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몽구·최태원 법정세운 장본인
윤 당선인은 검사 시절 ‘재계 저승사자’로 통했다. 대기업 총수를 줄줄이 기소해서 얻은 별명이다. 윤 당선인은 유독 삼성과 얽혀있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사건을 그가 지휘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됐다. 삼바 분식회계 의혹 수사도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당선인이 이끌었다. 검찰총장 땐 삼바 수사심의위 권고를 마다하고 이 부회장 기소를 밀어붙였다.
대검중수부에 파견을 가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1000억원대 비자금 수사를 진행했고 결국 정 회장을 구속시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을 때 공소유지를 담당한 이도 그다. 최 회장도 1심에서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윤 당선인은 LIG그룹 사기회사채 수사를 맡아 구자원 회장 일가도 법정에 세웠다.
재계 저승사자서 수호천사로?
검찰에서 물러난 윤 후보는 리더십을 발휘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치 입문 8개월 만이다. 집값 잡기 실패 등에 실망한 민심이 지난 9일 표로써 드러났다. 정권교체 바람이 정치 신인인 그를 대통령에 앉힌 걸로 풀이된다.
재계를 벌벌 떨게 한 장본인임에도 재계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화려한 인맥이 거론된다. 윤 당선인은 충암고-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손경식 CJ 회장 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과 대학 선후배 사이다. 윤 당선인이 후보 출마 후 가장 먼저 만난 인물도 손 회장으로 전해진다.
충암고 라인으로는 옥경석 한화 기계부문 사장 겸 한화정밀기계 사장·전준영 삼성전자 DS부문 부사장·김태준 아워홈 사장·차인혁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이사 등이 있다.
취임 후엔 코로나 사태로 침체기에 놓인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먼저 기업에게 손을 내밀 거란 분석도 있다. 주요 공약을 보면 특히 중소·중견기업과 벤처 활성화에 초점을 뒀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총수를 구속시킨 것과 국정은 상관없지 않느냐”며 “검사 역할이 있듯이 국가 원수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당선인이 검사 이력이 있으니까 규제를 새로 만들기 보다는 현재 틀 안에서 잘 집행되는 지를 살피지 않을까”라며 “세계 경제 기조가 다운(down) 분위기로 가고 있어서 그걸 살리려면 결국 기업이 있어야 해서 친 기업 정책을 끌고 가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법무법인 세종도 ‘제20대 대통령선거 : 그 결과와 영향’ 보고서에서 “새 정부는 자유주의와 시장 경제를 최우선으로 삼으면서 규제 완화와 시장친화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당선인이 강조해온 공정 가치를 경제 분야를 비롯한 전반적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정책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