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이번 대선서도 ‘낙동강 오리 알’

차별금지법, 이번 대선서도 ‘낙동강 오리 알’

인권 지키는 청년들, “언제까지 미룰 것인가”

기사승인 2022-03-02 10:11:05
박주민, 권인숙, 장혜영 의원과 성소수자, HIV/AIDS 감염인, 그리스도인들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박효상 기자.

20대 대선 투표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후보들을 바라보는 청년 인권 활동가들의 시선은 차갑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양당 후보가 "무책임하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11일 열린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2월 27일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고 요구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 혼자서 결정할 일이 아니다. 국회에서 직접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두 후보는 지난달 14일 '제20대 대선후보 기독교 10대 정책 발표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 여부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는 "차별금지법 제정 과정에 폭넓은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 동감한다"고 전했다. 윤 후보 측도 해당 법안에 대해 "국민 여론수렴 절차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같은 두 후보의 태도는 과거에도 지적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후보는 '국가인권위원회 20주년 기념식'에서 "차별금지법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지난해 이재명 후보는 사회적 소수자 이슈를 다루는 CBS 유튜브 채널 '씨리얼' 에 출연할 것임을 예고했으나 돌연 일정을 취소했다. 당시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이 후보의 씨리얼 출연에 반대하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에 청년 인권 활동가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강예정 공동집행위원장(29·여)은 "양당 후보의 행보는 차별금지법이 표를 얻는 데 불리할 것이라는 인식에서 나타난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책을 표심으로만 판단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서울 퀴어문화축제 영어통번역팀에서 활동하는 정소진(21·여)씨 역시 "두 후보의 태도는 실망스럽고 무책임하다"며 질타했다. 또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전혀 인지 못하는 후보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양당이 요구하는 '사회적 합의'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강 위원장은 "지금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해당 법안의 제정 찬성률은 늘 70%이상이었다. 국민의 열망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대선 후보들에게 "의제를 다룰 때는 늘 인권의 편에 서야 할 것"을 요구하며 "그것이 5년동안 사회를 이끌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임을 강조했다. 

연세대학교 성소수자동아리 '컴투게더'의 김윤덕(25·남)대표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 그는 합의를 강조하는 후보들에 "얼마나 더 동의해야 하느냐"며 "성소수자 혐오세력을 제외하고 해당 법안을 거부하는 사람이 또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차별을 막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요구할 문제가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다. 

2007년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나이, 출신국가, 성별, 성적지향, 인종 등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17대부터 21대 국회에 매번 발의되며 15년째 입법을 시도하고 있지만, 일부 기독교계를 비롯한 보수 단체의 반발로 좌절됐다.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참여 위원 만장일치로 차별금지법 청원의 심사기한을 2024년으로 연장했다. 

윤주혜 인턴기자 bethy1027@kukinews.com
윤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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