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마지막 공식 유세 메시지는 ‘어게인(again) 2002’였다. 그는 파란 물결로 물든 청계광장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애창곡인 ‘상록수’ 노래를 함께 부르며 대선 승리를 다짐했다.
이 후보는 8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유세에서 “어게인 2002, 승리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주시겠나. 국민 여러분 우리가 이긴다. 국민이 이긴다”라며 “1700만 촛불로 꿈꾸었던 나라, 국민주권이 온전히 실현되는 나라, 국민이 화합하는 새나라에서 만나자”고 외쳤다.
정몽준 후보의 지지 철회 후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2002년 대선을 상기시키며 당시의 간절함을 언급해 지지층 결집을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연설이 끝난 뒤 청계광장에는 노 전 대통령이 즐겨 불렀던 ‘상록수’ 노래가 울려 퍼졌다. 무대에서 노래를 따라부르던 이 후보는 눈물을 훔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가 “우리 국민들의 절절한 염원과 무거운 역사적 책임감 때문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고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전했다.
민주정신 계승 의지는 이 후보의 이날 옷차림에서도 드러난다. 이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선물한 스트라이프 넥타이와 단일화 직후 새정치의 염원을 담아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준 운동화를 신고 마지막 유세에 나섰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소환하기도 했다. 그는 “김구 선생이 못다 이룬 자주독립의 꿈, 김대중 대통령이 못다 이룬 평화통일의 꿈, 노무현 대통령이 못다 이룬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문 대통령이 꿈꾸고 있는 나라다운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연설에 시민들은 뜨거운 환호성을 보냈다. 이날 유세가 진행된 광화문 청계광장에는 이 후보를 보기 위해 몰린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주최 측 추산 6만명의 시민들이 운집했다.
청계광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시민들은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이 후보를 환대했다. 민주당 상징 색깔인 파란색 풍선, 응원봉 등을 들고 이 후보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청와대를 굿당으로 만들 순 없다’, ‘내가 주 120시간 일하기 vs 나 대신 대통령이 주 120시간 일하기’, ‘표미새 가보자고’ 등 재치 있는 플랜카드를 든 시민들도 있었다.
이 후보는 마지막 공식 유세 장소로 청계광장을 택한 이유로 ‘국민 주권국가’를 강조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단일화 시너지 효과를 축소하기 위한 견제구로 풀이된다.
그는 “청계광장은 우리 국민들이 촛불을 높이 들어 이 땅에 민주주의를 바로세운 바로 그 역사적인 공간”이라며 “대한민국 헌법 1조가 그저 말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가슴 깊이 생생히 살아있음을,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임을 이곳에서 입증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우리가 광장과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던 이유가 무엇인가.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을 지키자는 절박함,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간절한 열망이었다”며 “공평한 기회가 보장되는 공정한 나라, 모든 이들이 진정으로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자는 간절한 염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저 이재명에게 기회를 달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위기를 넘는 위기 극복 대통령이 되겠다. 국민을 편 가르지 않는 국민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 G5, 선진경제강국을 만드는 유능한 경제대통령이 되겠다. 오직 국민의 삶만 생각하는 민생대통령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