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의료원 “기금 모아 더 나은 세상 만들겠다”

고려대의료원 “기금 모아 더 나은 세상 만들겠다”

650억원 모금… 2028년까지 2000억원 목표

기사승인 2022-03-16 05:30:02
김신곤 고려대의료원 기금사업본부장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기금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대의료원

“자유·정의·진리의 정신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최근 고대안암병원 해연의학도서관에서 만난 김신곤 고려대의료원 기금사업본부장(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당차게 밝혔다. 고려대의료원은 지난 2019년 1월 기금사업본부를 출범시켰다. ‘필란트로피(Philanthropy)’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필란트로피는 ‘사랑한다’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필로(Philo)와 ‘사람’을 의미하는 엔트로피(Enthropy)가 합쳐진 단어로 ‘인류에 대한 사랑’을 뜻한다. 

기금사업본부는 2019년 만들어졌지만, 고려대의료원의 모금 역사는 이전부터 시작됐다. 조선에 이료선교사로 파송됐던 로제타 홀 여사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위한 의료기관, 여의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최초의 여의학교인 조선여자의학강습소를 설립했다. 이후 1937년 우석 김종익 선생의 65만원 기부가 조선여자의학강습소를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로 승격시키는 데 쓰였고, 민족자본 최초의 의학교육기관인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가 지금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으로 발전했다.

기금사업본부 출범 이후 2019년 186억원, 2020년 151억원, 2021년 310억원 등 총 650억원을 모은 고려대의료원은 정릉 메디사이언스파크 설립, 인재육성 및 장학금, 사회적 난제 해결 등을 실천하고 있다. 메디사이언스 파크는 미래 감염병 시대에 대응하고자 조성된 최첨단 헬스케어 융합 플랫폼으로 백신과 신약개발 등 감염병 관련 연구가 이뤄질 예정이다. 2028년까지 2000억원 기금모금 계획을 세웠고 현재 30% 달성률을 기록했다. 

김 본부장은 “신분이나 상황, 경제적인 여건과 상관없이 누구나 동일하게 생명 사랑이 이어져야 한다”며 “기업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나서며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자 한다. 의료원은 환자에 대한 생명 사랑을 사명으로 하는 기관인 만큼 더 공헌해야 한다.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뿐 아니라 병원을 찾지 못하는 이들에 대해서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고려대의료원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가 유행이던 시기에 서울지역 대학병원 최초로 의료진을 파견하고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선별진료소와 안암 생활치료센터 운영을 담당했다. 지난해에는 아프가니스탄 특별 기여자 대상 의료지원단을 보냈고,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도 의료지원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김 본부장은 “단지 우리를 찾아온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병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분도 도와야 한다. 우리가 만든 의학으로 세계를 누리게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고려대학교의 헤리티지(유산)가 자유, 진리, 정의의 정신이다. 이를 기반으로 더 나은 세상을 그리고 싶다”며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이 되기 위해 미래 의학을 선도해 나가겠다. 코로나19가 보여준 백신 격차와 같은 정의롭지 못한 사회도 공존하고 상생하는 세상으로 만들겠다. 또 좋은 인재를 양성해 세계를 구하는 인재로 키워낸다면 진리의 가치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자유, 정의, 진리의 정신으로 꿈을 팔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고 임세원 교수의 유가족과 동기회, 동화그룹 등 개인 기부·단체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김 본부장은 “기부자 중에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 유휘성(상학과 58학번) 교우는 본인이 가진 모든 걸 기부하는 정말 존경스러운 어르신”이라며 “지금까지 총 74억원을 기부했다. 작은 기업을 운영했는데 ‘돈을 모으는 게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며 가치 있고 보람있게 사용하는 게 본인의 존재가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유 교우의 기부금은 더 좋은 인재를 양성하는 장학금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기부하고 가겠다는 철학,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다. 제2의, 제3의 유휘성이 생길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신곤 고려대의료원 기금사업본부장은 한국 사회에서 기부 문화가 더 활성화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고려대의료원

김 본부장은 한국 사회에서 기부 문화가 좀 더 활성화되길 희망했다. 그는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개인의 기부로 사회에 공헌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기부 문화가 갖춰지지 않았다. 기부라는 행위가 인정받고 칭찬받을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투명하지 못한 기금 운영이 드러나면서 기부 문화가 위축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더 나은 세상이 되기 위한 따뜻한 마음이 모였으면 한다. 개인과 기업 후원 모두 중요하다. 십시일반 모인 돈이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이 됐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고려대의료원은 투명하고 모범적인 운영으로 의료계 기부 문화를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체계적인 기부자 관리, 데이터 분석으로 과학적인 모금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기부자 예우와 환자 기부에도 신경을 써서 기부 선순환을 유도하고 유산 기부 등 기부자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방식의 기부 활동도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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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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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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