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에게 인간적 면모를 부각하며 젊은 층에 접근하기 위한 시도일까, 타고난 감성을 지닌 인물인 걸까. 가수 이은미의 신곡 ‘스물여덟’의 작사가로 확인돼 관심을 모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번에는 과거 블로그 속 감성 게시글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2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과거 이 후보가 운영한 네이버 블로그 게시글 일부가 확산하고 있다.
이 블로그는 현재 포털사이트에서 공개된 블로그가 아니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이 블로그는 이 후보가 2005년 12월9일 첫 게시물을 올린 이후 꾸준히 게시물이 업데이트됐으며, 2010년 5월31일을 끝으로 더는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았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이 후보의 과거 블로그가 때아닌 화제에 오른 것은 자타공인 ‘싸움닭’으로 불린 이 후보의 반전 모습이 담긴 게시글들 때문이다.
블로그 게시물 상당수는 이 후보가 정치권에 입문한 뒤 밝혀온 정책, 발자취 등이 담겼다. 특히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는 건 감성글이 가득 실린 ‘동영상 스토리’ 카테고리다.
“사랑을 담아두지마” “그렇게 나는 혼자 우는 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그리움의 질량” “나의 마음을 짓누르는 이 그리움은 어디서 오는 걸까” “밑바닥에 던져진 내가 좋다” “오지마 사랑해버릴 것 같아” 등 사랑과 인간관계, 인생을 주제로 한 글들이다.
지난 18일 공개된 이은미의 신곡 ‘스물여덟’의 작사가로 이름을 올린 이 후보가 과거부터 시적인 글쓰기에 남다른 관심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매우 뜨겁다. 이날 트위터 실시간 트랜드에 ‘이재명 블로그’ 키워드가 올랐을 정도다.
SNS에 이 후보의 과거 게시글을 공유한 누리꾼들은 “아주 재밌다” “웃긴데 충격적이고 묘하다” “싸이월드에서 긁어온 듯” 등 반응을 보였다. 일부 누리꾼은 블로그를 찾아가 댓글을 다는 ‘성지순례’를 하기도 했다.
‘흑역사’ 소환에 손발이 오글거린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저런 글 쓴 블로그 털리면 기억을 잃고 싶을 것 같다”고 적었다.
이재명 블로그 월드컵도 만들어졌다. 이상형 월드컵(이상형 고르기 게임)처럼 이 후보의 게시글 두 개를 비교해 최고의 글귀를 뽑는 것이다.
또 다른 카테고리인 ‘행복 레시피’도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카테고리에는 ‘밍밍이의 초코 쉬폰 만들기’ ‘ ’천사처럼 새하얀 엔젤 푸드 케이크’ 등 각종 요리 레시피가 적혔다.
다만 일부 누리꾼은 대선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이 후보의 과거 블로그가 갑작스레 발굴된 것과 관련해 ‘의도’를 가진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이 후보의 흑역사 공개로 친근감을 유발하며 젊은 층에 표심을 호소한다는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이 후보의 셀프 디스, 성남 눈물연설 장면, 청년기 일기 등 TV광고를 잇달아 공개했다. 이 후보 선대위 김영희 홍보소통본부장은 지난달 21일 기자설명회에서 TV광고 제3탄을 공개하고 ”세 편의 시리즈는 이 후보의 인간적 측면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