제와 항암화학요법을 결합한 치료법(R-CHOP)을 진행한다. 초기라면 R-CHOP 요법을 3주 간격으로 4회 정도 반복해 80~90%가량의 완전 관해율(치료 완료 후 검사에서 림프종의 흔적이 안 보이는 상태)을 보일 수 있다. 일부 림프종이 남아 있으면 방사선 치료를 추가해 마무리한다. 진행된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에는 R-CHOP 요법을 6회 정도 반복하며 70%의 환자에서 완전 관해를 얻을 수 있다. R-CHOP 요법으로 림프종이 호전됐지만, 재발 위험이 높다고 예상될 때에는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바로 이어 시행하기도 한다.

◇ ‘CAR-T세포’ 새 치료법 기대…“사회적 합의 필요”

최근 림프종 전문가뿐 아니라 환우들 사이에서도 ‘CAR-T세포’ 치료법에 대한 관심이 높다. 현재 3~4가지의 CAR-T세포 치료제가 미국 FDA의 승인을 얻어 악성 림프종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이 중 국내에 도입된 것은 ‘킴리아’ 한 종류뿐이고, 두 번 이상 재발한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의 치료에 사용되도록 승인됐다. 그러나 CAR-T세포 제조와 투여에 소요되는 시간(2~3개월)과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비용(5억 원 정도) 때문에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CAR-T세포 치료법 외에도 ‘이중 특이성 항체’ 치료제가 5~6종 개발돼 초기 임상시험 중이다. 이중 특이성 항체는 림프종에 대한 환자의 면역반응을 강화하는 작용을 하며, CAR-T세포보다 제조 과정이 상대적으로 단순해 효과만 입증된다면 널리 사용될 수 있다. 김 교수는 “신약들의 비용이 현재 사용하는 림프종 치료제에 비해 몇 십 배에 달해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입증해야 하고, 그만한 재정을 림프종 치료에 지출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있어야 한다”며 “그 때까지는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과 현재 가용한 치료법을 최대한 이용해 환자의 완전 관해율을 높이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은평성모병원 혈액병원 의료진이 환자의 말초혈액으로부터 채집해 냉동시킨 조혈모세포를 해동해 주입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제공

◇ 조혈모세포 이식의 기록들…“혈액질환 거점병원 역할”

지난 2019년 4월 개원과 함께 혈액병원 운영을 시작한 은평성모병원은 2019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최단 기간 국내 조혈모세포 이식 100건을 달성했다. 100건의 이식을 살펴보니 다발 골수종이 41건으로 가장 많았고,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29건, 림프종이 12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만성 골수성 백혈병, 골수 이형성 증후군, 아밀로이드증, 재생불량성 빈혈, 골수 섬유증 등에 대한 이식이 실행됐다. 이식 형태별로는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이 53건, 기증자의 조혈모세포를 쓰는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이 47건이었다. 47건의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중에서는 유전적으로 절반만 일치하는 ‘반일치 이식’이 16건, 타인 이식이 16건, 형제간 이식이 15건을 차지했다. 김 교수는 “실제 다양한 이식이 이뤄지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이식 연기가 권고되는 등 안팎으로 상황이 좋지 않지만, 혈액질환 치료 거점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암처럼 수술 한 번으로 치료하는 병이 아니고, 몇 달간에 걸쳐 항암제 투여를 반복하기 때문에 도중에 어려운 순간이 올 수 있지만, 악성 림프종은 현재 적용 가능한 치료법으로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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