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별거 아닙니다”… ‘尹-安 단일화 날’ 담담한 이재명

“뭐 별거 아닙니다”… ‘尹-安 단일화 날’ 담담한 이재명

서울 종로‧영등포‧강서‧금천 유세
李 “역사‧국민의 판단”… 당에선 “철수가 철수했다” 분통
‘유능한 후보’ 피력하며 여성‧청년‧부동산 민심 공략 

기사승인 2022-03-03 22:44:2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터 유세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뭐 별 거 아닙니다. 여러분, 이런 저런 얘기해도 역사는 국민이 만드는 것이고 바로 여러분이 세상의 주인 아닙니까.” (서울 강서구 유세)

3일 오전 8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선후보가 기자회견을 열고 극적으로 ‘야권 단일화’를 성사한 가운데 이날 유세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시종일관 태연한 모습을 유지했다. 

대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두고 갑작스럽게 이뤄진 야권 단일화 시너지 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견제구로 풀이된다. 또한 지지층의 동요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후보는 야권 단일화에 관해 직접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내진 않았다. 이날 첫 일정인 서울 중구 서울대교구청 집무실 앞에서 정순택 베드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준비해온 종이를 꺼내 읽으며 “역사와 국민을 믿는다. 민생경제와 평화‧통합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겠다”고 짧게 입장을 내놨다.

‘역사와 국민의 판단’을 강조한 것은 야권 단일화가 명분이 충분한 가치 연대라기 보단 ‘자리 나눠먹기 야합’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유세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후보는 종로 유세에서 “1인 1표(를 행사하는) 이 민주공화국에서 정치인들의 정치행위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집단지성이 우리의 운명과 미래 결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 광장에서 최근 단일화를 이룬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와 함께 유세에 나섰다.   사진=임형택 기자

영등포 유세에서는 이 후보와 단일화를 이룬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동행 유세에 나섰다. 김 대표는 “보수 진영의 단일화는 야합”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와 야권 단일화를 비교하며 “저와 이 후보는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며, 함께 대한민국의 비전을 만들어나가고 정치교체와 경제위기 극복을 설계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어진 강서구 유세에서는 담담한 모습을 강조했다. 야권 단일화 파장을 축소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뭐 별 거 아니다”라면서 “국민이 나라 주인이라는 국민주권국가 민주공화국에서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다.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힘을 합쳐서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결정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금천구 유세에서 역시 “왕조시대에도 민심은 천심이라고 가르쳤다. 민주공화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게 몇몇 정치인이겠나, 국민이겠나”라며 “특정 정치인의 권력욕이나 특정 정치세력에 권력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 스스로를 위해 투표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찬조연설에 나선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 수위와 비교하면 상당히 차분한 어조다. 민주당 의원들은 “안, 안 뭐였죠. 하도 철수를 많이 해서 이름을 잊어먹었다”(기동민 의원, 영등포 유세), “윤석열 같이 무능한 사람 찍으면 손가락을 후회하게 될 거라고 얘기했던 안 후보의 손가락이 어디 갔는지 온 국민이 궁금해 찾기 시작했다”(김민석 의원, 영등포 유세), “철수가 철수했다는 명언을 남기고 철수했다. 철수 정치는 대한민국 정치 개혁의 방해꾼”(박영선 전 장관, 금천구 유세) 등 맹폭을 퍼부었다.

3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유세현장에서 시민들이 민주당 상징 색깔인 파란색 풍선을 들고 지지를 보내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이 후보는 오히려 유능한 대통령 후보임을 부각하며 지지율 약세인 ‘여성‧청년’을 공략하는 전략을 세웠다. 그는 종로 유세에서 “공직자 한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세상은 극과 극으로 달라진다. 똑같은 조선에서 선조는 외침을 허용해 수백만 백성들이 죽어갔다. 그런데 정조는 개혁으로 조선을 부흥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종 의사결정권자, 즉 대통령의 역량과 자질, 필요한 정책을 과감하게 선택하는 용기, 그리고 국민이 원하는 바를 반드시 실현해내는 실천력과 추진력이 있으면 완전히 새로운 희망 있는 사회 만들 수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여성 유권자들을 향해서는 “구조적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게 사회‧경제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평등한 대한민국, 양성평등의 나라를 저 이재명이 확실하게 책임지겠다”며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 전국 확대, 육아휴직 부모쿼터제 도입 등을 약속했다.

2030대 표심 구애도 나섰다. 그는 청년 노동자가 많은 금천구 가산동을 찾아 “제 어릴 적 아픈 추억 때문에 청년 기본소득을 조금이나마 시작했다. 누군가는 8만원, 10만원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누군가에겐 생명이 걸린 문제”라며 청년 기본소득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서울 집중유세를 펼친 만큼 부동산 민심도 자극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이 부동산 때문에 여러분 고생시킨 것을 알고 있다. 이재명의 민주당 정부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며 “저는 시장주의자, 실용주의자다. 시장이 주택이 부족하다고 하면 추가공급하겠다. 시장의 정상적 수요‧공급에 의해 만들어진 가격은 존중하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3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재외투표를 무효표로 만든 것이라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다. 단일화 효과가 그렇게 크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여성 유권자 등 부동층 표심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관측된다고도 했다. 그는 “선거운동 초반에 비해 이 후보의 메시지가 다듬어졌다는 평가가 많아졌다. 덕분에 이 후보의 이미지가 좋아졌다는 여성들이 많아진 게 포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