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때문에 질 뻔”… 고개 드는 당대표 리스크

“이준석 때문에 질 뻔”… 고개 드는 당대표 리스크

진중권 “이준석식 정치 퇴출해야… 대선 전략 철저히 실패”
李 ‘이대남 선거 전략 책임론’ 정면 돌파 의지

기사승인 2022-03-15 06:00:17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호된 역풍을 맞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신승한 것을 두고 ‘이준석 책임론’이 급부상하면서다. 이대남 집중 정책이 되레 여성들의 반대 결집을 유도했고, 자신했던 호남 공략도 미약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민의힘 당대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일 치러진 대선에서 윤 당선인이 무난하게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초박빙’ 구도가 펼쳐진 탓이다. 윤 당선인은 득표율 48.56%를 얻었다. 2위를 기록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약 25만 표 차이로 간신히 따돌렸다. 이는 불과 0.73%로 역대 최소 득표 차를 기록했다. 이 대표가 내세웠던 주요 선거 전략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20대 여성 표심은 이번 대선을 가른 최대 승부처였다. 이들은 젠더 이슈와 관련해 집권 여당이 여러 차례 실책을 했음에도, 선거 막판에 이재명 전 대선후보 쪽으로 결집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이 대표의 20대 남성을 중심으로 한 전술이 거론된다. 온라인상에도 ‘이대남만 강조하는 이준석 대표 때문에 질 뻔 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가 그간 자신해왔던 ‘호남 30% 득표’도 기대치에 못 미쳤다. 이 대표는 9일 호남 득표율에 대해 “20%는 당연히 넘을 거고, 30%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윤 당선인은 광주 12.72%, 전남 11.44%, 전북 14.42% 득표율을 얻는 것에 그쳤다.

비판은 커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여성혐오 갈라치기 전술은 본인의 변명과 달리 철저히 실패했다”며 “20대 남성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몰아준 표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20대 여성은 이재명 전 대선후보에게 몰표를 던졌다. 또 하나 고려할 점은 지난 선거 때 같은 연령대에서 여성의 투표율이 남성보다 10%가량 높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호남에서의 부진도 마찬가지다. 일시적인 여론조사에 도취해 30% 운운하다 보니 과거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은 공적의 빛이 바랜 것이다. 게다가 결과적으로 이재명이 TK에서 가져간 표가 더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튼 출구전략을 잘 짜야 할 텐데, 이 대표는 정치생명이 걸린 일이라 자신의 오판을 인정할 수 없는 처지”라며 “이 대표는 모르겠는데, ‘이준석식 정치’는 이제 퇴출당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 결과를 계기로 이 대표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속속 복귀하고 있는 점도 그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윤 당선인은 윤핵관 3인 중 한 명으로 언급되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이 대표는 대선 기간 동안 윤핵관 문제로 인해 당내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 대표가 당정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들과의 협조가 필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이 대표의 ‘불편한 동거’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을 결의했지만 이 대표와 안 대표의 앙금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합당 이후 당 지도부가 재편될 경우 지난 13일부로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맡은 안 대표와의 지분 경쟁도 예상된다. 향후 정치 노선을 공유해야 하는 안 대표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이 대표는 책임론 돌파를 위해 고심하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11일 허드슨강에 비상착륙으로 승객을 구한 비행기 조종사를 언급하며 “‘왜 라과디아로 바로 회항해서 착륙 시도하지 않았습니까’, ‘시도했으면 됐을 겁니다’ ‘시큘레이터로 테스트했습니다’ 보통 조종석에 앉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항변했다. 비상 착륙으로 승객을 구한 조종사에 자신을 빗대 선거 결과를 둘러싸고 나오는 책임론에 반박한 셈이다.

지방선거를 고리로 삼아 ‘당 대표 입지 다지기’에도 나섰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시기가 이를 수 있지만, 다음 주 중(6·1 지방선거)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어떤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대선 체제로 운영되던 당 조직을 지선 체제로 바꿔 당 기강 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한기호 의원의 사무총장직도 복원했다.

그는 “민주당은 정국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인수위가 마무리되는 시점부터 총리 인준이나 장관 인사를 가지고 맹렬히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며 “180석 민주당을 상대로는 민심을 보여주는 방법뿐”이라고도 목소리 높였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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