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문희 염혜란 김현주 [도전하는 여성들]

나문희 염혜란 김현주 [도전하는 여성들]

기사승인 2022-03-08 06:00:14
왼쪽부터 배우 나문희, 염혜란, 김현주.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롯데엔터테인먼트, YNK엔터테인먼트.

스스로를 한계에 가두지 않는다. 편견을 깨고 벽을 뛰어넘는다. 새로운 정의를 내리고, 결국 스스로가 새로운 표준이 된다. 누군가에겐 도전이고, 다른 누군가에겐 무모한 모험이다. 박수받은 순간보다 외로운 순간이 더 많았을 시간이다. 각자의 영역에서 꾸준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여성들의 행보는 그래서 더 값지다. 잘해왔고, 잘 해낼 여성들의 순간들.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쿠키뉴스 대중문화팀이 배우 나문희, 염혜란, 김현주의 순간들을 돌아봤다.

배우 나문희. 리틀빅픽처스.

나이로 정의할 수 없는 나문희

‘국민 할머니.’ 흔히들 나문희를 이렇게 표현하지만, 이 수식어만으로는 나문희를 담아낼 수 없다. 그의 특기는 캐릭터에 동화된 연기다. 푸근한 엄마, 철두철미한 CEO, 가슴 절절한 사연을 가진 노인 등 여러 캐릭터가 나문희를 거쳐 갔다. MBC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 보여준 눈물 연기와 MBC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보여준 카리스마는 그의 너른 스펙트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는 친숙한 우리네 할머니로 존재감을 아로새겼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는 그의 전환점이다. 영어를 배워야 하는 ‘도깨비 할매’ 나옥분 역을 맡아 당시 76세로 첫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데뷔 56년 만에 거둔 쾌거다. 작품 속 그는 괴팍하면서도 외로움을 안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애쓴다. 미디어에서 흔히 그려지는 할머니 캐릭터의 전형성에서 탈피한 모습을 보여준다. 나문희는 ‘아이 캔 스피크’로 각종 시상식의 여우주연상과 올해의 배우상을 휩쓸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몸소 증명했다. 2022년, 그는 여전히 ‘최초의 순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첫 방송된 채널S ‘진격의 할매’로 데뷔 후 첫 고정 예능을 맡았다. 오는 14일 방송을 앞둔 JTBC 새 예능 프로그램 ‘뜨거운 씽어즈’에서는 시니어 배우들과 함께 합창단을 꾸려 새 도전에 나선다. 한계를 규정하지 않고 자신만의 발자취를 남기는, 나문희의 내일이 기대된다.

배우 염혜란. 찬란.

틀을 깨는 염혜란

염혜란은 틀을 깨는 배우다. 소시민, 시장 상인, 전문직, 기득권 등 여러 갈래 인물을 제 옷처럼 소화한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는 나옥분과 연대하며 뭉클함을 자아낸 진주댁, tvN ‘도깨비’에서는 지은탁(김고은)을 괴롭히던 악덕한 이모 지연숙, tvN ‘무법변호사’에서는 비선실세이자 비리의 중심에 선 남순자, 영화 ‘걸캅스’(감독 정다원)에서는 매 신마다 웃음을 자아내던 민원실장, KBS2 ‘동백꽃 필 무렵’에서는 촌철살인으로 속 시원한 장면을 선사하던 홍자영, OCN ‘경이로운 소문’에서는 포용력 넘치던 추매옥, 넷플릭스 ‘소년심판’에서는 소년범의 갱생을 돕는 오선자…. 그의 연기엔 인물의 서사를 납득시키는 힘이 있다. 주변에 있을 법한, 어딘가에서 실존할 듯한 인물을 표현한다. 이를 토대로 염혜란은, 엄마·아줌마 등 중년 여성 배우에게 주어지던 역할의 한계를 깨고 다양한 여성의 삶을 그려낸다. 과거 인터뷰에서 우스갯소리로 ‘아줌마 연기의 스펙트럼을 완성하겠다’고 말하던 염혜란은, 자신의 포부 이상의 것들을 해내고 있다. 그가 앞으로 그려갈 또 다른 여성들이 궁금해진다.

배우 김현주. 넷플릭스.

변화하는 김현주

김현주에게 최근 3년은 ‘의외’로 가득 찬 시간이다. 2019년 OCN ‘왓쳐’로 첫 장르물에 도전했고,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으로 첫 액션에 도전했다. 지난 1997년 배우 데뷔 이후 로맨스·멜로를 주 무대로 삼아오던 그의 기념비적인 시도들이다. 김현주는 벽을 두지 않는다. 로맨스 위주로 필모그래피를 채우다가도 장편 사극(SBS ‘덕이’·‘토지’ 등)과 주말드라마(SBS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 MBC ‘반짝반짝 빛나는’) 등에 출연하는 등 그때그때마다 자신이 원하는 길을 택한다. 악역(JTBC ‘궁중잔혹사 꽃들의 전쟁’), 1인2역(SBS ‘애인 있어요’) 등 쉽지 않은 배역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처음으로 택한 장르물 ‘왓쳐’에서 양면성을 가진 변호사 한태주를 연기했다. 특유의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벗어던진 김현주의 주체적인 변신은 ‘왓쳐’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지옥’의 민혜진 역시 그의 주요한 궤적이다. ‘지옥’에서 선보인 액션은, 베테랑 연기자인 그에게 몸으로 표현하는 감정 연기의 맛을 일깨웠다. 데뷔 25년 만에 ‘재발견’이라는 찬사까지 얻어냈다. ‘지옥’을 마치고 인터뷰에서 한 말은 그의 방향성을 확연히 보여준다. “시대는 달라졌고 기회도 많아졌어요. 익숙하지 않다고 피하기만 했다면 ‘지옥’도 못 만났을 걸요? 저는, 앞으로도 변화를 받아들이고 즐길 거예요.” 기회를 기꺼이 잡을 줄 아는, 스스로 재발견을 이끄는 배우. 김현주의 도전적인 변화가 기다려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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